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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무장관 지명자 "반도체 보조금 재검토 필요"

SBS Biz 이민후
입력2025.01.30 10:18
수정2025.01.30 10:26

[SK하이닉스 미국 투자계획 발표행사 참석한 주미대사 (사진=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지출 일시 중단 조치'가 법원 개입으로 제동이 걸린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 업체들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보조금 계약을 마친 상태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내용을 검토하기 전에는 보조금 지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선 탓입니다.

오늘(3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무역 정책을 총괄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현지시간 29일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미국 정부와 확정한 계약을 이행(honor)하겠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반도체법을 "반도체 제조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우리의 능력에 대한 훌륭한 착수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리가 그것들을 검토해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배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대행은 지난 28일 각 정부 기관에 보낸 메모에서 '반도체(CHIPS) 인센티브 프로그램', '청정 차량을 위한 세액 공제', '첨단 제조·생산 세액 공제' 등이 포함된 연방 차원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지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은 당일인 28일 보류 명령을 내리며 제동을 걸었고, 이날 백악관은 연방 차원의 보조금 및 대출금 집행 잠정 중단 지시 문서를 철회했습니다.
 
다만 'DEI(다양성·공평성·포용성) 이니셔티브'와 기후 변화 등과 관련한 연방 차원의 지출을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입니다.

특히 연방 자금 집행 중단 조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큰 만큼 이 조치가 현실화하는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보조금이나 저리 대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법 성과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이미 지급이 결정된 수천억 원∼수조 원 규모의 보조금이 줄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장 착공과 생산 지연 등 기존에 세워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상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370억 달러 이상의 최종 투자 규모를 결정하고, 지난해 12월 20일 미국 상무부와 47억4천500만 달러(약 6조9천억원)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계약을 최종 체결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토대로 첨단 미세공정 개발, 테일러 공장 건설, 고객 유치 등에 박차를 가해 2026년 테일러 공장 가동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파운드리 시장 2위인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업계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고,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한 중요한 생산거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한 SK하이닉스도 지난달 19일 미 상무부로부터 최대 4억5천800만 달러(약 6천639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급이 결정됐습니다.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오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제품이 양산될 예정입니다.

한편, TSMC는 총 65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3개의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을 짓기로 하고, 66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 중 첫 번째 공장은 4나노 칩 양산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TSMC는 이미 지난해에 보조금 일부를 먼저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웬들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9일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분기에 이미 첫 번째 보조금으로 15억 달러를 받았다"며 "트럼프 정부에서도 보조금이 계속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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