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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막전막후]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혼돈의 임시주총…갈등 불씨 여전

SBS Biz 류정현
입력2025.01.24 18:43
수정2025.01.29 07:11

[앵커]

지난해 9월부터 촉발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중대 분수령이 되는 임시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영풍·MBK연합과 고려아연은 주총 한참 전부터 안건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더니 전날 밤까지도 지분 싸움을 이어가는 등 수 싸움이 치열했는데요.

결전의 날, 임시주총은 시작부터 삐걱댔고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영풍의 의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고려아연이 주총을 강행했고 결국 영풍과 MBK가 중도에 퇴장했습니다.

반쪽짜리 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일단 승기를 잡았습니다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산업부 류정현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고려아연 주총 시작부터 난항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아침일찍부터 고려아연 노동조합 소속 직원들도 주총장을 찾았는데요.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고려아연 노동조합 :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 지켜내자. 지켜내자. 지켜내자. 지켜내자.]

이렇게 시작 전부터 전운이 감돌던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예정시간이었던 9시 개최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영풍·MBK쪽과 고려아연 쪽 양 쪽에 중복으로 의결권을 위임한 주식들이 발견됐기 때문인데요.

주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위임 방향을 다시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는 게 주최 측인 고려아연 설명이었습니다.

다만 영풍과 MBK 측은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의 우호 세력인 대기업들이 참석할 때까지 시간을 일부러 지연시키는 게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주총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시쯤에서야 시작이 됐습니다.

[앵커]

근데 이 주총 전날 밤에 최 회장이 기습적인 수를 하나 놨죠?

[기자]

그렇습니다.

고려아연이 주총 전날인 지난 22일 최 회장 가족 등 우호세력이 들고 있는 영풍 지분을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 SMC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SMC가 가진 영풍 지분은 10.3%로 이제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 25%는 의결권이 없어졌다고 주장했는데요.

영풍에서 고려아연으로 그리고 고려아연에서 SMC로, 이게 다시 영풍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순환출자 구조를 만든 겁니다.

상법상 두 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10% 넘게 갖고 있을 경우 상대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이용한 겁니다.

영풍과 MBK측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SMC가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우리 상법의 상호주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고려아연을 포함한 영풍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어선 안 되는데 최 회장 측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며 위법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임시주총에서도 이 부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사회 의장으로 임시주총 진행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전날 밤 나온 고려아연 측 주장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주식 25%는 의결권이 없다는 걸 재차 확인한 겁니다.

영풍·MBK연합과 그 우호세력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은 약 41%인데 절반이 넘는 25%가 인정되지 않으면 세력이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풍과 MBK 측은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박 대표이사는 주총을 강행했고요.

결국 주총에 참석했던 김광일 MBK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 등이 중간에 퇴장하면서 반쪽짜리 주총으로 전락했습니다.

[앵커]

주총 결과는 최 회장 뜻대로 흘러갔겠네요?

[기자]

밤 11시쯤에서야 주총이 모두 마무리됐는데요.

영풍·MBK연합보다 고려아연 지분이 적은 최 회장에게 유리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과, 영풍·MBK연합의 이사회 장악을 막을 이사 수 상한 안건이 모두 통과됐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고려아연 주총에서 이사는 많아도 19명 밖에는 뽑을 수 없고요.

또 집중투표제에 따라 주주들은 주식 한 주당 뽑을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이사 세 명을 뽑을 때 주식 한 주를 가진 주주는 기존에는 한 표만 행사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세 표를 갖게 되고 이걸 자신이 원하는 후보에 몰아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최 회장은 일단 다음 주총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만들어놨고 이사회 구성도 원하는대로 만들었습니다.

이번 주총에서 새로 뽑은 신규이사 7명 모두 최 회장 추천 인물들이 차지했고요.

전체 19명의 이사 가운데 최 회장 측 인물은 18명, 영풍·MBK 측 인물은 1명에 그치게 됐습니다.

[앵커]

주총 결과에 대한 영풍과 MBK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주총 중간에 퇴장한 직후부터 계속해서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영풍·MBK는 지난 23일 밤 "최 회장이 또 다시 꼼수와 탈법을 동원해 정상적인 표대결을 불가능하게 했다"며 "한국 자본시장과 고려아연이 최 회장 지키기에 얼마나 더 유린당해야 하냐"고 비판했습니다.

주총 다음날 아침에는 김광일 MBK 부회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계속해서 문제 제기하겠다는 뜻을 피력했습니다.

[김광일 / MBK파트너스 부회장 : 공정거래법상 금지하는 탈법행위가 이뤄진 겁니다. 공정거래법은 순환출자 행위를 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 스스로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입니다.]

그러면서 어제(23일) 이뤄진 임시주총 결의는 모두 무효라며 가처분 소송을 통해 법정 다툼을 벌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앵커]

고려아연도 주총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고려아연 측은 갑작스레 MBK쪽에 화해 제스처를 내놨습니다.

어제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타협안을 제시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박기덕 / 고려아연 대표이사 : 우리는 MBK파트너스를 더 이상 적이 아닌 새로운 협력자로 받아들이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어서 밝히고자 합니다. MBK도 냉정함을 되찾고 우리의 말씀을 진중하게 듣고 고민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이사회에 MBK측 추천 인물을 들일 수 있다고 말했고요.

MBK가 원하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나아가 최 회장이 다음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MBK는 아직 냉소적인데요.

진정성이 없다, 대화를 원한다면 어제 임시주총 결과와 순환출자 구조를 먼저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상황이 돌아가는 걸 보면 어제 주총으로 분쟁이 마무리됐다 이렇게 보기는 어렵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고려아연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가 예정돼있는데요.

영풍과 MBK 측이 어제 주총 자체가 무효라고 선언했고 법정에서 이 판단을 받겠다고 한 게 변수입니다.

3월 주총 날짜 전에 법원 판단을 받으려면 속도를 내야 하니 설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법원이 영풍과 MBK 주장을 받아들이면 정기주총에서는 또 다시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양측의 표대결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SMC를 매개로 한 순환출자구조 형성이 위법했는지 아닌지를 따져묻는 작업도 진행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될 거란 전망이 있기도 했는데요.

오히려 더 큰 수렁 속으로 빠진 모양입니다.

[앵커]

류정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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