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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막전막후] 막판까지 수 싸움…'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혼돈의 임시주총

SBS Biz 류정현
입력2025.01.23 16:44
수정2025.01.23 17:12

[앵커] 

지난해 9월 촉발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중대 분수령이 되는 임시주주총회가 열렸습니다. 

임시주총 전부터 영풍·MBK연합과 고려아연은 주총 안건을 두고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가 하면 전날 밤까지도 지분 싸움을 벌이는 등 수 싸움이 치열했는데요. 

결전의 날, 임시주총은 시작부터 삐걱대더니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양측이 치열하게 맞붙는 가운데 이번 주총이 끝나더라도 불씨는 남을 전망입니다. 

자세한 이야기, 산업부 류정현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임시주총 시작부터 난항이었죠? 

[기자]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23일 오전 9시 열릴 예정이었던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는 시작부터 순탄치 못했습니다. 

의결권 위임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연합 양쪽에 중복으로 한 경우가 발견되면서 재차 확인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려 개최 자체가 상당 시간 지연됐습니다. 

이번 임시주총이 고려아연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인 만큼 직접 의결권 행사를 위해 참석한 주주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국 주총은 당초 시작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습니다. 

경영권 분쟁 중심에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았고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은 예정 시간에 맞춰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총 진행은 이사회 의장이기도 한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맡기로 했습니다. 

[앵커] 

개최된 이후에도 잡음이 이어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결국 오후 2시 들어서 주주총회가 개최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멈춰 섰습니다. 

일부 주주들이 참석 주식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개최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항의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파악을 위해 법원에서 파견된 검사인이 양 측 변호사들과 함께 중복 위임장이 추가로 있는지 확인하는 등 소란이 계속 됐습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개의를 선언하고서도 "출석 주식 수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조금 더 시간을 달라"라고 밝혔는데요.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집행부와 의장이 시간을 끌고 있다"며 중복 위임 외의 나머지 주주 수는 진작에 확정돼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 측이 시간을 끄는 게 최윤범 회장의 우호세력인 대기업들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앵커] 

고려아연 직원들도 주총장에 등장했죠? 

[기자]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이 머리띠를 둘러매고 아침 일찍 주총장을 찾았는데요. 

주총 시작 전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여 전운이 감돌기도 했습니다. 

[고려아연 노동조합 :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 지켜내자, 지켜내자, 지켜내자, 지켜내자.] 

고려아연 노조는 계속해서 사모펀드인 MBK가 회사에 들어오는 걸 반대해 왔습니다. 

대국민 성명서에서도 영풍과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이 성공할 경우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고려아연 핵심 기술진들도 입장은 같은데요.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를 비롯해 제련기술본부장, 엔지니어링본부장 등 기술진 간부 15명도 성명을 냈습니다. 

이들은 "영풍과 MBK가 경영권을 차지하더라도 이들과 함께 가진 않겠다"며 "이 인수합병이 성공하면 그동안 추진해 온 신사업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앵커] 

주총 전날로 가보죠. 

고려아연 지분을 두고 전날 밤까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죠? 

[기자] 

정말 막판에 막판까지 수 싸움이 치열했습니다. 

지난 22일 밤 최 회장 측은 자신 가족들과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지분 약 10.3%를 고려아연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 SMC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영풍에서 고려아연으로 그리고 고려아연에서 SMC로, 이게 다시 영풍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었다는 건데요. 

이를 근거로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주식 25%는 의결권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상법상 두 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10% 넘게 갖고 있을 경우 상대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호주 제한' 규정을 거론한 겁니다. 

MBK 측은 SMC가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상호주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해당 규정은 주식회사 간에만 적용되는데 SMC는 유한회사라 이 점에서도 상법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총 직전까지도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에 의결권이 있냐 없냐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신경전이 이어진 겁니다. 

[앵커] 

그런 상황에서도 고려아연 강행을 선언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주주총회 진행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임시주총에서 주주들을 상대로 기존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SMC가 영풍 주식 10%를 넘게 보유했으므로 이번 주총에서 영풍과 우호세력이 가진 40%가량 지분 가운데 영풍이 보유한 주식 25%는 의결권이 없다는 겁니다. 

또 SMC가 외국회사라서 상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무부 유권해석상 외국 자회사와 손자회사는 해당한다고 반박했습니다. 

현재 고려아연은 당연히 영풍 25% 의결권은 인정하지 않은 채 주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영풍·MBK 연합이 이번 주총에서 크게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영풍과 MBK 측은 당연히 이런 결정해 반발하고 있습니다. 

영풍 측 변호인은 "의결권 제한은 분명한 위법이며 주총 의사 진행이 적법하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중간에 주총을 연기하자는 제안도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풍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데 반발한 일부 주주들이 주총을 멈추라고 주장했고 이걸 투표로 진행하자고 한 건데요. 

연기 투표를 진행하려 했지만 이번 주총까지 너무 오래 기다렸으니 속행해야 한다는 주주들 주장도 나오면서 본래 상정됐던 안건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습니다. 

가장 먼저 투표에 오른 건 논란이 됐던 집중투표제입니다. 

법원이 지난 21일 안건으로 상정할 수 없다고 한 건 이 집중투표제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들이고요.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정관 변경 안건은 가능합니다. 

고려아연은 그간 정관상 이사 선임 투표에 집중투표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명문 규정을 정관에 넣어 왔는데 이걸 바꾸는 겁니다. 

[앵커] 

흘러가는 상황을 보면 주총 이후에도 논란이 남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이번 임시주총을 강행하더라도 영풍의 25% 의결권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영풍과 MBK는 최 회장 일가가 전날 만들어둔 순환출자 구조가 공정거래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거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법정으로 넘어가면 이번 주총에서 의결된 안건들이 효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 앞으로의 주총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번에 열린 건 임시주총이고요. 

고려아연은 오는 3월 정기주총을 열 예정인데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3월 주총에서 어떤 안건이 올라올지, 여기서는 경영권 분쟁이 매듭을 지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앵커] 

류정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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