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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도입은 추진...'다음 기회' 있을까

SBS Biz 윤지혜
입력2025.01.22 11:05
수정2025.01.22 14:55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반격 카드로 꼽혔던 집중투표제가 좌절됐습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제기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입니다. 

집중투표제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지분이 적은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최 회장 일가와 우호 자본으로 참여한 베인캐피탈 지분을 모두 합쳐도 약 20%가 안 됩니다.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협력사를 포함하면 약 34%입니다. MBK 연합은 40.97%입니다. 의결권 기준으로 MBK 측이 46.7% 정도인데, 주총 참석률이 100%가 아닌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게 MBK 측 주장입니다. 

이번에 집중투표제 추진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 법원이 금지한 안건은 집중투표제 도입이 통과될 경우를 전제해 이사를 뽑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집중투표제 도입이 가능해지면 다음에 임시주총을 열고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이사에 '표 몰아주기'가 가능합니다. 

현재 고려아연의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를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고려아연은 법원 판단이 나온 직후 "정관변경을 통한 집중투표제 도입 추진은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집중투표제 도입에 성공하면 고려아연은 나중에라도 적은 지분으로 이사회 장악, 혹은 경영권 방어를 할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미 MBK 연합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면 다음 임시주총이 열릴 지 자체가 의문입니다. MBK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 14명 전원이 이사회 입성에 성공하면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12명 중 1명(장형진 영풍 고문)에 불과한 MBK 측 인사는 15명으로 늘어납니다.

고려아연이 이사 선임 안건을 추진하려고 해도 이사회에서 막힐 여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려아연 입장에선 집중투표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집중투표제가 행동주의펀드 등 소수주주의 권리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사모펀드인 MBK가 앞장서서 반대를 하기엔 힘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어제 법원의 판단으로 인해, 내일 주총이 이미 MBK 연합의 승리로 끝났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4개월 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고 고려아연과 영풍의 70년 동업은 얼룩진 채 막을 내렸다는 해석도 벌써부터 나옵니다. 

소수주주나 펀드가 선호하는 집중투표제. 최씨 일가와 직접 경영을 해온 최 회장에게 내일 주총에서 꼭 통과돼야 하는 절박한 카드로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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