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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막전막후] '내수 카드'로 등판한 온누리상품권…시작부터 삐걱

SBS Biz 서주연
입력2025.01.16 16:30
수정2025.01.16 18:38

[앵커] 

고물가에 탄핵정국으로 얼어붙은 내수를 살릴 카드로 정부가 꺼내든 게 온누리상품권입니다. 

설 명절 앞두고 소비자에도, 소상공인에도 최대 혜택을 준다고 했지만 시작부터 잡음이 작지 않습니다. 

서주연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올해 발행금액이 사상 최대에다 설 명절 할인 때문에 관심이 크죠? 

[기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온누리 상품권을 사상최대규모인 5조 5천억 원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사용처도 상반기 중에 90곳을 추가하고 종이형태 외에도 실물카드와 모바일형 상품권도 확대해 편의성을 높인단 계획입니다. 

설 명절을 전후로 한 달 동안은 상품권 자체를 15% 할인하고 상품권으로 농산물 등을 구매할 때도 최대 35% 할인에 40% 소득공제도 되면서 명절 대목 전통시장 상인과 소비자 모두 관심이 커진 상황입니다. 

[박재옥 / 전통시장 상인 : 명절 때는 (온누리상품권) 많이 갖고 와요. 우리는 현금이나 온누리 상품권이나 똑같이 생각하니까 사용하는 거 좋아하죠.] 

[김옥희 / 전통시장 이용객 : 할인해 주면 우린 더 싸게 쓸 수 있으니까 더 좋지.] 

[앵커] 

그런데, 상품권 할인 판매 첫날부터 판매 사이트가 먹통이 됐어요? 

[기자] 

지난 10일 온누리상품권 설명절 특판이 시작되자마자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2시간 정도 아예 사이트가 멈췄고요. 

이후에도 대기 시간이 길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이트 마비가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 추석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등 수요 증가에 거듭 대비를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온누리상품권 주무기관은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인데요. 

이번에는 사전 예측작업등을 거쳐 서버를 증설하는 등 대비에 최선을 다했지만 소비자들이 너무 많이 몰렸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그런가 하면, 온누리상품권 '선물하기' 기능, 이제 아예 안된다고요? 

[기자] 

설 명절 선물로 온누리상품권 많이들 고려하고 계실 텐데요. 

지난 11일부터 다음 달 말일까지 모바일 선물하기 기능이 중단됩니다. 

적극 구매를 권장해 놓고 정작 대목에 제동이 걸린 셈입니다. 

특히 기업들은 온누리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직원 등에게 제공하는데요. 

기업구매가 막히면서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옵니다. 

[홍순천 / 전통시장 상인 : 그거(온누리상품권) 쓰려고 시장으로 오는데 그거 없으면 마트로 가니깐 아무래도 좀….] 

[김순영 / 전통시장 상인 :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하면) 몇 퍼센트 할인이 되는 것 같아요. 많이 사서 이용들 하는데 그 사람들이 그걸(상품권 이용을) 안 하면 시장에 오는 게 좀 줄어들 수 있어요.] 

선물하기가 중단된 이유는 운영사가 바뀌는 작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비즈플레이라는 민간회사가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조폐공사로 바뀌는 과정에서 플랫폼 구축과 이관 작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소진공 측은 모바일 상품권 대신 카드형 상품권 이용을 유도할 방침이라는 설명입니다. 

[앵커] 

선물하기만 중단되는 게 아니죠? 

아예 모바일 상품권 구매 자체가 안된다는데 무슨 일입니까? 

[기자] 

역시 앞서 말씀드린 운영사 이관 문제 때문입니다. 

비즈플레이에서 조폐공사로 고객정보 등 데이터를 넘기는 작업이 이뤄지는 기간인 다음 달 15일부터 3월 1일까지 모바일 판매 사이트가 문을 닫습니다. 

상품권 자체 구매는 물론 기존에 보유한 모바일상품권의 사용과 결제, 결제취소, 환불 등 모든 관련 서비스가 중단됩니다. 

[앵커] 

소비자 이용이 끊기는 일 없도록 사전에 이관 작업을 잘 진행됐으면 됐을 일인데 왜 이런 상황이 된 거죠? 

[기자] 

말씀하신 대로 두 회사 간의 사전 이관작업을 거쳐 원래는 이달 1일부터 조폐공사가 운영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회사 간에 갈등이 생기면서 이관작업이 석 달 여 지연된 겁니다. 

우선 조폐공사 측은 비즈플레이가 새 운영사 입찰에서 떨어지면서 자료를 넘겨주지 않고 오히려 방해하면서 준비가 어려워졌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3월에는 정상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우진구 / 한국조폐공사 홍보실장 : 한국조폐공사는 오는 3월 1일 정식오픈 예정인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시범운영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점검하며 국민께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3월에 정상 오픈이 될지도 의문인 게, 비즈플레이 측의 불만제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에요? 

[기자] 

비즈플레이의 모기업 웹케시의 석창규 회장이 최근 이 사안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을 보면요. 

"초고층 건물을 짓는데 콘크리트가 전혀 마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건물을 올리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비즈플레이 측은 "지난해 10월 중순 소진공에 1월 오픈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당시 조폐공사는 정상 오픈을 호언장담 하더니, 한 달도 안돼 준비 미흡을 이유로 2개월 연장을 요청했다고 주장했습니다. 

3월 정상 오픈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비즈플레이는 보고 있는데요. 

여전히 조폐공사가 대용량의 데이터를 이관할 뚜렷한 방법과 새 플랫폼 테스트 등이 부족하다며 이 사업에서 손을 떼야한다고 지적합니다. 

[앵커] 

공공의 상품권 사업에서 잡음이 생긴 게 처음은 아니에요? 

[기자] 

지난 2022년에 '서울페이 대란'이 있었는데요, 이때도 비즈플레이가 연관돼 있습니다. 

서울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의 모바일 구매앱 운영사를 비즈플레이에서 신한컨소시엄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이관 문제로 상품권 판매와 결제 차질이 빚어진 겁니다. 

당시 서울시 측은 비즈플레이가 자료를 넘겨주지 않아 결제 장애가 벌어졌다고 했지만 비즈플레이는 이를 부인하며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때문에 상품권 이관 작업에 1년 8개월이 걸렸는데, 결국은 몇 개월 뒤 다시 비즈플레이가 운영권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앵커] 

시스템적인 문제보다는 결국 신·구 운영사간의 감정다툼이 발단이 된 걸로 보이는데, 문제는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 소상공인들이라는 거예요? 

[기자] 

맞습니다. 

명절 대목을 앞둔 터라 온누리상품권 차질에 소비자 불편도 불편이지만 가뜩이나 불경기에 힘든 소상공인들 우려가 큽니다. 

전문가들은 공공성을 띈 상품권 사업 운영 방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는데요. 

들어보시죠. 

[이정희 /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 티메프 사태에서 보듯이 운용을 잘못했을 때 나타나는 피해가 상인들만이 아니라 소비자들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공성 있는 사업들은 특히 정부가 철저히 관리감독을 해야 된다.] 

[강인수 /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 향후에 정부에서 평가기준이나 이런 것들을 강화, 보완해서...지금은 내수를 살리고 소상공인들을 돕자는 게 온누리 상품권의 목적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정착이 되게끔 하는 게 중요하고] 

당장은 소비자 불편과 소상공인 피해가 불가피한데요. 

상품권 구매와 사용 여부를 정리하면, 종이상품권은 차질 없이 구매와 사용이 가능하고요. 

카드와 모바일형태는 다음 달 14일까지는 선물하기를 제외한 상품권 구매와 사용이 되지만 15일부터는 모두 안 됩니다. 

주무부처인 중기부로선 올해 최대 발행과 최대 혜택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상황인데 이런저런 제동이 걸리면서 관리책임과 무용지물 논란,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앵커] 

서주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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