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돌려막기' 후폭풍…랩·신탁 2년 반 만에 100조 빠졌다
SBS Biz 이민후
입력2025.01.15 16:26
수정2025.01.15 19:08
증권사들의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 관행 제재가 임박한 가운데 일임형 랩어카운트·채권형 특정 금전 신탁 잔액이 2년 반 만에 100조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증권사들이 특정 고객에 대한 수익률을 불법을 통해 보전한 사실이 제재를 앞두고 드러나 법인 고객의 신뢰도 추락 여파가 지속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늘(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93조6천726억원입니다. 역대 최대치인 지난 2022년 5월 말 153조7천614억원보다 39.1%(60조8억원) 줄어든 규모입니다.
증권사 채권형 특정 금전 신탁 잔액도 같은 기간 83조3천200억원에서 43조3천800억원으로 48%(39조9천400억원) 감소해 반토막 났습니다. 두 상품 잔액이 2년 반 만에 99조9천408억원, 약 100조원 가까이 급감한 셈입니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금융기관에 자산 운용을 전적으로 맡기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로 이른바 '맞춤형 자산 관리'를 위한 상품입니다. 특히 상품 운용사가 시장 상황 변화에 적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강점으로 꼽힙니다.
증권사의 채권형 특정금전신탁 역시 금전의 운용방법을 수탁자인 신탁회사에 지시해, 신탁회사가 위탁자의 운용지시에 따라 신탁재산을 운용해 실적을 배당하는 상품입니다. 즉, 수탁자가 운용 방법을 지시하면 회사가 그대로 운용하는 일종의 맞춤형 펀드입니다.
증권사들의 자전거래,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가 알려지면서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고금리 여파에 따라 채권형 상품의 투심이 줄어들자 투자자들이 발을 뺀 것으로 해석됩니다.
금융당국 안팎에 따르면 9개 증권사 운용역은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랩·신탁을 환매하면서 불법 자전거래(돌려막기)를 통해 고객 계좌 간 손익을 이전해왔습니다. 만기가 도래한 고객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업계에서는 이전부터 관행으로 받아들였지만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23년 5월부터 조사에 나서 지난해 9월 KB증권,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유안타증권에 대해 3~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통보했고 NH투자증권은 영업정지 1개월, SK증권은 기관경고 조치를 받았습니다.
증권업계도 자정안을 마련했습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11월 증권사들과 함께 채권형 계약 운용시에 업계 전체가 준수해야 할 자체 규제 장치로 '채권형 투자일임 및 특정금전신탁 리스크관리 지침'을 제정했습니다.
지침에는 △90일 초과 만기 미스매칭 시 투자자 동의 의무화 △편입자산 시가평가 의무화 △시장 급변 시 투자자 통지·자산 재조정 등 이행, △듀레이션·거래가격 등 관련 상시 감시체계 구축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회복을 위해 새로운 상품 출시에 나섰습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NH 다이렉트인덱싱 일임형 랩 서비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해외투자형 랩어카운트 3종, 하나증권은 최근 '하나더넥스트 랩시리즈'를 내놨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금융당국의 제재가 끝나지 않은 탓에 상품 출시에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올해 증권사 CEO들이 WM에 대한 관리를 주문한 만큼 고객 유치 경쟁이 강화되면서 랩·신탁 모두 출시 상품 라인업이 다양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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