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정용진, 4천억대 '승계 작전' 연내 끝낸다
SBS Biz 이광호
입력2025.01.14 15:52
수정2025.01.17 15:14
오늘(14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의 증여세 납부는 올해가 마지막입니다. 정 회장은 지난 2020년 이명희 회장에게 이마트 지분 8.22%를 받으면서 증여세 1천917억원을 부과받았고, 그해 12월 29일부터 증여세 납부를 시작했습니다. 만 5년간 6차까지 나눠 증여세를 납부할 수 있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했습니다. 지난해 말 5차 증여세를 납부했고 올해 말 마지막 납부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이자를 감안하면 회차별로 내야 했던 세금은 330억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정 회장은 어머니의 이마트 지분 10%를 전량 매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은 총 2천140억원입니다.
4천억대 '승계 작전'
아무리 세금을 쪼갰어도, 그리고 재벌 회장이라 하더라도 총액 4천억원의 현금은 쉽게 마련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 회장이 이마트에서 수령하는 연 급여는 37억원, 이마트 배당금은 103억원입니다. 이에 정 회장이 대규모 현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시기가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광주신세계 지분 전량을 신세계에 넘겼던 '사건'입니다.
[광주신세계 홈페이지 갈무리]
광주신세계는 지난 1995년 광주 백화점 개점에 맞춰 해당 지역의 법인으로 출범했습니다. 초기에는 신세계의 100% 자회사였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유상증자가 시도됐고, 여기에 신세계 대신 정 회장이 참여했습니다. 정 회장은 지분 8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는데, 이 지분은 이후 상장 등을 거치며 52%로 줄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넘게 지난 2021년 9월, 정 회장은 백화점을 맡은 동생 정유경 회장 측에게 광주신세계 지분 전량을 넘깁니다. 백화점과 마트의 계열분리가 진행되던 때였습니다. 지분 매수는 신세계가 맡았습니다. 1997년 정 회장에게 넘긴 지분을 다시 사들인 셈인데, 이 계약 총액이 2천285억원이었습니다.
이게 '사건'으로 비화한 이유는 당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입니다. 정 회장이 빠져나간 이후 광주신세계 주가는 급락했고 현재까지도 당시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2023년 초, 광주신세계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슈퍼개미'의 주도로 주주 측 사외이사를 선임하라는 주주제안까지 등장합니다. 다만 신세계와의 표대결에서 패했고, 현재는 사실상 활동이 멈췄습니다.
또다른 '돈줄'은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주식입니다. 정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사촌 관계입니다. 정 회장의 보유 사실이 마지막으로 확인되는 건 지난 2016년 9월 말입니다. 50배 액면분할 이전인 당시 기준 24만5천주, 약 3천800억원어치를 보유했습니다. 현재까지 이 주식을 팔지 않았다면 6천600억원대 가치입니다.
광주신세계와 삼성전자 주식가치, 그리고 그간 받았을 삼성전자의 배당을 합치면 4천억원대 현금을 조달할 능력은 충분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증여했으면 1천억원 아껴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여 방식을 이번엔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의문점이 남습니다. 아무리 증여세가 비싸다 한들, 60% 최고세율을 적용해도 1천억원대 초반에서 세금을 납부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2020년에 증여를 활용한 경험도 있습니다.
이마트 측은 이에 대해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의식과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비싸게 산 만큼 주가를 높일 자신도 있다는 뜻입니다.
조금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2023년 9월 신세계그룹 CEO들의 대규모 변경, 특히 이마트 대표이사의 변경과 같은 것들이 대부분 이명희 총괄회장의 사람들로 채워졌다"면서 "정 회장 입장에선 어머니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물론 어머니를 설득해야 했겠지만, 지분을 매수라도 하겠다는 취지로 의지를 밝힌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추정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어쨌든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지분구조상 어머니도, 동생도 이제는 정 회장과 지배구조를 공유하지 않습니다.
정 회장의 이커머스 승부수로 3조4천억원을 들여 인수한 G마켓은 적자 기업 신세로, 중국 알리바바까지 동맹으로 끌어들인 상황입니다. 이마트가 밝힌 정 회장의 자신감과 책임감이 가시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진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 1.[단독] 카카오, 내년부터 이용패턴·기록 수집 검토
- 2."김부장 아내도 못 버텼다"…공인중개사 1만명 집으로
- 3.[단독] ISA 비과세 혜택, 국내 투자에 더 준다
- 4."월 160만원을 어떻게 내요"…다급해진 신혼부부 2만8천명 몰렸다
- 5.공무원 인기 부활?…9급 첫 월급 300만원 된다
- 6.[단독] 결국 백기든 쿠팡…이용 약관서 '해킹 손해 면책' 삭제
- 7.원금·4% 수익 보장 IMA, 첫날에만 2천200억 몰렸다
- 8.65세 넘었다면…문턱 높아지는 '절세통장' 챙기세요
- 9."1인당 50만원씩 준다"…소득 상관 없이 뿌린다는 곳 어디
- 10."집 사는 데 노후까지 영끌"…퇴직연금 깨서 집 산 3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