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올해 뉴욕증시에 '배트맨'이 뜬다…히어로가 되줄 기업들은?

SBS Biz 임선우
입력2025.01.03 10:46
수정2025.01.03 11:16

[앵커]

지난해 뉴욕증시의 상승세는 매그니피센트 세븐이 주도했다면, 올해는 이 일곱 개의 '멋진 녀석들'에 더해 한 명이 더 추가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름 짓기 고수들이 이번에도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냈는데요.

이른바 '배트맨'입니다.

여덟 개 기업들의 앞글자를 조합한 건데, 이들이 왜 수퍼 히어로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지, 임선우 캐스터와 하나하나 분석해 보겠습니다.

귀에 쏙 들어오는 신조어이긴 한데, 먼저 배트맨이 어떤 기업들을 말하는지부터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기자]

최근 월가에서 배트맨이라는 신조어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투자은행들이 시장 변화를 반영해 브로드컴과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 이렇게 8개 기업의 첫 글자를 따 만든 용어인데요.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어딘가 익숙하실 겁니다.

기존 매그니피센트 7에 브로드컴을 더해 만들어진 이름인데, 결국 올해도 M7이 건재함을 과시함과 동시에 브로드컴의 존재를 주목하라는 의미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배트맨의 지난해 성적은 어떻습니까?

[기자]

평균 74%라는 경이적인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요.

회사별로 보면 브로드컴이 146%, 애플이 29%, 테슬라 75%, 마이크로소프트 15%, 메타 66%, 아마존 50%, 알파뱃과 엔비디아 각각 35%, 174% 올랐습니다.

배트맨의 맨 앞자리의 영광을 차지한 브로드컴은 최근 한 달 동안 무려 5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보여주면서, 제2의 엔비디아라는 타이틀과 함께 AI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습니다.

월가에선 브로드컴을 '맞춤 양복점'으로, 엔비디아를 '기성복점'으로 비유하곤 하는데, 엔비디아는 범용 그래픽처리장치를 '원단'으로 미리 옷을 만들어 팔았다면, 이제 빅테크라는 '큰손 고객'들이 브로드컴에 자신의 체형에 맞는 맞춤 양복을 만들어 달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AI 핵심 기반시설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엔비디아의 GPU를 쓰는 것을 상식처럼 여겼지만, 최근에는 특정 작업에 최적화된 맞춤형 반도체에 강점을 갖고 있는 브로드컴이 XPU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AI 딥러닝에 최적화된 XPU는 GPU와는 다른 구조로 설계됐는데, 전력 소모가 적고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이던 구글, 메타, 바이트댄스 등 빅테크들이 브로드컴과 손을 잡았고, 계속해서 많은 기업들이 브로드컴과 협업해서 자신만의 칩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AI 반도체 시장에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독점적인 지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자들의 사랑은 아직은 식지 않은 것 같아요.

올해도 월가 최선호주로 꼽혔죠?

[기자]

경쟁이 심화되기는 하지만 엔비이다는 엔비디아라는 겁니다.

반도체 시장의 90%를 지배하고 있고, 올해 매출도 2천억 달러로 예상돼 지난해보다 50% 넘는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매출과 순익 증가율이 모두 40%를 넘는 회사는 배트맨 중 엔비디아가 유일합니다.

다만 비상식적으로 높은 순이익률을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을지, 또 브로드컴과의 치열한 경쟁이 관전 포인트겠고요.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의 범용 GPU가 '만능키'처럼 쓰이고 있지만, 너무 비싸게 판매한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1월로 끝나는 엔비디아의 2024 회계연도 순이익률은 56.6%에 달하는데, 정작 고객들인 빅테크의 순이익률은 높아야 30%에 그쳐, 하청업체인 엔비디아가 더 높은 마진을 기록하고 있는 현상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GPU에 억지로 끼워 맞추느라 고생해 온 빅테크들은 브로드컴의 맞춤형 칩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구글이 브로드컴과 손잡고 자체 칩 텐서프로세싱유닛, TPU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고요.

틱톡을 운영하는 중국 바이트댄스도 브로드컴의 고객이 됐습니다.

[앵커]

맞춤형 칩 시장이 커지면서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군요.

그렇다면, 월가에선 브로드컴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맞춤형 반도체 선두답게 월가는 일제히 올해 실적 전망 추정치를 높여 잡고 있는데요.

지난 10월 마감된 2024년 브로드컴의 순이익률은 24.3% 수준이었는데, 맞춤형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올해 예상 순익률은 50.1%까지 급등해, 엔비디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또 브로드컴이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는 데는 실적 성장과 더불어 꾸준히 배당을 늘리고 있다는 건데요.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최근 5개년 현금 배당 증가율은 14%가 넘습니다.

이는 10%대인 엔비디아와 MS보다 높고, 테슬라나 아마존과 같이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장점으로 꼽히고요.

이 같은 분위기 속 무배당 기조였던 메타와 구글이 작게나마 배당을 시작했고요.

번스타인은 브로드컴이 시장 평균 수익률을 웃돌 것이라며 매수를 추천했고,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브로드컴을 올해 최고의 반도체 주식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앵커]

배트맨의 첫자리를 차지한 브로드컴 자세히 짚어봤는데요.

나머지 기업들도 볼까요?

[기자]

먼저 테슬라의 경우 트럼프의 귀환으로 주가도 많이 오르고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적 대비 주가가 높은 편인데요.

지난해 주가가 80% 올라 분석가들의 평균 목표주가인 275달러를 35% 넘어서면서, CNBC는 올해 조심해야 할 종목 중 하나로 꼽기도 했고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실적 예상이 긍정적이지만 성장률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메타는 AI 시대에 적합한 맞춤형 광고 실적을 대폭 늘리면서, 높은 순이익률과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만들었고, 또 구글은 양자컴퓨터를 등에 업고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배트맨' 종목들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갖추고, 그동안의 실적 기반과 미래 성장 가능성으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데요.

각자의 방식으로 최근 뉴욕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인 인공지능과 긴밀히 얽혀있다는 점에 눈길이 갑니다.

중요한 건 배트맨을 대체할 만한 기업이 당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범죄와 싸우는 영웅 캐릭터 배트맨처럼, 이들 배트맨 기업들이 증시 불확실성과 싸워, 올해 시장을 지켜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임선우다른기사
[글로벌 비즈] 일본제철, 바이든 상대 소송 제기
[글로벌 비즈 브리핑] LG전자, MS와 'AI 맞손'…인공지능 동맹 맺는다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