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못 믿어 탈출했는데…내년에도 개미들 발 뺀다?
SBS Biz 윤지혜
입력2024.12.31 07:05
수정2024.12.31 20:55
[미국 증시 역대 최장 강세·상승 (PG) (사진=연합뉴스)]
2024년은 국내 투자자들의 '국장 탈출' 러시가 1년 내내 이어진 해였습니다.
주요국 증시 중 수익률 최하위권을 기록한 한국 시장에 투자자들은 등을 돌리고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주식 투자에 열중했습니다.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의 경쟁력 약화 우려와 수출 둔화세로 내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인 데다, 기업들의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잇따른 점도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게 만드는 데 한몫했습니다.
미국 주식이 새해에도 활황을 유지할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끌어올릴 만한 획기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분간 미국 주식으로의 '쏠림'은 지속될 거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립니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연초부터 이달 24일까지 미국 주식을 109억8천769만달러(약 15조2천586억원·연평균 환율 1,388.7원 기준)어치를 순매수 결제했습니다.
보관액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해 지난 24일 기준 1천175억9천650만달러(약 163조3천63억원)로 집계됐다. 연초 673억6천96만달러(약 93조5천469억원)와 비교하면 74.6%나 늘었으며, 보관액이 1천억달러를 넘어선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순매수 결제 금액 기준으로 보면 올해는 미국 주식투자 붐이 처음 일었던 2021년(207억9천181만달러)보다는 적었지만, 거래량은 월등히 많았습니다.
올초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량(매수·매도 건수의 합)은 1천215만건으로 작년(1천24만건)보다 18.6% 늘었고, 거래대금(매수·매도금액의 합)은 4천997억7천184만달러로 작년 대비 82.9% 폭증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5조2천25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으며, 코스닥시장에서는 6조6천35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양 시장 순매수액 총합은 1조4천억여원으로, 미국 주식 순매수액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을 일컫는 '서학개미'라는 신조어는 2020∼2021년쯤 탄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코스피가 폭락한 이후 저점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을 필두로 '동학개미 운동'이 일어났고, 이에 빗대 테슬라,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주식 커뮤니티와 각종 미디어에 등장했습니다.
3년여 전과 현재의 차이는 국내 주식엔 투자하지 않고 미국 주식에'만' 투자하는 개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래 국내 주식 투자자금이었던 자금이 해외 주식 투자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 2차 머니무브의 특징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