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지주사 리스크에 손발 묶인 우리투자증권
SBS Biz 조슬기
입력2024.12.27 17:18
수정2024.12.28 08:00
올해 8월 자기자본 약 1조2천억 원 규모의 국내 증권업계 18위의 중형 증권사로 첫발을 뗀 우리투자증권이 출범 이후 넉달째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업을 영위하기 위한 투자매매업 인가를 여전히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거래소 회원사 등록마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출범 당시 10년 안에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여의도 증권가에 화려하게 입성했습니다.
7월 말 금융투자업 변경 예비인가를 취득한 뒤 곧바로 8월 본인가 신청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IB 업무에 필수인 투자매매업 본인가 취득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는 사실상 기우나 다름없었습니다.
엘리트 관료 출신 경제·금융 전문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증권 사관학교' 대우증권 출신 30년 베테랑 증권맨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초대 대표가 출범식 당시 밝혔던 포부를 돌이켜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신증권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올해를 넘기지 않고 국내 10번째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하는데 가까스로 성공했다는 소식은 우리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소식일 텐데요.
투자매매업 본인가 지연과 함께 주식 위탁매매 업무도 발이 묶인 상태입니다.
증권사의 본업 중 하나인 주식거래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위탁매매업 인가와 한국거래소 회원사 등록이 필요한데, 거래소가 회원사 등록 여부를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거래소 회원사로 등록되지 않으면 주식 주문과 체결 업무가 아예 불가능합니다.
이와 더불어 연내 오픈을 목표로 추진 중인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도 아직 시중에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이 증권사로서 본격적인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주사이자 대주주인 우리금융그룹의 내부통제 리스크를 주된 이유로 꼽고 있는데요.
지난 9월 제기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논란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본인가가 문제없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입니다.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을 계기로 내년 계획돼 있던 정기검사를 10월로 앞당겨 실시했고, 검사 결과를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탄핵 정국 불안 등의 여파로 이 또한 내년 초로 미뤄지는 등 꼬인 실타래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요.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종합 증권사로서 한발짝도 내딛기 어려운 게 우리투자증권이 처한 씁쓸한 현실입니다.
출범 당시엔 지주사의 지원과 과거 명성에 힘입어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지금은 지주사의 내부통제 리스크가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인데요.
이에 대해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중장기 사업 목표와 전략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국과 검찰의 조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고 그만큼 시간도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투자증권이 처한 지금의 상황은 당분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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