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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선포에 따른 정치 불안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으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차갑게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이 오늘(27일) 발표한 12월 기업경기 조사(11∼18일)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4.5포인트(p) 낮은 87.0으로 집계됐습니다.

12월 CBSI(87.0)는 코로나19 대유행 첫 해인 2020년 9월(83.0)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또한, 12월 하락 폭(-4.5p)은 2023년 1월(-5.6p) 이후 최대 기록입니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운데 주요 지수(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를 바탕으로 산출한 심리 지표입니다.

장기(2003년 1월∼2023년 12월) 평균(100)을 웃돌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 반대로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입니다.

산업별로 제조업 CBSI(86.9)는 구성 5대 지수 가운데 업황(-1.3p)과 자금사정(-1.3p) 중심으로 11월보다 3.7%p 떨어졌습니다.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87.1) 역시 채산성(-1.5p), 자금사정(-1.5p) 악화와 함께 5p나 하락했습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낙폭은 각 2022년 9월(-5.6p), 2023년 10월(-7.4p) 이후 가장 컸습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기업 체감경기 악화 배경에 대해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애로를 겪는 부분이 화학·자동차 업종 관련 기업들의 응답에 반영된 것 같다"며 "미국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 기조 강화,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나 경쟁 심화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년 1월 CBSI 전망치도 전산업(82.4), 제조업(85.2), 비제조업(80.3)에서 이달 전망치보다 각 7.3p, 3.7p, 10.0p 떨어졌습니다.

비제조업 전망치 하락 폭(-10.0p) 역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4월(-23.5p) 이후 4년 8개월만에 최대 기록입니다.

황 팀장은 "특히 12월초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비제조업 기업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번 조사 기간(11∼18일)을 고려할 때 탄핵안 가결 등의 영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다음달 전망에까지 반영됐다"고 부연했습니다.

세부 업종의 BSI 변화를 보면, 제조업 가운데 스포츠용품 등 기타제조업, 이차전지 등 관련 전기장비업, 전자·영상·통신장비업의 부진이 두드러졌습니다.

소비 위축, 수출 둔화, 범용반도체 수요 약세 등이 원인으로 추정됐습니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도소매업, 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이 고전했습니다.

모두 소비 심리 악화와 관련이 있는 업종입니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까지 반영한 12월 경제심리지수(ESI)도 83.1로 전월보다 9.6p 급락했습니다.

2020년 3월(-21.2%) 이후 4년 9개월만에 가장 큰 낙폭입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89.7)도 1.1p 하락했습니다.

한편, 이달 조사는 이달 11∼18일 전국 3천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이 중 3천292개 기업(제조업 1천848개·비제조업 1천444개)이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