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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혼다·닛산 합병 추진…中 맹공에 '적과의 동침' 고육책

SBS Biz 임선우
입력2024.12.20 10:49
수정2024.12.20 11:17

[앵커]

'적과의 동침'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트렌드인데요.

원인은 중국입니다.

중국산 전기차의 존재감이 워낙 빠르게 커지니까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도 예외는 아닌데요.

혼다와 닛산이 합체해, 몸집을 불리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임선우 캐스터와 실제 합병 가능성과 그 영향,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혼다와 닛산이 한집 살림을 준비 중이라고요?

[기자]

일본을 대표하는 두 기업이 합병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일본 현지언론에 따르면 양사의 협상은 현재 양해각서 체결 단계까지 왔고요.

지주회사 통합 비율 등 세부 사항을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주사 안에서 각자의 브랜드를 독립 운영하는 방식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닛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미쓰비시모터스까지 편입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혼다와 닛산, 양사가 합쳐지면 3년 전 탄생한 글로벌 4위 스텔란티스 이후 가장 큰 자동차 업계 합병 건이 되는데요.

일본 1위 도요타를 뺀 업계 2,3,4위 기업들이 하나로 묶이게 되면, 연간 판매대수 800만 대를 넘어서는 글로벌 3위의 '공룡'이 탄생하게 됩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이렇게 똘똘 뭉치게 된 건 초저가 전략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맹공을 더 이상 손 놓고 볼 수만 없기 때문인데요.

몸이 달아오른 건 혼다와 닛산뿐만이 아닙니다.

합병까지는 아니어도 앞서 제너럴모터스와 현대차가 협력관계를 맺기도 했고, BMW는 도요타와 수소차 동맹을 선언하기도 하는 등 업체들 간 합종연횡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 대세 흐름이 된 요즘입니다.

[앵커]

혼다와 닛산의 경영통합 추진 배경은 뭐고, 업계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까?

[기자]

'생존을 건 도약'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의 무게 중심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또 자동차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 차세대 사업으로 옮겨가면서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한 만큼, 두 회사의 경영 여건상 합치지 않고는 버티기가 힘들다는 분석인데요.

특히나 멀찍이 떨어져 있던 것처럼 느껴지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저가 전략으로 맹공을 퍼부으면서, 후발주자인 일본 입장에선 단독 투자 부담이 큰 만큼, 조금이라도 덩치를 키워 최소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중국 전기차 외에도 최근 일본차들의 실적 부진도 이유인 것 같아요.

상황이 안 좋죠?

[기자]

이렇게까지 추락할 수 있나 싶을 만큼 처참합니다.

혼다부터 살펴보면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14.5% 줄어든 2천579억 엔, 우리 돈 2조 4천억 원을 기록했고요.

일본과 미국에선 간신히 이름값은 했지만, 글로번 판매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판매량이 뚝 떨어졌습니다.

닛산의 상황은 더 심각한데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85%나 미끄러졌고요.

중국 판매량은 12.7% 줄어 870억 원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실적 부진은 고스란히 경영난으로 이어졌는데요.

닛산은 수천 명을 감원했지만, 내부에서 앞으로 1년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분 매각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돌기까지 했습니다.

[앵커]

특히 한때 일본차 텃밭으로 불렸던 동남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결정적인 것 같습니다?

[기자]

동남아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들에 밀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요.

2019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동남아 시장점유율은 줄줄이 미끄러졌는데, 싱가포르 18%p, 태국 12%p 등 두 자릿수 넘게 줄었습니다.

반면 비야디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태국 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하고요.

동남아 전체로 놓고 봐도 도로 전기차 10대 중 7대는 중국 브랜드가 차지할 만큼,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습니다.

결국 노른자위 시장까지 빼앗긴 닛산은 기업 신용도가 투기 등급으로 떨어지기까지 했고, 혼다는 현지 공장 생산을 중단하는 등 체면을 구기고 있습니다.

[앵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군요.

생존을 위해 마지못해 합병 카드를 꺼낸 것처럼 보이는데, 닛산의 경우 먹잇감으로 전락한 모습이죠?

[기자]

이빨 빠진 호랑이를 노리듯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곳들이 있는데요.

애플의 단짝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대만 폭스콘도 닛산에 눈독을 들여왔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폭스콘이 전기차 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은 만큼 닛산 인수를 염두에 두고, 닛산 출신 임원을 영입하는 등 물밑 작전을 펼치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 위기감이 극대화 됐다고 짚었는데요.

이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인 에피시모캐피탈 매니지먼트까지 닛산 지분을 사들이며 5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자, 다급해진 닛산이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혼다에 구조신호를 보냈고, 전격적인 합병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실제 합병까지 성사가 될지 관심인데, 닛산의 최대 주주인 르노가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요?

[기자]

우여곡절도 많고, 넘어야 할 산도 참 많은데요.

르노가 닛산 지분의 36%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만큼, 이번 합병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르노가 닛산이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길 원하지만, 직접 자본을 투입해 구제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모든 협상에 열려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르노 자체 이익을 우선시하는 입장에서 모든 제안을 면밀히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앵커]

모든 변수를 넘어, 실제로 합친다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기자]

합병이 성사되면 지난해 730만 대를 팔아치우며 글로벌 판매량 3위 자리에 오른 현대차그룹을 단숨에 제치게 되는데요.

이를 두고 미래차 후발 기업들의 고육지책에 가깝다는 평가와 함께, 현대차의 장기적인 경쟁자가 나왔다는 분석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앞서 짚어본 것처럼 잘 나가는 선두 업체 간 '플러스' 합병이라기보다,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1 더하기 1이 2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요.

중복 판매망을 제거하다 보면 양사의 물량 총합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이번 합병 논의가 미래 차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시작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경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은 현재 자동차 시장이 적과의 동침, 이종 간의 결합이 기본 스탠스가 된 상황에서, 혼다와 닛산이 전기차에서 시너지를 발휘해 경쟁력 있는 중저가 모델을 낼 가능성이 있다 내다봤고요.

또 전기차 시장이 길어지는 캐즘과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침체할 수 있는 만큼, 혼다와 닛산이 '대체제'로 꼽히는 하이브리드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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