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상장 미룰까'…탄핵 정국 속 IPO 일정 못 잡는 '대어'들
SBS Biz 조슬기
입력2024.12.19 11:25
수정2024.12.20 14:32
부진한 국내 증시 흐름이 계속되는 가운데 탄핵 정국 속 정치적 불확실성마저 커지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기업들은 물론 투자자들도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려는 심리가 워낙 강해 대어급으로 평가받는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기업들도 상장 스케줄을 조정하며 제값을 받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가 엿보입니다.
"제값 못받을 바엔 서두르지 말자"…탄핵 정국에 멈춰선 IPO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당초 하반기 상장을 준비했던 케이뱅크와 SGI서울보증은 각각 내년 초로 IPO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두 회사 모두 지난 9월과 10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증시 입성에 한걸음 다가섰지만 연내 상장을 위한 속도전에 나서기보다 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상장예비심사 결과가 통지된 뒤 최대 6개월 동안 효력이 인정되는 만큼 내년 2월과 3월까지 상장 절차를 마쳐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남은 일정이 빠듯하다는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중의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최근 계엄 사태가 IPO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구체적인 탄핵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IPO 절차를 진행할 경우 수요예측 참패로 이어져 회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대어급 회사들 입장에서는 더욱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글로벌 3대 금속 절삭기계 제조사로 꼽히는 DN솔루션즈(옛 두산공작기계)도 일주일 전 거래소 상장 예비심사 문턱을 넘었지만, 계속되는 탄핵 정국 여파와 불안한 증시 여건 등을 이유로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을 내부적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DN솔루션즈보다 한 주 앞선 이달 2일 상장 예심을 통과한 LG그룹의 정보서비스(IT) 전문 계열사 LG CNS만 곧바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예정된 상장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조 단위 공모 자금을 무난하게 조달하려면 국내는 물론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수요 예측 참여가 필수인 만큼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흥행에 발목을 잡지 않을까 내심 고민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울며 겨자먹긴 싫어"…일단 내년으로 연기
IPO 시장 위축을 피하려는 움직임은 대어급 기업 뿐 아니라 예비 상장 기업 전반으로 확산된 상황입니다.
이달 들어 상장 일정을 내년으로 미룬 기업만 아스테라시스(11월→ 1월), 데이원컴퍼니·삼양엔씨켐(12월→1월), 모티브링크·아이에스티이(12월→2월) 등 5곳에 달합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 변경 공시와 철회 공시가 잇따라 이뤄지면서 탄핵 정국을 피하려는 기업들의 심리가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여기에 최근 두 달 새 증시에 입성한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곳의 공모가가 희망 범위를 밑돌았고 상장 후 주가 역시 공모가를 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이창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결국 IPO 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국내 증시 반등이 선행돼야 한다"며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기업들도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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