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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차이니즈 월' 있다더니…김병주 회장이 투자 전권 보유

SBS Biz 윤지혜
입력2024.12.16 11:21
수정2024.12.16 12:00

[앵커]

금융투자업계에는 '차이니즈 월'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중국 만리장성처럼 높은 벽을 쌓아 회사 내부의 정보 교류를 차단한다는 건데, 예컨대 한 금융회사가 기업 전략을 자문하다 그 정보를 경영권 인수에 쓰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차단 장벽을 둘러싸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가 첨예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요.

그런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두 가지 업무와 관련해 사실상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내용의 문건이 확인됐습니다.

윤지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MBK파트너스가 유한책임투자자(LP)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회사 소개 자료입니다.

고려아연의 신사업 전략 투자 업무를 검토했던 MBK 스페셜 시튜에이션스 투자심의위원회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총 4명의 의결권 멤버로 구성돼 있는데, 김병주 회장이 의장을 맡고 있고, 유일하게 '거부권(veto power)'을 보유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공동 대표가 두 명 있지만, 김병주 회장이 펀드의 전권을 갖고 있으며 최종 투자 결정을 맡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투자은행(IB)과 법조계에선 김병주 회장이 경영권 인수 업무를 담당하는 바이아웃펀드의 최종 결정권자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이라, 차이니즈 월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M&A 전문 변호사 :비밀유지계약서(NDA) 체결하고 그에 반하는 애매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증명하는 것은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해외와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NDA 체결한 당사자간 신의의 문제 아닌가 싶습니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차이니즈 월을 지키지 않고 투자·운용하고 있다며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난 2022년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와 신사업 전략을 검토하면서 비밀유지계약서(NDA)를 맺었는데, 올해 MBK파트너스가 바이아웃펀드를 통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했습니다.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MBK파트너스의 '바이아웃'과 '스페셜 시튜에이션스'부문은 실질적으로 분리돼 있으며, '차이니스 월'로 구분돼 내부 정보 교류 자체가 차단돼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김병주 회장이 투자에 대한 거부권(veto power)을 갖고 있지 않으며 펀드는 독립적으로 운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MBK파트너스를 겨냥해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부작용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SBS Biz 윤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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