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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자년' 문제 5분만에 풀어…양자컴퓨팅 '들썩'

SBS Biz 임선우
입력2024.12.13 10:48
수정2024.12.13 17:22

[앵커]

구글이 양자컴퓨팅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실험실 단계이고 아직 상용화된 건 아니지만,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말하자면 '계산기'나 '주판' 수준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게 구글의 설명인데요.

양자컴퓨터가 도대체 뭐고, 구글의 이번 발표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또 업계에선 왜 이렇게까지 주목하는지, 임선우 캐스터와 짚어보겠습니다.

최근 양자컴퓨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는데 구글이 큰 것 한방을 터뜨렸어요.

얼마나 빠른 겁니까?

[기자]

일단 단위조차 생소합니다.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가, 10 셉틸리언, 10의 24 제곱, 그러니까 자그마치 10자년이 걸려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단 5분 만에 풀어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10자년은, 우주의 나이를 초월하는 아득한 시간입니다.

양자컴퓨팅은 양자 연산의 최소 단위인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오류도 증가하는 점이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는데, 구글이 자체 개발한 양자칩 '윌로우'는 이 오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실시간으로 수정까지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연산 규모가 커질수록 오류가 누적되면서 알고리즘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구글은 기존 컴퓨터로는 풀지 못했던 문제를 새로운 양자컴퓨터가 해결하는 모습을 내년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앵커]

개념부터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양자 컴퓨팅이 뭐고, 어디에 적용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이 양자 컴퓨팅, 유엔총회가 내년을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할 만큼,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기술입니다.

양자컴퓨터는 중첩과 얽힘 등 양자역학적 특징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데이터 처리 시 연산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요.

기존 컴퓨터는 0 또는 1을 사용하는 비트를 기본 연산 단위로, 순차적인 단계를 거쳐 연산을 수행하는 반면, 0과 1을 동시에 갖는 중첩성을 활용한 양자 컴퓨팅은 한 번에 여러 계산을 병렬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연산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온 기존 컴퓨터와는 달리, 절대적 연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요.

연산량을 줄이고 병렬로 처리하면 기존 슈퍼컴퓨터가 백만 년 걸리는 암호 해독을 단 몇 초면 해낼 수 있습니다.

활용될 수 있는 분야도 무궁무진합니다.

금융분야에선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데 쓰일 수도 있고요.

IT로 넘어가 보면 머신러닝 속도를 대폭 높일 수 있고요.

이밖에 의료부터 제약, 자동차, 항공우주, 에너지와 기후 변화 등,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초현실적인 속도로 풀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앵커]

특히 인공지능 분야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구글의 깜짝 성과로 그간 AI 반도체에 쏠려있던 무게 중심이 양자컴퓨팅으로 이동하는 양상입니다.

아시다시피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데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전력,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이 없어 너 나 할 것 없이 몸값 비싼 엔비디아 칩을 서로 사겠다며 줄을 서 왔는데, 구글이 양자 칩 상용화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얻었단 소식에, 시장 판도가 흔들리는 분위기입니다.

양자 컴퓨팅이 등장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AI 학습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 엔비디아 역시도 관련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구글의 역습에 이날 반사작용으로 주가가 3% 가까이 빠졌고요.

반면 구글은 5% 넘게 급등해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고,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IBM과 아이온큐 등 주가 역시 폭발했습니다.

특히 뉴욕증시에서 양자컴퓨터 테마 주도주로 꼽히는 아이온큐는 지난 6개월 새 주가가 360% 폭등했고요.

국내 관련주들도 일제히 랠리에 올라탔는데, 양자암호통신기업 엑스게이트는 같은 날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7천120원에 장을 마친데 이어, 이튿날인 12일에도 장중 20%를 웃도는 급등세를 이어갔고요.

케이씨에스, 에이엘티, 드림시큐리티 등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미래 기술로 분류되던 양자컴퓨팅이 현실의 문제 해결을 모색하면서 상용화 기술로 자리를 옮기자, 시장이 일제히 환호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구글의 발표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이 잠시 요동쳤어요.

무슨 연관이 있는 건가요?

[기자]

가상자산은 정보를 중앙 서버가 아닌 모든 참여자의 네트워크에 분산해 공유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위조하거나 해킹이 불가능한 난공불락 요새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이번에 성공한 양자 컴퓨팅 기술로 이 '요새'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론적으로 블록체인 암호도 단숨에 뚫어 버릴 수 있다는 건데요.

앞서 설명드린 대로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중첩을 통해 수많은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고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양자 컴퓨팅이 기존 암호 체계를 완전히 마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특히 가상자산의 경우 수학적 암호를 푸는 방식의 채굴부터 거래와 지갑 보관까지 모두 암호화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만능열쇠 양자컴퓨팅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구글의 발표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순식간에 4% 넘게 떨어져 9만 5천 달러 선에서 아래로 떨어졌고요.

이더리움도 5%, 리플은 13%나 급락하는 등, 충격이 컸습니다.

이후 비트코인의 암호를 해독하려면 수만 개의 큐비트가 필요한데, 윌로우의 경우 105개의 큐비트로 이뤄져 있어 현재로서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앵커]

업계 평가는 어떻습니까?

상용화가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한 건가요?

[기자]

일단 관련 업계는 구글의 발표에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나온 평가들을 보면 "양자 시스템의 내재적 불안정성 극복하는 신기원"이다, "꿈만 같던 오류 없는 양자 알고리즘을 실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고요.

관련 시장이 10년 뒤 2천700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이렇게 기술 혁신의 포문을 열었지만, 상용화까진 갈 길이 멀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큐비트 생성을 위해 초전도 소자, 이온 및 중성원자 트랩, 반도체 양자점 등 다양한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데, 아직 주도적인 기술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 초기 단계라는 사실을 알려주고요.

안정성과 오류율 개선, 또 전반적인 효율성 증대가 획기적으로 이뤄져야 양자컴퓨터의 실용성이 입증될 수 있습니다.

구글 역시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RCS 벤치마크 계산을 통해 윌로우의 성능을 측정했지만 실제 응용 분야는 찾지 못했고요.

양자 시스템 시뮬레이션에서는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면서도 기존 컴퓨터로도 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목표로 실제 문제에 적용 가능한 계산을 처음 구현해 내고,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영역의 알고리즘을 개발해 실질적이고, 상업적으로 유용한 문제를 해결하겠다 밝혔는데요.

일각에선 대당 수십억 원에 달하는 초저온 냉각 시스템을 구축해야 등, 비용과 수요 문제가 일차적인 한계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따라서 당장 판도를 뒤집을 혁신이 나오길 기대하는 건 어렵겠지만, 그 방향만은 시장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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