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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방어선 '위태'…계엄 사태에 강달러까지

SBS Biz 이한나
입력2024.12.13 10:48
수정2024.12.13 11:08

[앵커]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공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이번 주 내내 원달러 환율은 1천430원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는데 시장에선 1천450원, 더 나아가 1천500원까지 찍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단을 어디까지 열어둬야 하는지 힘겨운 고민과 버티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계엄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입니다.

말 그대로 '초비상' 상황입니다.

이번주 환율 흐름부터 다시 보죠?

[기자]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이 무산되면서 주초부터 크게 요동쳤습니다.

월요일 1천426원에 개장한 뒤, 곧바로 1천430원선을 돌파했고, 무려 17원 넘게 급등하면서 1천437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 고점은 1천438원을 넘겼습니다.

화요일부터는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 중반 잠시 1천430원선 아래로 내려왔지만, 이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고요.

윤 대통령의 퇴진 거부 담화 발표가 나온 목요일에는 1천430원대로 완전히 올라섰습니다.

[앵커]

변동성이 큰 한 주였는데, 어쨌든 환율은 이제 1천400원선이 노멀 한 수준이 됐어요?

[기자]

원달러 환율의 1천400원대 고착화 조짐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고, 지금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야간 거래에서는 1천442원까지 뛰면서 심리적 저항선이 1천450원선까지 높아진 상황입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천45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이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외에 겪어본 적이 없는 '위기 환율'입니다.

[앵커]

최악의 경우, 어디까지 오를 것으로 보이나요?

[기자]

최대 1천50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환율이 마지막으로 1천500원대를 기록한 건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3월 10일입니다.

노무라증권은 "내년 2분기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5월 말까지 원·달러 환율을 1천500원 타깃으로 달러 매수를 추천한다"고 제시했습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요.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계속 커질 전망이고,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해외 자본 이탈까지 겹치면 일시적이긴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선을 넘기는 게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당장 문제는 어떻게 방어하느냐인데,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환율을 방어할 실탄인 외환보유액이 6년 만에 4천억 달러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 나옵니다.

외환 당국이 공격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는데요.

외환보유액이 줄면 외국 자본 유출이 더 빨라지고 내국인 자본 유출도 늘어날 수 있어 문제가 커집니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천153억 9천만 달러로 집계됐는데요.

규모로만 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중국, 일본, 스위스 등에 이어 세계 9위 수준입니다.

하지만, 추세를 봐야 하는데요.

지난 2021년 10월 4천692억 1천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뒤 이후 3년 동안 감소했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22년 5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300억 달러 이상 줄었습니다.

이 와중에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을 넘나들 경우 당국이 외환보유고를 헐어 시장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고, 결국 4천억 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건데요.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등으로 '비상 계획'을 가동할 예정이지만, 단기 처방으로 환율 방어가 가능할지도 현재로선 미지수입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비상 계획도 강달러 기조가 계속되면 효과가 없을 텐데, 달러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주요 해외 투자은행들은 미국 달러화의 상대적 강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달러 가치에 대해 "미국의 높은 성장세와 자산 수익률 등이 강달러를 지지 중"이라며 "새 행정부의 관세 부과 등으로 앞으로 최대 12개월간 달러화 약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고요.

JP모건은 공식적인 관세 발표가 없더라도 달러가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데요.

달러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최대 7%까지 강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유로화와 달러와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바클레이즈는 지속적인 달러 강세에 장애물이 거의 없다고 분석했는데요.

트럼프의 정책 외에도 경제적 모멘텀이 달러에 유리하게 전환됐고,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에 대한 예측도 다소 축소됐기 때문입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달러가 트럼프의 취임 전까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 "트럼프가 당선된 지금이 달러에 가장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한편으로는 달러가 너무 강세로 치우쳤다, 그래서 달러를 팔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와요?

[기자]

모건스탠리는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금 달러를 매도할 시점"이라는 의견을 냈는데요.

그 이유로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이 지나치게 강한 달러화를 선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달러에 대한 좋은 소식은 이미 반영됐고 달러화 가치의 강세를 주도하는 미국 예외주의도 시장에 내재화됐다"며 "유로화에 미칠 악재 역시 이미 유로화 약세에 반영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트럼프의 보편 관세 도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지나친 달러 강세를 불렀다고 진단했는데요.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이 트럼프 집권 2기에 시행할 정책의 속도와 폭, 그리고 규모를 과대평가하는 측면이 있다"며 "트럼프의 새 무역정책은 상대적으로 빨리 나올 수 있지만 시행은 예상보다 느리고, 중국에 집중된 방향으로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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