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연합 전성시대 속 '가입자 붙잡기' 힘든 티빙-웨이브
SBS Biz 이민후
입력2024.12.12 17:55
수정2024.12.14 09:00

넷플릭스와 쿠팡플레이가 전략적 업무협약(MOU)를 맺으며 콘텐츠 다변화에 나선 가운데 최근 웨이브와 티빙의 단계적 통합은 KT의 간접적 반대에 시일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생존을 위해 합병하는 국내 OTT 처지와 달리 해외 OTT들은 서비스 확대를 내걸며 국내 시장 수성·공략에 나섰습니다.
오늘(14일) 업계에 따르면 임현규 KT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은 어제(12일) '2024 IPTV의 날' 행사에서 "OTT는 IPTV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며 "OTT 이용 트렌드를 보면 모바일에서 TV로 옮겨가고 있어 IPTV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KT는 앞서 "국내 유료방송과 콘텐츠 산업 발전과 상생 관점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힌 전적이 있는 만큼 합병에는 시일이 걸릴 수 있단 관측이 나옵니다.
앞서 웨이브의 대주주인 SK스퀘어와 CJ ENM은 지난달 27일 각각 1천500억원, 1천억원을 웨이브에 투자한다고 밝히면서 업계에서는 합병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이어졌습니다.
웨이브의 경우 지난해 791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전환사채 만기를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재무 상태였는데 숨통이 트인 겁니다.
다만, 티빙의 대주주인 CJ ENM(48.9%) 외에 KT스튜디오지니(13.5%), 젠파트너스앤컴퍼니(13.5%), SLL중앙(12.7%), 네이버(10.7%) 등이 포함돼있는 상황에서 2대 주주인 KT의 합병 승인이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지난해 티빙 역시 1천42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두 회사는 모두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출혈경쟁' 마다않는 넷플릭스·쿠팡플레이
다만, 국내 OTT 업체의 주주들이 합병 조건을 두고 고심하는 와중에 해외 OTT는 국내 상거래업체·국내 OTT와의 제휴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달 26일부터 네이버플러스멤버십 이용자들에게 넷플릭스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의 가격은 월 4천900원으로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이용권 가격인 5천500원보다 600원 더 저렴합니다. 1년 장기 결제를 할 경우 월 3천900원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e-커머스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네이버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려는 넷플릭스의 뜻과 맞아떨어졌다고 업계에서는 바라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넷픍시의 일별 신규 설치 건수는 지난달 19일 1만1천980건, 20일 1만688건을 기록했으나 신규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달 26일 신규 설치 건수가 3만5천440건을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네이버와 제휴 서비스 출시 이후 신규 앱 설치 건수가 3배로 뛴 만큼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이종산업 간의 연계를 통해 톡톡한 효과를 본 겁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OTT와 해외 OTT 간의 연계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쿠팡은 내년부터 자체 OTT 쿠팡플레이 콘텐츠에 미국 OTT 파라마운트플러스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이번 계약을 토대로 내년부터 파라마운트 콘텐츠를 다수 공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쿠팡의 경우 월 회비(와우멤버십)를 통해 7천890원으로 제공하는데 이같은 서비스 확장에 나선 것 역시 e커머스와 동시에 국내 OTT 시장을 따라잡겠따는 목표로 풀이됩니다.
콘텐츠 많아져도 가격 인상하면 '글쎄'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OTT의 콘텐츠 다변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봤지만 가격에는 심리적 저항을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OTT K-오리지널 콘텐츠 초기 시청자 평가’ 조사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를 구독하지 않는 OTT 이용자 중 4명 중 1명(24%)은 합병 후 신규 가입 의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실제로 신규 가입 의향을 드러낸 응답자 중 상당수는 합병 이후 구독료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자 가입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합병 후 구독료가 인상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전에 가입 의향을 보였던 사람들 중 70%가 마음을 바꾼 상황입니다.
동시에 기존 이용자들 중에서도 합병 후 구독료 인상 시 티빙 이용자의 43%, 웨이브 이용자의 33%가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현재 티빙은 9천500원에서 1만7천원, 웨이브는 7천900원에서 1만3천900원 수준의 월 구독료를 받고 있습니다.
사실상 신규 콘텐츠가 늘어나더라도 이용자들은 월 1만원 이상은 지출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됩니다.
OTT 생존 전략은 '가성비'로 '가입자 붙잡기'
결국은 '가성비'가 해답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OTT 업체들은 심리적 가격 저항선과 맞서기 위해 '광고요금제'를 도입하거나 통신사와의 협업을 통해 가격을 줄이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스포츠' 등 콘텐츠를 도입하거나 숏폼 드라마를 도입하는 등 시장에서의 다양한 시도가 활발합니다.
특히 콘텐츠업계에선 여러 서비스를 묶어 저가에 공급하는 번들링 전략을 시장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콘텐츠 플랫폼들이 사업 전략을 유료 구독자 증가와 더불어 가입자 붙잡기에도 방점을 두면서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포섭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겁니다.
당분간은 OTT 모두 가입자 이탈 방지를 위해 출혈경쟁에 나서는 가운데 토종 OTT의 생존을 위한 합병에는 지지부진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OTT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 간 합병 이후 가격 인상을 단행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콘텐츠 추가 투자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OTT 업체의 버티기 위한 뒷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은 티빙의 사례처럼 '숏폼 콘텐츠' 진입 등 적은 제작비로 가입자를 유지하는 것처럼 국내 OTT의 가성비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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