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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막전막후] 쇄신은 없고 '삼성 미전실' 올드맨 귀환

SBS Biz 배진솔
입력2024.12.05 16:30
수정2024.12.05 18:40

[앵커] 

요즘 우리 경제 분위기가 심상치 않죠. 



그중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추락에 내부 안팎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연말 인사를 통해 쇄신 작업에 나섰는데요. 

특히 그간 '전략의 부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큰 그림을 그릴 '경영진단실'을 새로 신설했습니다. 

과거 미래전략실, 미전실의 부활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산업부 배진솔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새로 신설된 이 조직부터 설명해 주시죠. 

[기자]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은 '계열사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전문 조직입니다. 

그룹 내 계열사와 사업부의 경영과 조직, 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주는 건데요. 

사실상 주요 사업부의 경영을 감사하고 개선책을 낸다는 점에서 '미래전략실' 기능 일부를 복원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과거에도 미래전략실 안에 '경영진단팀'이 있었는데, '관리의 삼성'을 가능하게 했던 강한 감사와 통제가 있었습니다. 

조금 다른 점은 이번에 신설된 경영진단실은 계열사의 '요청'이 있었을 때만 개선 작업을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해오던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트렌드 변화나 경기 동향 등을 집중 분석하는데 활용될 예정입니다. 

[앵커] 

이 조직의 첫 수장으로 미래전략실 출신 사장이 왔죠. 

[기자] 

초대 실장으로 최윤호 사장이 임명됐는데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삼성SDI 사장을 거친 과거 미전실 핵심 멤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의 '복심'으로도 꼽히고 기획·재무통으로 언급되며 차기 부회장 후보로도 거론돼 온 인물입니다. 

회사 내부에선 최윤호 사장에 대해 '디테일하고 추진력이 있다', '집요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는데요. 

신설된 조직에 '헤비급' 수장을 앉히면서 향후 미전실 역할을 할 이 조직에 힘을 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이 조직 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도 중요하죠. 

[기자] 

현재 조직 규모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데요. 

과거 미전실이 8개 팀으로 총 150여 명 규모였던 걸 감안하면 그 정도 수준으로는 키워져야 조직이 잘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옵니다. 

또 삼성 전 계열사에서 특정 사안들에 대해 진단을 요구했을 때 기민하게 움직이려면 전문 인력들이 포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속적으로 컨트롤타워 부활에 대한 요구는 있어 왔죠. 

[기자] 

그룹 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서도 삼성의 '그룹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강조해 왔는데요.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작은 돛단배에는 컨트롤타워가 필요 없지만,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많은 조직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계열사 총 63개, 자산총액 566조 원에 이르는 삼성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릴 조직이 필요하다는 요구였습니다. 

[앵커] 

그럼 과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전실은 어땠습니까. 

[기자] 

미전실은 1959년 고 이병철 창업회장 시절 회장 비서실에서 출발했습니다. 

한번 경쟁사에 밀리기라도 하면 수개월간 내부 감사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잘 이행했는지 점검하는 '이행진단'을 받게 했는데요. 

이후 그룹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로 명칭을 바꿔가며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해체되면서 삼성 내부에선 미전실, 이 단어에 손사래를 치는 분위기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인사에 과거 미전실 출신들이 전면에 포진했어요. 

[기자] 

먼저 사업지원TF를 이끌고 있는 정현호 부회장이 내년에도 조직을 이끕니다. 

일각에선 비용 효율화나 단기 실적 등 '숫자 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회사 경쟁력 확보는 미진했다는 평가 나오면서 재무라인을 담당하던 '사업지원TF'에 대한 책임론이 나왔는데요. 

예를 들어 2019년 반도체 부문에서 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HBM 기술 개발 조직이 당장에 돈이 되지 않는다고 조직을 축소한 일이 있었는데요. 

단기 실적에만 몰두해 미래 전략 관리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왔죠. 

그런데 이재용 회장이 경영 수업이 본격화한 시기부터 그룹 사업 전반의 의사결정을 도우면서 정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그룹 위기 상황에서 큰 변화를 주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밖에도 미전실 출신 박학규 사장도 사업지원TF에 합류, 박 사장이 있던 CFO 자리엔 미전실 출신 박순철 부사장이 내정됐습니다. 

또 미전실 출신 김용관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DS 부문 경영전략으로 이동했습니다. 

[앵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에서 쇄신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은 뭔가요? 

[기자] 

올드맨 위주의 관료주의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부진했던 반도체 부문에서도 새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사실상 현상 유지인사가 났는데요. 

메모리 사업부장 자리는 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겸임 형태로 맡게 됐습니다. 

전 부회장은 2014년에도 메모리사업부장을 맡은 바 있는데, 또 맡게 된 것이죠. 

적자에 빠진 파운드리 사업부는 한진만 반도체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이, 실적 부진이 심각한 시스템LSI 사업부는 기존 박용인 사장이 유임됐습니다. 

[김용진 /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 삼성전자가 혁신보다는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거나 혹은 과거의 기술을 사용해서 생산을 안정화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 혁신에서 더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라고 표현을 하고 이번 인사가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는 겁니다.] 

[앵커] 

이재용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꼽히죠? 

[기자]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 선고가 내년 2월로 잡혀 있는 상태입니다. 

아직 '사법 리스크'가 남아있는 만큼 안정적 경영 환경이 필요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검찰은 최근 항소심에서도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한 바 있습니다. 

선고 이후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나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요. 

사업지원TF에 대한 인사는 내년 2월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인데, 내부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기자] 

내년 경기가 더 어려워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심기일전' 해야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AI 시대 필수 메모리인 HBM에서 경쟁사보다 한 발 뒤처지면서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재정비에 나섰습니다. 

반도체 부문에 'AI 센터'를 신설해 AI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시스템LSI사업부는 일부 실을 없애며 조직 슬림화에 나섰습니다. 

삼성전자는 이달 중순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입니다. 

[앵커] 

배진솔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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