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 브리핑] '반도체 왕국' 꿈꿨던 인텔 CEO 짐쌌다 外
[사임한 팻 겔싱어 인텔 CEO]
[글로벌 비즈 브리핑] 한 눈에 보는 해외 경제 이슈
▲'반도체 왕국' 꿈꿨던 인텔 CEO 짐쌌다...팻 겔싱어 전격 사임
▲글로벌 車 업계 '시련의 계절'...세계 4위 CEO도 퇴진
▲"中 기업 오지마"...美, CES 대규모 비자발급 거부
▲美,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발표...한국산 HBM도 적용
'반도체 왕국' 꿈꿨던 인텔 CEO 짐쌌다...팻 겔싱어 전격 사임
'반도체 왕국 재건'을 목표로 인텔 지휘봉을 잡았던 팻 겔싱어(63)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교체됐습니다.
인텔은 현지시간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겔싱어 CEO가 지난 1일부로 사임했다고 밝혔습니다. CEO직을 맡고 회사를 이끈 지 4년 만입니다.
인텔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진스너 부사장과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 등을 이끄는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사장을 차기 CEO 선임 때까지 회사를 이끌 임시 공동 CEO로 임명했습니다.
겔싱어 전 CEO는 18세에 엔지니어로 인텔에 입사해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뒤 2009년 회사를 떠났다가 2021년 CEO로 화려하게 복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재임 기간 실적 부진으로 경영난이 확대돼왔습니다.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개인용컴퓨터(PC)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왔지만, 모바일 및 인공지능(AI) 등 시대 변화에 뒤처지고 주력인 CPU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AMD에 추격을 허용하며 경쟁력을 잃어왔습니다.
겔싱어 전 CEO는 인텔 복귀 이후 '반도체 왕국 재건'을 목표로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 왔습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재진출을 선언하고, 삼성전자는 물론,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를 수 년내에 따라 잡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 정부로부터 이른바 '인텔 지원법'이라고 하는 '반도체 법'을 만들어 78억6천500만 달러(약 11조 원)의 직접 자금 지원을 끌어냈고,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10년 이상 손 놓고 있었던 기술 혁신을 따라잡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줄어드는 PC 수요 등으로 가속하는 경쟁 속에 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계속해서 감소했고, 시장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난 2분기에는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모두 월가 전망치를 밑돌고, 3분기 예상치도 시장 전망치를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는 상장 이후 최대 폭인 하루 26%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다른 경쟁사들의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인텔 주가는 올해만 해도 약 50% 급락했습니다.
인텔은 100억 달러 비용 절감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전체 직원의 15%인 1만5천명을 정리 해고했습니다. 또 2024 회계연도 4분기에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간 자본 지출도 20% 이상 줄이기로 한 바 있습니다.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급기야 칩 경쟁자인 퀄컴의 인수 대상으로까지 거론되는 처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경영난에 따른 투자 지연으로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직접 자금도 당초 85억 달러에서 6억3천500만 달러(약 8천872억 원)가 줄어들었습니다.
겔싱어 전 CEO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이날 뉴욕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 이상 상승 중입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 수장들이 심각한 경영난으로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프, 크라이슬러 등을 보유한 세계 4위 자동차회사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부진과 주가 폭락 여파로 임기를 1년여 남긴 채 사임했습니다.
타바레스 CEO의 임기는 2026년 초까지였지만 미래 전략을 두고 이사회 및 일부 주주들과 견해차가 생기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떠나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실적 부진에 따른 경질성 인사로 해석됩니다.
올해 스텔란티스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책임의 화살을 맞았습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3분기 매출이 27% 급감했습니다. 9월엔 올해 마진율 전망치를 종전 두 자릿수에서 5.5~7%로 낮춰 잡았습니다.
스텔란티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3% 이상 떨어졌고 연중 고점 대비로는 절반 넘게 내린 상태입니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건 스텔란티스만이 아닙니다. 본 닛산자동차의 경우 기업 신용도가 투기 등급으로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스티븐 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자리를 내려놓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하루 전 보도했습니다. 닛산은 지난달 7일 실적 부진을 이유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고 전 세계 직원 중 약 7%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축하겠단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적 악화에 비상 경영을 선언한 독일 대표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대규모 파업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폭스바겐은 앞서 3분기 실적에서 순이익이 전년 대비 3분의 1토막이 나자 비용 감축을 위해 독일 내 공장 3곳 폐쇄와 임금 10% 삭감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30년 동안 유지한 고용안정 협약을 파기해 정리해고를 위한 길도 열어놨습니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최대 자동차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 경기 둔화와 토종 전기차 업체들의 급부상으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 전환을 위해 투자를 늘렸지만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고, 관세 폭탄을 예고한 트럼프 리스크도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中 기업 오지마"...美, CES 대규모 비자발급 거부
중국 기업들이 다음 달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의 초청장을 받았음에도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을 무더기로 거부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등은 오늘 개막을 약 한 달 앞둔 CES 참가 중국 기업의 직원 상당수가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CES 참가 기업 4천 곳 중 중국은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를 두고 현재 전례 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한 기술 마케터는 “주중미국대사관에서 비자 인터뷰를 하면서 CES 초대장을 보여줬는데 담당자는 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았다”면서 “CES 참석을 언급하면 90% 확률로 비자가 거부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SCMP에 말했습니다.
CES 대변인도 “중국에서 오는 CES 참가자들의 비자 신청이 거부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까지 미국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CES 2025는 내년 1월 7∼10일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립니다.
美,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발표...한국산 HBM도 적용
미국 정부가 중국이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등 다른 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을 통제했습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현지시간 2일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습니다.
상무부는 이번 수출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이번 수출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상무부는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memory bandwidth density)가 평방밀리미터당 초당 2기가바이트(GB)보다 높은 제품을 통제하기로 했습니다.
상무부는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이 이 기준을 초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에 HBM 일부를 수출하는 삼성전자가 이번 통제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생산량이 미국 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어 당장은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BM 수출통제는 오는 31일부터 적용됩니다.
상무부는 HBM을 미국이나 동맹국에 본사를 둔 기업의 중국 자회사에 수출할 경우에는 일부 제품에 대해 수출통제 예외를 신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습니다.
이날 상무부는 중국이 첨단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3종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도 발표했습니다.
상무부는 또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특정 반도체 장비와 관련 부품에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만드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상무부는 중국의 군 현대화와 연관된 기업 140개의 명단을 발표하고서 이들 기업에는 첨단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수출하면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상무부는 이들 기업이 군사용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지원해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중국에 있지만 일부는 일본, 한국, 싱가포르에 있는데 한국에서는 'ACM 리서치 코리아'와 '엠피리언 코리아' 2개 기업이 지정됐습니다.
상무부는 이날 발표한 수출통제의 목적이 중국이 전쟁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첨단 AI를 개발하는 것을 늦추고, 중국이 자체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방해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군 현대화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첨단반도체와 AI 기술이 핵심이라고 보고 그동안 일련의 수출통제를 통해 중국의 기술 확보를 견제해왔습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우리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는 첨단기술의 생산을 현지화하려는 중국의 능력을 우리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해 약화하고자 하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표적화 접근의 정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은 우리의 적들이 우리의 기술을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중대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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