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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왕국' 꿈꿨던 인텔 CEO 짐쌌다…팻 겔싱어 전격 사임

SBS Biz 임선우
입력2024.12.03 04:28
수정2024.12.03 05:56

[사임한 팻 겔싱어 인텔 CEO]


'반도체 왕국 재건'을 목표로 인텔 지휘봉을 잡았던 팻 겔싱어(63)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교체됐습니다.

인텔은 현지시간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겔싱어 CEO가 지난 1일부로 사임했다고 밝혔습니다. CEO직을 맡고 회사를 이끈 지 4년 만입니다.

인텔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진스너 부사장과 클라이언트컴퓨팅그룹(CCG) 등을 이끄는 미셸 존스턴 홀트하우스 사장을 차기 CEO 선임 때까지 회사를 이끌 임시 공동 CEO로 임명했습니다.

겔싱어 전 CEO는 18세에 엔지니어로 인텔에 입사해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오른 뒤 2009년 회사를 떠났다가 2021년 CEO로 화려하게 복귀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재임 기간 실적 부진으로 경영난이 확대돼왔습니다.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50년 가까이 개인용컴퓨터(PC) 중앙처리장치(CPU)를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지배해왔지만, 모바일 및 인공지능(AI) 등 시대 변화에 뒤처지고 주력인 CPU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AMD에 추격을 허용하며 경쟁력을 잃어왔습니다.

겔싱어 전 CEO는 인텔 복귀 이후 '반도체 왕국 재건'을 목표로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 왔습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재진출을 선언하고, 삼성전자는 물론,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를 수 년내에 따라 잡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미 정부로부터 이른바 '인텔 지원법'이라고 하는 '반도체 법'을 만들어 78억6천500만 달러(약 11조 원)의 직접 자금 지원을 끌어냈고, 미국과 전 세계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10년 이상 손 놓고 있었던 기술 혁신을 따라잡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줄어드는 PC 수요 등으로 가속하는 경쟁 속에 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계속해서 감소했고, 시장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지난 2분기에는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모두 월가 전망치를 밑돌고, 3분기 예상치도 시장 전망치를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는 상장 이후 최대 폭인 하루 26%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다른 경쟁사들의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인텔 주가는 올해만 해도 약 50% 급락했습니다.

인텔은 100억 달러 비용 절감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전체 직원의 15%인 1만5천명을 정리 해고했습니다. 또 2024 회계연도 4분기에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간 자본 지출도 20% 이상 줄이기로 한 바 있습니다.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급기야 칩 경쟁자인 퀄컴의 인수 대상으로까지 거론되는 처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경영난에 따른 투자 지연으로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받기로 한 직접 자금도 당초 85억 달러에서 6억3천500만 달러(약 8천872억 원)가 줄어들었습니다.

겔싱어 전 CEO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이날 뉴욕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 이상 상승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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