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이대론 도태"…'종투사 잰걸음' 중소형 증권사들
SBS Biz 조슬기
입력2024.11.29 16:37
수정2024.11.30 08:00
국내 증권사들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해 잰걸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이 먼저 출사표를 던졌고, 현대차증권도 대규모 자본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 장기화 속에서 새로운 수입원 확보를 위한 종투사 진입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명가 재건' 승부수 대신증권, 종투사 지정 신청
'큰 대(大'), 믿을 신(信)'이라는 슬로건으로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대신증권은 2000년대 초반까지 업계 상위 증권사로 탄탄한 길을 걸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증권 회사 하면 대신증권을 떠올릴 정도로 친숙한 이미지를 가졌는데요. 특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기업 분석의 강자로 업계에 자리매김하며 기관과 개인에 차별화된 중장기적 투자 안목을 제공해 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증시가 얼어붙으면서 부침을 겪었는데요.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중심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요 사업축을 부동산과 투자금융(IB) 등의 분야로 옮기고 재도약을 위한 노력을 적지 않게 기울여왔지만, 대기업이나 은행 계열이 아닌 증권사가 독자적으로 성장을 도모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비록 예전 만큼은 아니더라도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에 이름을 올리며 나름 경쟁력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회사 성적표는 그간의 위상과는 걸맞지 않습니다. 대신증권의 3분기 개별기준 순이익은 137억 원, 연결기준 순이익은 3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2%, 85.6% 급감했습니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역시 개별기준 1천199억 원, 연결기준 1천84억 원으로 각각 30.6%, 25.4% 줄었습니다.
저조한 트레이딩 성과와 증시 침체로 인한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가 주된 원인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업계 전반에 깔린 구조적인 악재입니다. 꾸준한 자본금 확충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대형사들은 해외주식 거래와 기업금융(IB)·자산관리(WM) 등의 성과로 이를 극복하는데 성공했는데요. 특히, 분기마다 수천억 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중소형사와 실적 격차를 갈수록 벌리는 모습은 대신증권 입장에서는 유독 뼈아픈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신증권이 금융당국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인가를 신청한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자기자본 3조 원을 돌파하며 신청 자격을 획득한 대신증권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종투사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는데요. 지금보다 몸집을 불려 사업 다각화에 나서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뿐더러 종투사 라이선스 취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경영진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대체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 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테면 헤지펀드에 자금 대출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부터 외화 일반 환전 업무 등이 가능해집니다. 또 일정 자기자본 규모를 넘을 경우 어음 발행, 종합투자계좌(IMA) 업무 등도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10대 증권사 중 대신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는 현재 종투사 라이선스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체급'이 곧 사업 경쟁력…금융위 제도개선 변수
대신증권의 고민은 1조 원에서 2조 원대 자기자본을 갖고 있으면서 비슷한 실적을 기록 중인 중소형 증권사들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교보증권도 최근 창립 75주년 기념행사 자리에서 초대형 IB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종투사 진입 의지를 거듭 밝혔는데요. 지난 3분기 800억 원 넘는 영업이익과 600억 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영업점 재배치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추진하며 종투사 전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자기자본 1조3천억 원 규모의 현대차증권도 최근 2천억 원대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종투사 전환을 위한 자본금 확충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었습니다. 자기자본 규모가 곧 경쟁력으로 통하는 증권업 특성을 감안하면 지금의 수준으로는 점점 벌어지는 실적 격차를 메우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지난 8월 출범 당시 5년 내 종투사 전환이라는 목표를 공개하며 후발 주자로 경쟁에 뛰어든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밝힌 종투사 제도 개편 움직임은 갈 길 바쁜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선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는데요. 글로벌 IB와 견줄 만한 규모로 키우기 위해 종투사 제도를 도입했지만 모험자본 공급과 다양한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단기 고수익 사업에 치중한 면이 적지 않아서입니다. 금융위가 종투사 제도 개선을 위해 얼마 전 TF(태스크포스)를 꾸렸고 이를 중심으로 규정과 체계를 정비해 이르면 오는 12월 개선 방안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만약 자격 문턱이 지금보다 높아진다면 종투사 전환을 위한 이들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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