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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 예고…전 세계 '초긴장'

SBS Biz 이한나
입력2024.11.29 10:46
수정2024.11.29 11:52

[앵커]

트럼프의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펼칠지, 이번 주 전 세계가 또렷하게 목격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아, 그랬지'라는 기억이 떠오르게 만들었는데요.

동맹국도 예외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와 함께, 앞으로 미국의 관세 카드는 경제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임이 확인됐습니다.

돌아온 트럼프, 그리고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향한 관세 압박의 시작, 이한나 기자와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한나 기자, 트럼프가 취임도 하기 전에 관세카드를 꺼내 흔들었어요?

[기자]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현지시간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내년 1월 20일,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도 겨냥했는데요.

기존에 추가된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1월 20일은 아시다시피, 트럼프의 취임식이 열리는 날이죠.

트럼프는 이들 국가들이 마약, 특히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을 철저하게 막으라는 겁니다.

관세 조치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중국은 그렇다 치고, 멕시코와 캐나다는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겠어요?

[기자]

먼저 멕시코는 당황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즉각 "관세는 대응 관세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보복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가, 다음날 부랴부랴 트럼프와 전화 통화에 나섰습니다.

통화 직후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방금 신임 멕시코 대통령과 굉장한 대화를 나눴다"며 "멕시코 대통령이 미국으로 진입하는 이민자를 멈춰 국경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셰인바움 대통령도 소셜미디어에 "트럼프와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하면서 "우리는 이민자 문제에 대한 멕시코의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고 올렸습니다.

다만 트럼프가 언급한 이민자 차단 약속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좋은 논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추가 관세 압박을 받은 중국도 반응을 내놨는데요.

류펑위 주미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무역·관세전쟁에선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멕시코는 이전부터 이민자 문제가 있었고, 중국은 원래부터 견제 대상이니까 이해가 되는데, 캐나다는 왜 타깃이 된 건가요?

[기자]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캐나다가 멕시코, 중국과 같은 목록에 포함된 건 최근 국경을 둘러싼 문제 때문"이라고 전했는데요.

실제로 최근 미국-캐나다 국경에서 불법 이민이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캐나다 국경에서 불법 이민으로 체포된 건수는 2만 3천여 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세 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이 중 상당수는 캐나다에서 임시 비자로 체류 중이던 인도 국적자들이었습니다.

때문에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와의 국경에서도 이민자와 펜타닐 밀수, 범죄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미국의 이웃나라들에겐 충격일 수밖에 없는데요.

일각에선 트럼프가 정말로 관세를 매기고 싶었다면 취임 두 달 전에 미리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협상용이다,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문제는 트럼프가 예고한 보편관세, 또 중국에 대한 최고 60% 관세는 아직 테이블 위에 올려지지도 않았다는 거죠.

개별 이슈에 대한 관세 압박에 이것까지 더해지면 경제적인 충격이 상상이상일 수도 있겠어요?

[기자]

트럼프가 제안한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우선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을 것으로 보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단순 계산으로 유효관세율이 1% 포인트 오를 때마다 근원 개인소비지출, PCE 물가지수가 0.1% 상승한다"면서 "트럼프가 제시한 관세 인상은 실제로 적용될 경우 근원 PCE 지수를 0.9%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미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번주에 나온 10월 근원 PCE 가격지수를 보면, 전년 대비 2.8% 올랐는데, 앞서 석 달 연속 2.7%를 유지하다가, 상승폭이 다시 커진 겁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주춤하다가 다시 오르는 상황에서,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까지 더해지면 관세가 결국 '부메랑'이 돼,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고율 관세의 직격탄이 예상되는 중국 경제는 이미 암울한 상황이죠?

[기자]

이번 주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내년과 내후년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4.1%, 3.8%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지난 9월에 제시한 수치보다 각각 0.2%p, 0.7%p 낮췄는데요.

S&P는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미국의 수출 관세 인상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출은 분명히 훨씬 덜 성장할 것이고, 투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동시에, 아직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이라 관세 장벽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는 등 투자 시장엔 불확실성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투자은행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죠?

[기자]

UBS와 바클레이스도 최근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예측치를 낮춰 잡았습니다.

UBS는 지난달 내년 중국 GDP 성장률을 4.5%로 전망했지만, 이달 초 약 4%로 하향 조정했고요.

내후년 중국 성장률은 "상당히 낮을 것"이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바클레이스도 내년 중국의 성장률을 4%로 전망하면서, 지속적인 구조적 역풍과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 미국 정책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고 온건한 재정 패키지 등을 이유로 중국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특히 바클레이스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추가 관세'를 공언해 온 트럼프가 여기에 절반인 30%를 실제 부과해도 중국의 GDP 성장률은 0.8~1%p 삭감될 것이라 추산했습니다.

[앵커]

다시 멕시코로 돌아와서, 만약 트럼프의 25% 관세가 실제로 적용된다면 타격을 입게 되는 기업들이 많죠?

[기자]

그렇습니다.

폭스콘과 엔비디아가 대표적인데요.

폭스콘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멕시코에 거대한 인공지능(AI) 서버 공장을 건설 중입니다.

내년 초부터 엔비디아의 첨단 블랙웰 AI 칩들이 들어가는 수냉식 서버를 생산할 계획입니다.

테슬라는 작년 중국 공급업체들에게 멕시코에 공장을 설립해 자사가 멕시코에 건립을 계획한 기가팩토리에 주로 공급하도록 독려했는데요.

다만 테슬라는 당초 내년 초부터 멕시코에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대부분 포기하고 미국 텍사스 공장 확장으로 계획을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멕시코에는 자동차 공장도 많은데요.

혼다, 닛산, 도요타, 마쓰다 등이 있습니다.

[앵커]

우리 기업들도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잖아요?

[기자]

멕시코는 삼성전자, 기아, HL 만도, LG이노텍, 현대모비스 등 한국 기업들의 미국 수출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3개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USMCA)에 따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무관세가 적용돼 인건비와 운영비가 저렴한 멕시코에 줄지어 공장을 세웠던 겁니다.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멕시코에 투자 이력이 있는 우리 기업은 2천여 개, 한국의 대(對) 멕시코 투자 금액도 지난해 7억 5천400만 달러, 약 1조 604억 원에 달합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기아와 LG전자가 있는데요.

기아의 경우 멕시코 공장에서 자사 브랜드 차량을 만들고 있고, 현대차의 싼타페 모델도 미국 수출용으로 소량 생산합니다.

LG전자는 멕시코 생산 공장에서 TV와 가전제품, 전기자동차 부품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앵커]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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