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순환 되풀이해 온 MBK…사모펀드 경영이 남긴 흔적
SBS Biz 신다미
입력2024.11.28 15:03
수정2024.11.28 16:34
[사모펀드(PG)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 롯데카드 본사에선 최근 2주간 노조원들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5년 전 사모펀드 운용사 MBK가 인수한 후 경영 악화와 매각 실패, 투자 축소로 노조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과거 MBK가 인수했던 딜라이브, BHC, 홈플러스 등 여러 곳에서 불거졌던 실적 악화와 고용 불안정 문제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고려아연에서 또다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MBK가 내세운 경영진과 롯데카드 노동조합의 갈등은 사측이 업황 악화에 따른 긴축 경영 등을 내세운 것에 대해 노조 측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측이 입장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배경엔 임직원 간 불평등한 처우 문제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MBK 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임원 수와 임원 1인 평균 급여가 20% 넘게 늘었습니다.
반면 금감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직원 평균 급여는 업계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이 실적 악화 책임을 외면한 채, 직원들에게만 그 짐을 떠안기려 하고 있다는 것이 반발의 원인입니다.
이같은 상황은 결국 MBK의 경영 능력 부족 탓이란 지적입니다. 앞서 MBK는 롯데카드 인수 3년 만인 지난 2022년, 첫 매각을 시도했지만 높은 몸값 탓에 입찰이 불발됐습니다. 이후 매각 시도가 계속되는 동안 롯데카드의 기업 가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실적과 자산 건전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습니다.
올해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62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천60억원 대비 79.5% 감소했고, MBK 인수 이후 개선되는가 싶던 연체 채권비율도 올해 상반기 말 1.80%로 지난 2022년 6월 말 0.91%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습니다. 쉽게 말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것입니다.
결국 악화한 경영 실적이 첨예한 노사 대립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단기 수익만 쫓는 MBK의 경영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더해 지난 2015년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도 같은 전철을 밟았습니다.
앞서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직원들의 실업 문제가 제기되자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강제적 인력 감축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 노조에 따르면 통합부서 제도 도입에 따른 업무 과중 현상과 시설 투자 감소로 인한 열악한 근무 환경 등으로 직원들의 퇴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난 2020년 통합 부서 제도가 도입되면서 계산을 하던 직원이 식품 진열이나 물류 배치 등 익숙지 않은 업무에 투입되는 등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신규 채용이 이뤄져도 10명 가운데 7명은 금방 퇴사해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홈플러스 노조 측 주장입니다.
홈플러스 역시 롯데 카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매각처를 찾지 못한 채 내부 잡음만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MBK가 과거 인수했던 딜라이브와 네파, BHC 등도 모두 같은 전철을 밟았다는 점에서 최근 MBK가 '적대적 M&A'를 추진 중인 고려아연 역시 내부 임직원들의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MBK·영풍 연합이 경영권을 빼앗게 될 경우 실적 악화를 넘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역할마저 제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 현경영진은 물론, 핵심기술진과 노조까지 나서 MBK의 경영권 탈취 시도를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쌓아놓은 '비철금속 세계 1위' 타이틀을 잃게 되는 건 물론, 대부분 직원들이 사실상 해고 압박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앞서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제중 부회장과 핵심 기술 인력들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MBK가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전원 퇴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핵심 기술진 이탈이 일어날 경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고, 그 여파로 수많은 임직원들이 해고 압박에 놓일 수 있다는 겁니다. 고려아연 측은 롯데카드와 홈플러스 등 이미 수많은 기업이 MBK에 의해 심각한 문제 상황들을 겪고 있는 만큼 정치권과 지역 주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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