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카더라'에 롤러코스터 증시…애먼 투자자들만 피해
SBS Biz 조슬기
입력2024.11.27 17:11
수정2024.11.28 17:44
'지라시'는 속칭 여의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정치, 경제, 연예계 뒷이야기는 물론 정부 주요 정책 관련 내용 등 다양한 내용이 담긴 사설 정보지를 일컫는 말입니다. 요즘은 '받은글' 또는 '받글'로 간단한 메시지 형태로 정리해서 카카오톡 등을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 이 지라시가 지지부진한 국내증시 상황과 맞물려 상장사들의 주가를 뒤흔들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지라시'에 휘청 재계 6위 롯데 '롯데월드타워' 담보로
국내 재계 순위 6위 롯데그룹이 최근 지라시 공습에 계열사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는 등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롯데가 주력 업종인 유통과 화학, 건설 부문의 적자가 심해 이르면 다음 달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하고 전체 직원의 50% 이상 감원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처음에는 근거 없는 소문으로 치부하며 별 대응을 하지 않던 롯데그룹도 주가가 출렁이자 태도를 바꿨습니다. 지주부터 계열사까지 총출동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시장과 적극 소통하고 나섰습니다.
그럼에도 롯데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롯데 위기설이 처음으로 시장에 퍼진 지난 18일에 이어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서 그룹의 캐시카우인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기한이익상실(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히자 우려가 재차 고개를 들었는데요. 롯데케미칼이 특정 기간 동안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채권자들에게 내놓은 특약 조건이 있었는데 이를 맞추지 못했다며 EOD 사유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이는 회사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이 만기가 돌아오기 전에 빌린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고, 그 규모가 전체 회사채 잔액 2조 2천950억 원의 89%나 되는 2조 4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져 유동성 위기론으로 번졌는데요. 결국 롯데케미칼은 부랴부랴 채권자들과 별도 회의를 통해 특약 조건을 조정한다고 발표하며 그룹의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시장에서 불거진 롯데 위기설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건 금융당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과거 레고랜드 사태처럼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내부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예의주시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신속하게 대응해 시장 내 불안감을 잠재웠다고 보고 주가 급락과 유동성 위기설은 현재 일단락된 분위기입니다. 그렇지만 시장에서는 업황 위축과 내수 부진으로 롯데의 두 축인 유통 군과 화학 군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정확하지도 않고 출처도 불분명한 글 하나에 재계 6위 그룹이 흔들리는 현실에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특허침해 지라시' 코스닥 시총 1위 알테오젠도 직격탄
카더라식 지라시의 위력은 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도 덮쳤습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 돌았던 루머로 극심한 변동성을 겪으며 주가가 급락했다가 증권사 리서치센터 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의 반박 자료로 급반등했다 재차 급락하는 등 주가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는데요. 앞서 알테오젠은 미국의 할로자임이 알테오젠에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기술 관련 특허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속칭 지라시가 투자자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알테오젠 주가 급락의 여파는 컸습니다. 코스닥 전체 지수는 물론 하반기 주도주로서 주목받으며 잘나갔던 제약·바이오섹터 전반을 끌어내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기간 유상증자 추진 소식이 전해진 점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기술은 전 세계에서 할로자임과 알테오젠만 갖고 있는 만큼 이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라시로 확대 재생산됐다는 점에서 알테오젠 주가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증권가는 과거 스몰캡(소형주) 중심으로 일어나던 지라시로 인한 주가 급등락 현상이 경기 침체 속 증시 부진과 맞물리면서 대형 종목을 흔들 정도로 루머의 영향력이 강해진 모습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만큼 주도주가 없고 전반적으로 약세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문 하나에도 변동성이 커지는 최근의 시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펀더멘탈마저 위협받다 보니 주가 역시 과도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주가 급등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의 몫입니다. 가뜩이나 지수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련 테마와 뉴스에 의한 트레이드가 기승을 부리는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지라시의 위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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