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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호실적 나왔는데 주가는 왜?…블랙웰에 달린 미래

SBS Biz 임선우
입력2024.11.22 10:46
수정2024.11.22 11:18

[앵커]

엔비디아의 실적이 시장의 '탐욕'을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분명 수치는 예상을 웃돌았는데, 이제 깜짝 놀라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 걸까요?

줄곧 'A 플러스'를 맞던 학생이 'A'를 받았을 때 느끼는 그런 실망감과, 다음엔 'B'를 받는 거 아닐까?

하는 우려가 이번 엔비디아의 실적과 가이던스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었습니다.

수치부터 보죠.

예상치를 웃돌았잖아요?

[기자]

당장 눈앞의 숫자만 놓고 보면 3분기도 호실적을 이어갔습니다.

매출은 350억 8천만 달러로 월가가 예상했던 332억 달러를 훌쩍 넘겼고요.

주당순익도 81센트로, 역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았습니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부문은 이번 분기에도 112% 증가한 308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예상치였던 29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실적 발표 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오르락내리락, 변동성이 컸습니다.

일단, 어느 부분에서 실망한 건가요?

[기자]

매출 증가율 때문이었습니다.

매출이 계속해서 늘곤 있지만, 성장폭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는데요.

3분기 94%, 이 수치는 다른 기업이라면 서프라이즈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엔비디아는 얘기가 다릅니다.

최근까지 매분기 200% 넘는 성장세를 보여왔던 것과는 굉장히 갭이 큰데요.

직전 분기 성장률도 122%로 앞자리가 바뀌어 우려를 키웠었는데, 이제 100%를 밑돌자 실망감이 더 커진 겁니다.

[앵커]

실적 전망도 우려를 키웠다고요?

[기자]

4분기 가이던스도 375억 달러 플러스마이너스 2%를 제시했는데, 최소치로 따져보면 시장이 기대한 37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또 애널리스트들과 기관 투자가들 사이 공유되는 비공식 기대치, 이른바 '위스퍼 넘버'인 400억 달러에는 한참 못 미치면서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의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서 한때 3% 넘게 떨어지기도 했고요.

다음날 정규장에서 간신히 상승반전하긴 했지만 보합권에서 마무리 됐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엔비디아가 이번에도 '잭팟'을 터뜨렸지만,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한 점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고 지적했고요.

AMD를 비롯한 경쟁자들과 수많은 AI칩 스타트업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고, 아마존과 구글 등 주요 고객들도 자체칩 개발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가 문제다, 평가했습니다.

[앵커]

결과적으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블랙웰'이 앞으로 얼마나 잘해주느냐가 관건인 것 같은데, 최근 이슈가 된 발열문제, 또 수요와 관련해서 새로 나온 얘기들이 있나요?

[기자]

블랙웰 불량 이슈는 그간 엔비디아의 발목을 잡아온 부정적인 재료였는데, 이번엔 어느 정도 우려를 털어낸 것 같습니다.

젠슨 황 CEO는 블랙웰이 '완전 생산' 상태에 있다며, 당장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 AI 같은 큰손 고객들에게 공급을 시작했고, 또 구글과 메타, 일론 머스크의 xAI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생산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고요.

향후 수 분기 동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콜레트 크레스 CFO도 "블랙웰의 생산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 마스크 변경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면서, "현재 본격적인 생산 단계에 있고, 3분기 1만 3천개 샘플이 모두 주요 파트너에게 배송됐다.

수요가 어마어마하다" 강조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생산차질설을 일축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지만, 대량 양산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는데요.

변경된 블랙웰의 설계와 제조 프로세스, 또 발열 이슈 등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제품 출하량을 급격하게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크레스 CFO는 "4분기부터는 기존 호퍼와 새로운 블랙웰 시스템을 모두 출하할 계획이지만, 두 시스템 모두 일부 공급 제약이 있다" 언급했고요.

블랙웰이 현재 주력 제품인 호퍼 GPU 비중을 넘어서는 시기를 내년 4월 이후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월가에서는 어떤 평가와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엔비디아의 선도적인 기술력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차세대 AI칩 출시와 관련해 점점 더 늘어나는 비용, AI 산업 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블랙웰이 본격 양산되더라도, 그 이후가 문제라는 건데요.

인듀어런스 캐피털의 데이비드 리더먼은 "블랙웰은 AI컴퓨팅에 중요한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상징적인 제품인 동시에, 이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칩의 설치, 성능을 구현하는 과정이 고도로 복잡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는데,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 출시 주기가 길어지고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란 설명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미국 리서치 업체 이마케터 역시 "시장은 여전히 블랙웰 생산 확대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엔비디아가 실수할 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고요.

테크날리시스 리서치는 "공급망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소문이 시장에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짚었습니다.

실제로 크레스 CFO는 블랙웰 초기 마진율이 70%대 초반대에서 시작해 내년 하반기 70%대 중반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는데요.

다소 보수적인 전망을 제공해 온 엔비디아의 그간 행보를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수요에 대한 걱정은 없을 것이란 평가도 나오지만, 냉정한 시장의 반응을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서 짚어본 것처럼 엔비디아가 제시한 4분기 가이던스도 시장 기대치에는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고, 월가에서 엔비디아 목표가 최상단 수준인 190달러를 제시해 온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주가를 정당화하기 위해 향후 가이던스에서 마진율 73%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장기적 시각에선 트럼프 리스크도 변수로 꼽히고 있는데요.

트럼프가 엔비디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대만 TSMC를 저격하고 나선 점도 부담으로 다가오고, 또 트럼프가 미국우선주의를 외친다는 점도 고민거리입니다.

미국 빅테크 대부분은 AI칩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엔비디아 앞에선 철저한 '을'의 입장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가 엔비디아 견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점, 또 비싼 가격에 큰 손 고객들 역시 너 나 할 것 없이 자체 칩 개발에 나서고 있는 점 역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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