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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일' 넘긴 우크라 전쟁…러시아는 '핵카드' 꺼내

SBS Biz 이한나
입력2024.11.22 10:46
수정2024.11.22 15:31

[앵커]

2022년 2월 24일, 혹시 이날, 기억하십니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을 시작한 날입니다.

당시 러시아는 '특수 작전'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곧 끝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그 작전은 이제 천일을 넘겼고, 막대한 피해만 남기고 있습니다.

그동안 끝도 없는 공방 속에 금융시장의 관심도, 세상의 관심도 무뎌졌었는데, 최근 공포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번 주로 전쟁이 1천 일을 넘겼습니다.

이한나 기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의 피해는 얼마나 심각한가요?

[기자]

유엔 발표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1만 2천 명, 부상자는 최소 2만 6천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공식 확인된 숫자고, 실제 사상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은 주요 민간, 에너지 인프라가 러시아의 표적이 되면서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인데요.

최소 580곳의 의료시설이 파괴됐고, 교육시설도 1천358곳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국토의 약 4분의 1은 지뢰로 오염됐는데, 스위스 국토의 4배 크기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이제 세계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매설된 국가가 됐습니다.

인구는 전쟁 전의 4분의 1 수준인 1천만 명이 줄었습니다.

우크라이나 경제는 전쟁 전의 78%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앵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측 피해도 크죠?

[기자]

러시아의 경우는 공식 집계된 사상자 수는 없지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러시아군의 하루 사상자가 1천200명 이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전쟁 이후 러시아군 사상자는 70만 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전사자가 늘고 출산율은 떨어지면서 러시아 정부는 대가족을 장려하는 등,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군사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이에 대응해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1%로 올렸는데,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앵커]

시시각각 변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지금 이 순간 어떤 상태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기자]

초반 러시아의 공세를 버틴 우크라이나는 서방국들의 군사 지원에 힘입어 반격에 나섰고요.

이에 대응해 러시아는 작년 말부터 공세를 강화했는데, 현재는 북한군까지 가세한 상황입니다.

최근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보였던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무기뿐만 아니라 병력 지원에 나서면서 북한군의 참전은 새로운 분수령이 됐는데요.

우리나라와 미국 정보당국은 1만여 명의 북한군이 파병됐고, 이미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앵커]

특히 북한군의 참전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에 대응해 미국이 또 변수를 더했죠?

[기자]

육군전술유도탄체계(ATACMS), 에이태큼스라고도 하죠.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미뤄오던 이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이용한 러시아 본토 타격을 최근 우크라이나에 허용했습니다.

사거리 약 300㎞에 이르는 에이태큼스를 활용한 러시아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거듭 요청해 왔던 사안인데요.

확전을 우려해 결정을 보류했던 바이든 정부는 북한군 파병에 대응해 허용으로 돌아섰습니다.

미국의 '파란불'이 켜지자마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브랸스크주를 향해 미사일 여섯 발을 발사했고요.

러시아군은 이 가운데 다섯 발을 격추했다고 주장했고, 한 발은 무기고를 타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장거리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첫 사례여서 큰 의미가 있는데요.

러시아는 '3차 세계대전'을 언급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을 동원해도 전세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북한군이 본격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쿠르스크의 전투는 한층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에이태큼스 공격에 이어 영국에서 지원받은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 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고요.

바이든은 사용을 중단시켰던 대인 지뢰까지 허용했습니다.

한편 현지시간 20일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은 "키이우에 있는 미국 대사관은 중대한 공습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했다"며 문을 닫았습니다.

[앵커]

가장 큰 걱정은, 러시아가 이제 핵무기 사용 위협을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기자]

최근 가장 급진적인 변화는 러시아가 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건데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지시간 19일 러시아의 핵 교리(독트린) 개정안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비핵보유국이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한다면 이를 양국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두 나라 모두 핵무기로 보복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입니다.

특정 국가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 공격에 허용한 데 대한 대응 조치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사용했다는 소식이 더해져 긴장감은 더 커졌는데요.

푸틴 대통령이 곧바로 신형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서방국들에 대한 분명한 위협이었고,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ICBM 공포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두 달 후면 미국의 정권교체가 이뤄집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하면 전쟁을 바로 끝내겠다고 말했잖아요.

[기자]

트럼프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 왔습니다.

자신이 취임하면 24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반복해서 말하기도 했는데요.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된 동부 영토를 포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가입도 포기하는 조건으로 '종전'을 압박하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의 '담판' 가능성에 시선이 쏠립니다.

트럼프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나는 전화 한 통으로 전쟁을 멈출 수 있다"며 정상 차원의 담판 외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고요.

푸틴도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휴전 협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 20일 전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조금이라도 더 점령지를 넓히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급변하는 상황 속에 금융시장은 어떻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나요?

[기자]

전쟁 불안감은 커졌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이슈를 익숙한 재료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당장은 트럼프 2기 인선, 연준의 12월 금리동결 여부 등에 더 집중하는 모습인데요.

상황이 발생하면, 예를 들어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과 같은 큰 이슈가 터지면 그때마다 변동성은 커질 전망입니다.

특히 달러와 금, 가상자산 등이 요동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러시아의 핵 위협과 관련해서는 주 후반으로 갈수록 공포감이 다소 사그라드는 모습인데요.

미국 안전보장위원회(NSC)는 러시아의 핵교리 개정에 대해 핵 태세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고요.

러시아 외무부는 이후 러시아가 핵전쟁의 발발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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