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홀딩스, 자사주 재단 무상출연 논란…"밸류업 역행"
SBS Biz 조슬기
입력2024.11.21 11:45
수정2024.11.21 11:47
[HL홀딩스 (HL홀딩스 제공=연합뉴스)]
HL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 HL홀딩스가 회삿돈으로 산 자사주를 무상으로 재단에 넘기기로 하면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에 휩싸였습니다.
회사가 가진 자사주를 재단에 넘기면 오너 일가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 세력이 생기는 반면, 일반 주주들의 주주가치는 훼손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밸류업 행보에 역행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홀딩스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사회적 책무 실행을 위해 자사주 47만193주를 추후 설립할 비영리재단에 무상 출연하는 안건을 승인했습니다.
이사회 결의일 전 거래일(11월8일) 종가 기준 163억 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아울러 총발행주식의 4.76%이자, 보유 자사주(56만720주)의 84%에 달하는 수준으로 나머지 16%(9만 527주)는 소각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습니다.
HL홀딩스는 이번 자사주 재단 출연에 대해 사회적 책무 실행을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주주들은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며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저마다 '재단에 돈도 안 받고 증자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 'HL홀딩스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사과하고 자사주 출연을 철회해야 한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회삿돈으로 사들인 자기주식을 무상으로 재단에 증여한 만큼 주주 재산권이 침해당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비영리재단에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최대주주 정몽원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노린 꼼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제는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 승인으로 이뤄지는 건이다 보니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소액주주들의 이해를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 결의로 160억 원이 넘는 돈을 재단에 넘기는 행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향후 다른 기업들도 자사주를 재단에 증여하는 형태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날 논평을 내고 HL홀딩스의 자기주식 재단 출연은 최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투자자 이익보호를 중시하는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 전문가들은 일부 상장사들이 '사회 환원'이라는 명분으로 재단에 자사주 무상 증여라는 방법을 통해 우호 지분 확보를 꾀하는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한다"며 "자기주식은 소각하지 않으면 지배주주 지배권만 강화되고 일반주주는 전혀 혜택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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