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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카카오택시 지역 상생형 모델 내놨다지만…기존 가맹이 대부분?

SBS Biz 이민후
입력2024.11.20 16:44
수정2024.11.20 18:24



택시호출 업계에서 점유율 90%를 넘게 차지한 카카오모빌리티의 독과점 문제는 줄곧 논란입니다.

정부와 업계 지적이 지속되자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수료를 낮추고 지역참여형 모델을 내놓아 택시업계와 '상생'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놨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존엔 가맹 업체에 제휴 비용으로 지급하면서 실질 수수료를 3~4% 수준으로 받았는데 새롭게 출시한 가맹모델의 지역참여형 사업자를 뽑으면서 수수료 2.8%로 낮추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1차로 6곳의 후보를 선정하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 중 4곳이 기존 T블루 가맹본부 운영사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사업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엔 카카오모빌리티 산하의 기존 사업자가 가져가는 구조가 지속될 것이란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기존 가맹본부 4곳이 '지역 참여형' 사업자로 선정
오늘(20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발표된 1차 지역 참여형 플랫폼운송가맹사업자로 SMC(법인: 서울), 블랙핀(개인: 서울, 인천), BTX(법인: 부산), 에세텔(개인: 부산), DH(법인+개인: 전북, 충청, 울산, 강원), GJT(법인: 전남, 광주)가 선정됐습니다.

1차로 선정된 6곳 중에 4곳(블랙핀, BTX, DH, GJT)은 기존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인 카카오 T블루의 참여가맹본부입니다. 

이번에 만들어진 지역 참여형 가맹모델은 중앙관리 방식으로 운영된 가맹본부의 분권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통해 택시 업계(조합), 택시 사업자, 지역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상생을 통해 동반 성장하고 국내의 택시 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던 카카오 T블루는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케이엠솔루션과 DGT모빌리티가 운송가맹사업자로 각 본부에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앙관리방식으로 운영해왔습니다.

기존 카카오 T블루는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 택시 운행 매출의 20%를 가맹수수료로 받고 16~17%는 운행 정보 제공·마케팅 참여 등의 업무제휴 계약을 맺은 가맹 업체에 제휴 비용으로 지급합니다. 이러다 보니 실질 수수료는 3~4% 수준이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생협의를 위해 자구책으로 내놓은 신규 모델은 수수료 2.8%로 각 지역 사업자에게 플랫폼을 개방해 지역 특성을 살린 서비스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과 시스템·솔루션을 제공하고 선정된 사업자가 택시 관리와 사업 운영을 맡는 구조입니다.

현재 카카오 대구·경북 카카오T블루 가맹본부인 DGT 모빌리티는 '세큐 티'를 런칭하는 한편, 케이엠솔루션의 경우 '네모택시'라는 이름의 신규 모델을 내놨습니다. 이번에 선정된 업체들 마찬가지로 새 브랜드로 출범을 준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구책마저 '자기 식구' 챙기기…카카오모빌리티 "공정한 검토"
택시업계에서는 기존 가맹사업자와의 협력하면서 말뿐인 '지역 상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가맹본부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들과 계약을 맺은 건 사실상 밀어주기"라며 "같은 사업자가 T블루와 새 가맹모델을 운영하는데 새로운 사업자를 참여시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역 택시업계와의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에선 독과점 논란을 의식해 브랜드를 바꾸는 눈속임에 그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또 다른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 브랜드 이름만 바뀌는 것이지 결국 카카오T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가맹모델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지방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영향력이 높은 상황인데 택시기사들의 카카오 종속은 여전할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앞서 광주지역 택시 사업자와 노동조합 단체는 지난 6일 "카카오 모빌리티는 1가맹 사업자인 업체에 제2가맹까지 맡겨 지역 택시시장을 독점하도록 만들었다"고 반발한 바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중립성 유지 침해, 이해관계 충돌 등의 사항이 없고, 전문성 및 역량을 갖추고 있는 사업자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며 "제휴 신청 업체들이 제출한 내용을 기반으로 심사 자격 및 기준에 따른 수십가지 평가요소에 따라 정량·정성 평가, 토론 등의 공정하고 엄격한 검토를 거쳐 심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차로 선정된 제휴 협상 대상자와 계약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법리스크 직면한 카카오모빌리티…'상생' 지킬까?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사법리스크에 봉착했습니다.

최근 2년간 카카오모빌리티에 잠정적으로 확정된 과징금은 약 1천억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사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대한 '콜(승객 호출) 몰아주기'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71억2천만원을 부과받았고 지난달 초에는 우티(우버택시)·타다 등 '경쟁사 콜 차단' 혐의로 잠정 과징금 724억원을 받았습니다. 

이번 달에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기준 위반 혐의와 관련한 제재 수위를 '중과실 2단계'로 결정하고 회사와 임원들에 대해 4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며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겼습니다.

지난 5일부터는 검찰이 카카오T 가맹 택시 기사에 콜 몰아주기·차단 혐의로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다섯 차례에 걸친 강도높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사법리스크로 시름을 앓는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3일 2차 지역 가명본부 선정 발표를 갑작스럽게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다음달 11일 2·3차로 선정된 지역 참여형 사업자를 합쳐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번에 기치로 내건 상생의 계획이 실현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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