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기술 해외유출' 위험 줄었을까…분리매각 등 우려 여전
SBS Biz 신다미
입력2024.11.19 17:45
수정2024.11.19 17:46
오늘(19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을 유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지만, 시장과 업계에서는 자회사 및 계열사 매각과 분리 매각, 중국 등 해외업체와의 기술공유 및 기술연수 등으로 핵심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먼저 20조 원에 육박하는 고려아연의 시가총액 등을 고려했을 때 통째로 국내에 매각하는 게 쉽지 않지만, 국가핵심기술과 연관되지 않은 사업을 쪼개서 파는 등의 방식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MBK가 이번 고려아연 적대적 M&A에 활용하는 자금은 6호 바이아웃 펀드로, 기업 경영권 인수 뒤 이를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에 따라 시장 논리를 따라야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하게 된다면 최종적으로는 가장 비싼 값을 지불할 곳을 찾아 회사를 되팔아야 합니다.
시가총액 20조 원에 달하는 비철금속 제련 기업을 높은 가격에 사들일 곳은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하는 중국 기업들이 유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입니다. 그간 MBK 측의 여러 차례 해명과 부인에도 불구하고 줄곧 '중국 매각 위험성'이란 꼬리표가 붙어 다닌 이유입니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이 지난 13일 국가핵심기술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되면서 IB업계에선 MBK가 플랜B를 가동할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 지정된 데 대해 MBK가 '기술의 해외 유출'을 하지 않겠다고만 강조한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분리매각이나 쪼개팔기, 자회사 및 계열사 매각 등 해외 매각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의 기존 제련 사업은 물론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대변되는 성장동력 역시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분리매각이나 쪼개팔기, 자회사 매각 등이 이뤄질 경우 고려아연의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MBK 측은 이런 우려가 지속하자 고려아연을 장기 보유하겠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사모펀드에 출자한 주주들을 위한 높은 요구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매각 대신 배당액과 각종 운영 수수료율을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대거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결국 단기든 장기든 지속적으로 투자금과 수익률, 각종 이자를 넘어서는 금액을 회수해야만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고려아연의 기업가치와 경쟁력이 크게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울러 미래 먹거리를 위한 장기 투자나 과감한 투자 역시 모두 중단 가능성도 큽니다. 당장 수익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장기적인 비전으로 투자를 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이는 MBK와 영풍 모두 당장 원하는 상황이 아닙니다. 다른 고려아연 주주들과의 이해관계가 크게 상충될 수 밖에 없는 지점입니다.
특히 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원순환사업 등 신사업을 문제삼으며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MBK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을 빠르게 정리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MBK가 고려아연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 미래 성장 가능성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영풍 석포제련소를 보면 답이 나온다.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는 기피하고 공장 노후화로 인한 각종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며 "사모펀드가 온산제련소를 팔지 못하고 장기간 운영하게 된다면, 결국 제2의 석포제련소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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