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3개월 돼서"…과기부장관의 '앙꼬 빠진' 尹정부 전반기 보고회
SBS Biz 배진솔
입력2024.11.16 19:45
수정2024.11.17 12:00
'3개월 된 장관이라…'
지난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장관이 윤석열 정부 전반기 과학기술 분야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발언입니다. '과기정통부는 기술 스타트업 창업이 늘었다고 홍보하는데, 스타트업들은 투자 한파가 역대급이다, 너무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며 현장과 사뭇 다른 성과보고회에 대해 지적하자 돌아온 대답입니다.
유상임 장관은 "스타트업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그 성과가 뭐냐고 물으시면, 3개월된 장관으로서 앞으로 범정부적으로 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뒤이어 실무자인 정책실장이 퓨리오사, 리벨리온 등 AI 반도체 사업에서의 스타트업 육성 성과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했습니다.
유 장관은 지난 8월 16일 과기정통부 장관에 취임하며 오늘(17일)을 기준으로 90여일이 지났습니다. 취임 후 업무 보고와 현장 방문, 정책 구상, 국회 국정감사 등 일정을 챙겼습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부가 거둔 주요 성과를 파악하고, 후반기 본격적으로 결실을 내기 위해 보고하는 자리인데, 안일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고위관료는 정책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위치에 있다"며 "임기 시작 시기와 관계없이 전문가로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준비가 돼야 국민에게 미래 정책 분야에 대해 제시하고 그 정책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제4이통' 좌초로 기금 확보 난항
이날 과기정통부 브리핑은 '선도형 R&D 혁신과 AI·디지털 대전환으로 글로벌 과학기술, 디지털 강국 도약 가시화'를 주제로 이뤄졌습니다. 과기정통부는 3개 게임체인저 선도국 도약의 청사진 제시, AI·디지털 경쟁력 제고 및 국민체감 확산 등 12개의 대표적인 성과를 소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강하게 드라이브 걸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기조에 따라 단통법 폐지와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논의됐으나 모두 지지부진한 상태인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현장에선 ICT 기금 확보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제4이동통신사' 자격 취소 사태로 5G 28㎓ 대역 주파수가 또다시 표류하면서 할당 대가로 충당해야 할 ITC 기금 확보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유상임 장관은 이에 대해 "제4이통사 추진을 8번째 했다. 8번째 모두 성공하지 못해 9번째에서 성공적이지 않으면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낮아질 것"이라며 "신중하게 연말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 연말 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알뜰폰 문제, 단통법 폐지, 제4이통사 추진 모두 통신료를 절감하자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눈에 보이는 통신료 절감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ICT 기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내년 ICT 기금은 1조8천억원으로 올해에 비해 28.4%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 4월 "차입을 통해 재정을 충당하는 상황"이라며 기금 조성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류제명 네트워크정책실장은 "2026년 3G와 LTE 재할당이 이뤄진다. 내년 중반에 재할당 방법과 대가오 관련한 주요 정책 결정을 할 예정"이라며 "5G 주파수 추가 공급 여부는 내년과 현재 통신 트래픽의 추이나 여러 산업 환경을 감안해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4이통사 좌초로 가장 아쉬운 건 시장 파이가 커지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기업 불안감이 커져야 요금 경쟁이 커지는데 시장이 커지지 않으니 어떤 경쟁도 일어나지 않는 모양새"라고 지적했습니다.
글로벌 R&D 추진…트럼프 2기 행정부서 차질 가능성도
한편 과기정통부는 AI 반도체와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기술 집중 육성을 위해 '국가전략 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5년 간 총 30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수립을 강조했습니다. 또 선도형 R&D 시스템으로 체질 전환하고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R&D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 장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글로벌 R&D 추진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자국 우선주의기 때문에 한국과 하지 말라는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우려할 수 있다. 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유 장관은 기술 사업화와 관련해선 "OECD 국가 중 거의 바닥 수준의 기술 상용화, 사업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개발된 원천기술이 사업화되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제 장관직을 한 번 걸어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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