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즈 "트럼프 눈치에 TSMC, 中에 AI칩 공급 중단"
SBS Biz 황인표
입력2024.11.09 17:18
수정2024.11.09 17:32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다음 주부터 중국기업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현지시간 8일 보도했습니다.
FT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TSMC가 오는 11일부터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중국 고객사들에 이번 주 초 통보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 가운데 2명은 "TSMC가 중국 고객사에 첨단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AI 클라우드를 위한 반도체 설계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알리바바와 바이두 같은 중국 빅테크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짚었습니다.
TSMC의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년 1월 재집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 "반도체 기업은 매우 부유하다"며 "그들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지금 대만에 있다"고 TSMC를 겨냥한 바 있습니다.
TSMC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FT에 "트럼프 당선인을 위한 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량한 사람이고 미국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는 중국 화웨이의 첨단 AI 칩셋 '어센드 910B'를 분해한 결과 TSMC 프로세서를 발견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위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의 효과에 대한 새로운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 2020년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가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제작된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TSMC는 반도체 제조를 위해 미국산 장비에 크게 의존합니다.
당시 TSMC는 "어떤 잘못도 없다"면서 "미 상무부와 협력해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화웨이에 반도체를 전달한 고객사 한 곳에 대해서는 제품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다만 TSMC가 중국 고객사들을 잃더라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TSMC 지난 3분기 매출에서 중국 본토 비중은 11%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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