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빅5 증권사, '1조 클럽' 속속 복귀…중소형사 여전히 '겨울'
SBS Biz 조슬기
입력2024.11.08 13:29
수정2024.11.09 11:23
요즘 경기 불황 장기화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실적 부진에 허덕이며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이러한 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한발 비켜나 있는 모습입니다.
국내증시 침체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악재 등을 뚫고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잇달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 자취를 감췄던 연간 '1조 클럽(연간 영업이익 1조원)'에 증권사들이 속속 재진입하면서 불황 속 저마다 자신들이 쌓아 온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영업이익 규모는 모두 4조5천375억 원으로 지난해(3조2천38억원)보다 41.6% 늘었습니다.
한투 '1조 클럽' 조기 복귀…삼성·미래 추격, KB 약진
1위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조1천587억 원을 기록하며 가장 먼저 1조 클럽 복귀에 성공했습니다. 3분기 누적 순이익 역시 1년 전보다 67.1% 증가한 1조416억 원으로 지난 2021년 역대 최대치였던 1조4천474억 원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실적이 카카오뱅크 기업공개(IPO)에 따른 지분법이익(4천758억원)이 포함됐던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이익 규모가 더 크다는 분석입니다. 시장 금리 하락으로 채권운용 이익이 증가한 가운데 IB(투자은행), WM(자산관리), 트레이딩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거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규모가 각각 9천949억 원과 9천145억 원으로 집계돼 이변이 없는 한 올해 1조 클럽 진입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특히, 삼성증권은 해외주식 거래 증가와 WM 부문 사업 성장세 등에 힘입어 3분기 누적 순이익 7천513억 원을 기록하며 리테일 강자로서 2위 자리를 꿰찼는데요. 지난해 3분기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로 76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는 227% 급증한 2천901억 원의 순익을 거두며 자기자본 기준 1위 증권사 명성을 되찾았다는 평가입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역시 3분기 누적 영업이익 7천355억 원, 7천339억 원을 기록하며 나란히 1조 클럽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요. 그러나 3분기 누적 순이익 기준으로 봤을 때 NH투자증권은 전년보다 23.3% 늘어난 5천766억 원, KB증권은 같은 기간 51.18% 늘어난 5천526억 원을 기록해 KB증권의 약진이 상대적으로 돋보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 흐름 속에 증권사들에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되면서 운용 수익이 개선된 영향이 컸고, IB 부문의 실적 호조와 해외주식 거래 증가가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시중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몇 년 전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조 단위 영업이익을 달성할 때만 해도 부동산 호황기에 편승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저마다 IB와 WM 비즈니스에 대한 컨셉을 잡아 나가면서 내공을 쌓아왔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성과주의에 기반한 업무 환경과 인센티브 제도의 정착, 유연한 인력 활용, 여타 업종 대비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지배구조 등은 증권사들이 본연의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소형 증권사, 부동산 PF 충당금 충격 여전
그러나 중소형 증권사들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영업 기반의 두 축인 IB와 WM 부문 모두 대형사와 비교해 약하다 보니 실적 개선을 이뤄내기 쉽지 않고 부동산 PF 부실 여파에 짓눌려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솔실 규모가 1천100억 원이 넘는 iM증권이 대표적인데요. 부동산 금융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업황이 악화되자 부메랑이 돼 돌아오면서 2022년 4분기부터 부동산 PF 충당금을 줄곧 쌓아 온 결과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여파로 iM증권은 최근 점포 수 축소와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BNK투자증권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은데요. BNK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영업손실 44억 원, 순손실 37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각각 적자 폭이 확대됐습니다. 이 증권사 역시 부동산 시장 업황 악화 영향을 못 피하며 3분기 303억 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반영했습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로부터 기업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통보받은 다올투자증권도 부동산 PF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이 확대된 탓에 올해 상반기 300억 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3분기 역시 이러한 흐름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SK증권도 상반기 연결기준 751억 원의 영업손실과 535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취약한 영업 기반을 드러냈는데요. 하반기 역시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을 거란 관측이 대체적인 편입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의 경우 금리 인하기 부동산 PF 그늘에서 벗어나 사업 영역을 확장할 기반이 마련됐지만, 중소형사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사업기반 확충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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