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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컸다

SBS Biz 이한나
입력2024.11.08 10:43
수정2024.11.08 13:32

[앵커]

도널드 트럼프, 결국 원하던 바를 이뤘습니다.

4년 만에 다시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 '미국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 자리에 다시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죽을 고비도 넘겨야 할 만큼 험난했는데, 마지막 관문은 예상과 달리, 아주 여유 있게 통과했습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완승을 이끈 요인은 무엇이고, 그 승리로 인해 다시 열릴 4년간의 트럼프 시대가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한나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이번 미국 대선의 승패를 가른 최대 변수는 역시 먹고사는 문제, 경제였어요.

발표되는 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강하다고 했지만, 미국인들이 실제 느끼는 건 그렇지 못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미국인들의 체감경기와 지표 간 괴리, 이에 따른 불만이 표출된 것이 이번 미국 대선이었습니다.

경제를 살리지 못한 바이든 행정부에 심판의 표를 던졌다고 볼 수 있는데요.

미국 시민 인터뷰, 먼저 들어보시죠.

[미국 /시민: 경제는 끔찍하고 물가, 음식, 보험, 공과금 등 모든 것이 두 배로 올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NBC방송과 에디슨리서치의 합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로 '경제'를 꼽은 응답이 31%였는데요. 

35%의 '민주주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해리스 선거운동의 핵심이었던 낙태는 14%였고요, 이민이 11%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막판 유세 때까지 "여러분의 삶은 4년 전보다 나아졌느냐"고 물으면서 표심을 파고들었는데요.

대선 출구조사에서 45%에 이르는 유권자가 4년 전보다 개인의 재정 상태가 더 악화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앵커]

피부색이 다른 남녀 후보 간 대결이었기 때문에 성별, 인종별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리는지도 관심사였어요.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확인됐죠?

[기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운명은 흑인이 아닌, 백인 여성들에게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전체 유권자의 30%를 차지하는 이들 백인 여성들이 움직여줘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죠.

과거보다 줄기는 했지만, 백인 여성들은 여전히 트럼프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습니다.

반대로 트럼프는 유색 인종 유권자 그룹 가운데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남성, 특히 라틴계 남성 표를 뺏어왔습니다.

CNN이 선거 당일 및 사전투표 등에서 진행한 출구조사에서 트럼프(54%)는 라틴계 남성 유권자 그룹에서 해리스(44%)보다 10% 포인트 더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라틴계 남성 유권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했던 2016년과 2020년 모두 민주당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한 바 있습니다.

[앵커]

결국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기대했던 여성 유권자들의 몰표, 특히 낙태권 이슈가 생각보다 큰 위력이 없었다는 얘기네요?

[기자]

사회 문제에 있어서는 해리스는 낙태권, 트럼프는 이민·국경정책을 이번 대선의 무기로 들고 나왔는데요.

사실상 여성 문제에 국한된 낙태권보다는 이민·국경 관련 사안이 일반 유권자들에게 파급력을 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 낙태권 보장과 관련한 투표를 한 주 가운데 남부 경합주인 애리조나, 네바다의 경우는 '낙태권 보장' 투표는 가결됐지만 대선 투표에서는 트럼프가 해리스를 앞섰습니다.

[앵커]

초박빙일 것이라던 여론조사는 다 틀렸죠.

특히 트럼프가 경합주를 싹쓸이한 게 결정적이었어요.

[기자]

트럼프가 예상외의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일곱 개 경합주 모두에서 승기를 잡았기 때문인데요.

특히 트럼프는 최대 승부처였던 펜실베이니아는 물론이고, 미시간과 위스콘신까지, 3개 '러스트벨트' 주를 모두 정복했습니다.

이들 3개 주는 이전까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민주당의 파란색을 딴, '블루월', 즉 파란 성벽으로 불렸지만, 이번에 공화당이 무너뜨렸습니다.

불만이 쌓인 백인 노동자 계층의 표심이 돌아선 건데요.

해리스 부통령은 4년 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최대 운송 노조 '팀스터스', 국제소방관협회(IAFF) 등 주요 노조의 지지도 얻지 못했습니다.

[앵커]

러스트벨트 패배는 민주당에게 충격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민심이 바뀐 이유가 뭔가요?

[기자]

역시 경제, 특히 높은 물가 때문입니다.

미 노동부가 미국 전역을 9개 경제권으로 나눠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9월 펜실베이니아주가 속한 중부·대서양 경제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보다 3.4% 올랐습니다.

미국 전체 2.4%보다 1% 포인트가 높습니다.

결국 경제와 이민자 문제 등, 불만을 달래줄 '특단의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해리스와 "문제를 다 고쳐주겠다"고 공언한 트럼프가 비교되는데, 트럼프의 승리 연설에서 나온 발언, 들어보시죠.

[도널드 트럼프 / 미 대통령 당선인: 우리나라가 치유되도록 도울 것입니다. 도움이 그것도 아주 절실히 필요한 나라입니다. 국경을 고칠 겁니다. 모든 것을 고칠 것입니다.]

[앵커]

이번 대선 결과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도 짚어보죠.

당장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선 당일, 개표 결과가 트럼프 쪽으로 기울면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움직였는데요.

장중 한때 1404원까지 치솟아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관세 인상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과 금리 인하 지연 전망 등에 단기간 1420원선까지 오를 것이란 시장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강달러 흐름이 우리 기업들에게는 뭘 의미하는 건가요?

[기자]

산업별로 의미가 다른데요.

수출 기업들에게는 단기적으로나마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현대차 등은 자동차 수출에 있어 강달러가 매출 증가 효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조선과 해운업계도 선박 건조 계약금이나 운임비 등을 달러로 받는 만큼,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나 증설하고 있는 배터리 업계로선 투자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요.

항공업계는 유류할증료 인상과 해외여행 감소로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정유와 철강, 건설사 등은 원자잿값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트럼프가 내세운 정책들로 인해, 기업들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죠?

[기자]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핵심은 관세입니다.

이와 함께 해외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등 지원은 축소 또는 폐지가 예상되는데요.

당장,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로 한, 반도체 기업들이 밤잠을 설치게 됐습니다.

지난달 나온 트럼프의 발언, 들어보시죠.

[도널드 트럼프 / 미 대통령 당선인: 바이든의 반도체 정책은 정말 나쁩니다. 우리는 부자 기업을 미국에 오게 하려고 수십억 달러를 들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좋은 회사를 우리에게 주지 않을 겁니다.]

친환경 보조금을 받는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도 판매 전략과 투자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고요.

철강 업계도 관세 폭탄과 무역장벽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협력'에서 앞으로 '협상'이 더 중요 해질 텐데 잘 대비해야겠군요.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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