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신세계 '남매 회장'의 같은 듯 다른 행보
SBS Biz 정대한
입력2024.11.07 16:42
수정2024.11.07 17:13
[앵커]
신세계그룹의 남매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동생인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을 독자적으로 경영하기로 한 겁니다.
신세계를 유통명가로 일군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은 남매에게 지분도 똑같이 나눠 줬는데요.
이 회장과 '판박이'라는 정유경 회장이 사장에서 회장으로 직행하면서 남매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그려졌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신세계 그룹이 최근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죠?
[기자]
그룹의 두 축인 이마트와 백화점을 분리해서 남매가 각자 회장 체제로 경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통해 유통 3사와 복합쇼핑몰, 이커머스, 호텔, 건설을, 정유경 회장은 (주)신세계를 통해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뷰티 등의 사업을 이끄는데요.
자산 규모는 이마트 부문이 43조 원으로 2배 이상 크고요, 백화점 부문은 19조 원으로 재계순위로 보면 26위 규모입니다.
[앵커]
계열 분리한다는 게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죠?
[기자]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사실상 두 개의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돼 왔습니다.
2016년 남매가 가진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하며 얽혀있던 지분 구조를 정리했고, 2019년 이마트와 신세계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을 신설해 계열 분리를 위한 밑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듬해인 2020년엔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8.2%를 정용진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8.2%는 정유경 회장에게 똑같은 비율로 증여하면서 남매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앵커]
남매가 지분도, 직급도 동급이 된 셈인데, 정유경 사장의 회장 직행이 주목할 만하죠?
[기자]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사장 9년 만에 곧바로 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단 평가입니다.
지난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경영에 발을 들인 정 회장은 2015년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는데요.
지난해 백화점 매출과 영업이익을 2016년 대비 두 배로 키웠습니다.
1972년생으로 정용진 회장보다 4살 아래인데요.
정유경 회장은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주요 중견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첫 여성 회장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범삼성가로 보면 3세 가운데 첫 여성 회장이기도 한데요.
사촌 언니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 이어 삼성가의 여성 리더의 계보를 잇게 됐습니다.
[앵커]
딸에서 딸로 승계가 이뤄진 점도 이례적이죠?
[기자]
장남 등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게 여전히 한국 재계에선 일반적인데요.
이명희 총괄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막내딸로, 당시 이병철 회장은 '여자도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며 30대 가정주부였던 이명희 회장을 경영의 길로 이끈 것으로 전해집니다.
삼성에서 백화점을 가지고 나와 유통명가로 키워 딸인 정유경 회장에게 다시 물려주면서 유례없는 모녀 승계가 이뤄졌습니다.
정유경 회장은 리틀 이명희로 불릴 정도로 패션부터 경영 스타일까지 닮은 꼴인데요.
이번 승진을 두고 오빠와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그리게 됐습니다.
들어보시죠.
[박주근 / 리더스 인덱스 대표 : 여전히 정용진 회장에 대한 이명희 총괄 회장의 신뢰는 100%는 아닌 것이 이런 것에 좀 드러나는 게 아닌가 부분이 있고 양쪽 다 회장 체제로 일단 경쟁을 좀 시키는 것도 그런 것을 염두에 둔 사안이 아닐까라고 봅니다.]
[앵커]
아들과 딸에게 경영권을 전면 넘겨주는 단계인데, 삼성에서 떨어져 나온 신세계가 이명희 회장 체제에서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어요?
[기자]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할 때 신세계가 가진 건 본점, 영등포점 등 백화점 2개와 조선호텔뿐이었는데요.
이후 33년이 흐른 현재 이마트는 전국에 153개의 점포를 바탕으로 국내 대표 대형마트로 자리매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12곳에 달할 정도로 확고한 위치를 구축했습니다.
이후 1997년 완전히 계열 분리될 당시 1조 7천500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어느덧 70조 원을 넘어서며 재계 순위 11위에 올라섰고, 오너가 개인이 아닌 포스코와 농협을 제외하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앵커]
완전한 계열 분리를 위한 절차들이 이제 진행돼야죠?
[기자]
이명희 회장과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 정리가 진행될 겁니다.
우선 이커머스 자회사 SSG닷컴의 경우 이마트의 자회사 격인데요.
지분구조를 보면 이마트가 최대 주주로 45.6%를 갖고 있고, 신세계가 24.4%를 갖고 있습니다.
이 신세계 보유지분을 이마트에 넘기는 시나리오가 관측됩니다.
상표권도 교통정리가 필요한데요.
현재 '신세계' '이마트' 'SSG' '쓱' 등 주요 상표권이 정유경 회장 쪽인 (주)신세계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표권 소유권을 바꾸거나, 이마트가 신세계 쪽에 상표권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또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각각 10%의 향방도 관심인데요.
공정거래법상 친족기업의 계열 분리 시 지분율을 3% 아래로 낮춰야 하는 만큼 이 회장이 남매 누구에게, 얼마나 상속할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앵커]
보통 재계에서 승계 작업을 할 때 가족 간 다툼이 많이 발생하는데, 신세계는 그런 우려는 없나요?
[기자]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는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다른 그룹에서는 오너가의 승계 작업 과정에서 자녀들 간의 분쟁이 종종 벌어지고 있어 대비됩니다.
현재 진행형인 곳만 봐도 한미약품 그룹이 그 중 하나인데요.
창업주인 아버지 고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뒤 아내와 딸, 그리고 두 아들로 편이 나뉘어 상속세 재원 마련 문제와 맞물려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남매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무엇보다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시장에서 유통공룡의 건재함을 증명하는 겁니다.
쓱닷컴과 지마켓 등 그룹 내 이커머스 계열사가 있긴 하지만 역시 중심은 마트와 백화점, 전통적인 오프라인 본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그룹의 전략입니다.
[서용구 /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 대형마트하고 이커머스는 지금 '트레이드 오프', 서로 상반된 결과가 나면서 이커머스의 전성시대인데, (이마트는) 대형마트가 주력인데 대형마트와 쓱닷컴도 전자상거래도 잘해야 되는데, 굉장히 격동의 불확실성에 노출된 위험 산업이죠.]
[앵커]
큰 틀에서 보면 시장 변화가 남매 모두에게 과제이고, 각각 보면 어떤가요?
[기자]
이번 정기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을 보면 남매 회장의 다른 행보가 눈에 띄는데요.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계열사들의 중복되는 업무를 정리하며 효율화를 꾀한 반면 정유경 회장은 새로운 팀을 만들며 사업 확장을 예고했습니다.
뷰티전략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고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총괄을 대표 직속으로 신설했는데요.
한국 화장품이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만큼 뷰티 플랫폼 등으로 화장품 사업을 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정대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신세계그룹의 남매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동생인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을 독자적으로 경영하기로 한 겁니다.
신세계를 유통명가로 일군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은 남매에게 지분도 똑같이 나눠 줬는데요.
이 회장과 '판박이'라는 정유경 회장이 사장에서 회장으로 직행하면서 남매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그려졌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신세계 그룹이 최근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죠?
[기자]
그룹의 두 축인 이마트와 백화점을 분리해서 남매가 각자 회장 체제로 경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통해 유통 3사와 복합쇼핑몰, 이커머스, 호텔, 건설을, 정유경 회장은 (주)신세계를 통해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뷰티 등의 사업을 이끄는데요.
자산 규모는 이마트 부문이 43조 원으로 2배 이상 크고요, 백화점 부문은 19조 원으로 재계순위로 보면 26위 규모입니다.
[앵커]
계열 분리한다는 게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죠?
[기자]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이마트가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사실상 두 개의 지주회사 형태로 운영돼 왔습니다.
2016년 남매가 가진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하며 얽혀있던 지분 구조를 정리했고, 2019년 이마트와 신세계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을 신설해 계열 분리를 위한 밑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듬해인 2020년엔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8.2%를 정용진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8.2%는 정유경 회장에게 똑같은 비율로 증여하면서 남매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앵커]
남매가 지분도, 직급도 동급이 된 셈인데, 정유경 사장의 회장 직행이 주목할 만하죠?
[기자]
부회장을 거치지 않고 사장 9년 만에 곧바로 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단 평가입니다.
지난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경영에 발을 들인 정 회장은 2015년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는데요.
지난해 백화점 매출과 영업이익을 2016년 대비 두 배로 키웠습니다.
1972년생으로 정용진 회장보다 4살 아래인데요.
정유경 회장은 국내 주요 200대 그룹과 60개 주요 중견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첫 여성 회장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범삼성가로 보면 3세 가운데 첫 여성 회장이기도 한데요.
사촌 언니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 이어 삼성가의 여성 리더의 계보를 잇게 됐습니다.
[앵커]
딸에서 딸로 승계가 이뤄진 점도 이례적이죠?
[기자]
장남 등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게 여전히 한국 재계에선 일반적인데요.
이명희 총괄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막내딸로, 당시 이병철 회장은 '여자도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며 30대 가정주부였던 이명희 회장을 경영의 길로 이끈 것으로 전해집니다.
삼성에서 백화점을 가지고 나와 유통명가로 키워 딸인 정유경 회장에게 다시 물려주면서 유례없는 모녀 승계가 이뤄졌습니다.
정유경 회장은 리틀 이명희로 불릴 정도로 패션부터 경영 스타일까지 닮은 꼴인데요.
이번 승진을 두고 오빠와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를 그리게 됐습니다.
들어보시죠.
[박주근 / 리더스 인덱스 대표 : 여전히 정용진 회장에 대한 이명희 총괄 회장의 신뢰는 100%는 아닌 것이 이런 것에 좀 드러나는 게 아닌가 부분이 있고 양쪽 다 회장 체제로 일단 경쟁을 좀 시키는 것도 그런 것을 염두에 둔 사안이 아닐까라고 봅니다.]
[앵커]
아들과 딸에게 경영권을 전면 넘겨주는 단계인데, 삼성에서 떨어져 나온 신세계가 이명희 회장 체제에서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어요?
[기자]
199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할 때 신세계가 가진 건 본점, 영등포점 등 백화점 2개와 조선호텔뿐이었는데요.
이후 33년이 흐른 현재 이마트는 전국에 153개의 점포를 바탕으로 국내 대표 대형마트로 자리매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12곳에 달할 정도로 확고한 위치를 구축했습니다.
이후 1997년 완전히 계열 분리될 당시 1조 7천500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어느덧 70조 원을 넘어서며 재계 순위 11위에 올라섰고, 오너가 개인이 아닌 포스코와 농협을 제외하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앵커]
완전한 계열 분리를 위한 절차들이 이제 진행돼야죠?
[기자]
이명희 회장과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 정리가 진행될 겁니다.
우선 이커머스 자회사 SSG닷컴의 경우 이마트의 자회사 격인데요.
지분구조를 보면 이마트가 최대 주주로 45.6%를 갖고 있고, 신세계가 24.4%를 갖고 있습니다.
이 신세계 보유지분을 이마트에 넘기는 시나리오가 관측됩니다.
상표권도 교통정리가 필요한데요.
현재 '신세계' '이마트' 'SSG' '쓱' 등 주요 상표권이 정유경 회장 쪽인 (주)신세계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표권 소유권을 바꾸거나, 이마트가 신세계 쪽에 상표권 사용료를 내야 합니다.
또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각각 10%의 향방도 관심인데요.
공정거래법상 친족기업의 계열 분리 시 지분율을 3% 아래로 낮춰야 하는 만큼 이 회장이 남매 누구에게, 얼마나 상속할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앵커]
보통 재계에서 승계 작업을 할 때 가족 간 다툼이 많이 발생하는데, 신세계는 그런 우려는 없나요?
[기자]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는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다른 그룹에서는 오너가의 승계 작업 과정에서 자녀들 간의 분쟁이 종종 벌어지고 있어 대비됩니다.
현재 진행형인 곳만 봐도 한미약품 그룹이 그 중 하나인데요.
창업주인 아버지 고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뒤 아내와 딸, 그리고 두 아들로 편이 나뉘어 상속세 재원 마련 문제와 맞물려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남매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무엇보다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 시장에서 유통공룡의 건재함을 증명하는 겁니다.
쓱닷컴과 지마켓 등 그룹 내 이커머스 계열사가 있긴 하지만 역시 중심은 마트와 백화점, 전통적인 오프라인 본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그룹의 전략입니다.
[서용구 /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 대형마트하고 이커머스는 지금 '트레이드 오프', 서로 상반된 결과가 나면서 이커머스의 전성시대인데, (이마트는) 대형마트가 주력인데 대형마트와 쓱닷컴도 전자상거래도 잘해야 되는데, 굉장히 격동의 불확실성에 노출된 위험 산업이죠.]
[앵커]
큰 틀에서 보면 시장 변화가 남매 모두에게 과제이고, 각각 보면 어떤가요?
[기자]
이번 정기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을 보면 남매 회장의 다른 행보가 눈에 띄는데요.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계열사들의 중복되는 업무를 정리하며 효율화를 꾀한 반면 정유경 회장은 새로운 팀을 만들며 사업 확장을 예고했습니다.
뷰티전략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고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총괄을 대표 직속으로 신설했는데요.
한국 화장품이 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만큼 뷰티 플랫폼 등으로 화장품 사업을 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정대한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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