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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막전막후] KT 김영섭 말 바꾸기에 구성원들 '술렁'…강제 구조조정 조짐

SBS Biz 이민후
입력2024.10.31 16:29
수정2024.10.31 18:16

[앵커] 

김영섭 KT 대표가 대규모 구조조정의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일단 KT는 통신분야 자회사를 설립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희망퇴직 등 6천여 명을 정리할 계획인데요. 

문제는 자회사로 이동하는 전출자가 예상만큼 모집되지 않아 모집 일정을 연장하면서까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입니다. 

김 대표는 앞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취임 초부터 밝혀왔는데 이를 뒤집으면서 구성원들 반발도 심합니다. 

산업부 이민후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KT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 중이잖아요? 

[기자] 

KT가 통신 분야 인력 5천7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과 전출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 중입니다. 

큰 골자는 통신 네트워크 부문을 KT 본사에서 떼어내 자회사로 만들 계획입니다. 

지난 28일 자회사 전출 2차 마감 기일이었는데요. 

전출자는 극소수이고 희망퇴직자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내부 집계 자료에 따르면 통신시설 설계와 고객전송 업무 담당하는 자회사 OSP에는 1천124명, 국사 전원시설의 설계와 유지 보수를 맡는 P&M에 184명이 전출을 희망했습니다. 

당초 인력 재배치 계획 초안에서 밝힌 두 자회사 인력 규모가 각각 3천400명, 380명인 상황인데 대략 3분의 1 수준에 그친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KT는 전출 접수 기간을 지난 28일에서 11월 4일까지로 연장했습니다. 

KT 관계자는 접수 기간 연장과 관련해 "특별희망퇴직 마감일까지 추가로 전적·전출을 희망하는 경우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기한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추가로 전출에 나설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기자, 원래 당초 김영섭 대표는 '구조조정은 없다'라고 계속 강조해 왔잖아요? 

[기자] 

취임 초부터 살펴보면요. 

취임 직후에는 임직원들과 만나 "경영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인사와 조직 개편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되어야 하지만 KT인 대부분 훌륭한 직장관을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이기에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함께'의 가치를 강조했고요. 

지난해 9월에는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통상 수준의 인원 교체 내지 해임, 신규 채용 등은 있겠지만 대규모 인위적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은 안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인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바뀐 이 상황에 이번 국정감사에서 질타가 나왔습니다. 

[이훈기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연초에 사장님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죠?] 

[김영섭 / KT 대표 : 강압적인 인위적인 대규모 구조조정은 안 한다고 했고요. 경영이란 건 항상 합리적인 구조조정을 늘 해나가야….] 

김 대표의 말처럼 경영기조야 늘 바뀔 수 있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 같은 말 뒤집기에 김 대표에 대한 구성원들과 외부에서의 신뢰도가 낮아진 건 부정할 수 없어 보입니다. 

[앵커] 

구성원들은 회사가 당초와 달리 말을 바꿨다는 반응이 나올 텐데요. 

일단 회사 측에서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어요? 

[기자] 

일단 KT는 기본급 70% 수준의 월급과 전직 지원금으로 정년까지 임금의 30% 수준의 일시금을 제안했는데요. 

일단 노조와 합의 이후 한차례 인상된 내용인데요. 

노사합의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아 뒷말도 나왔습니다. 

본사 앞에서 투쟁에 나선 제1노조와 몇 시간 만에 협상 끝에 합의를 마쳤는데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항의투쟁 이전 합의가 진행됐다는 전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통상적으로 구조조정 등 인력 재배치에 나서면 설명회를 열거나 임직원들에 대한 설득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도 미흡했다는 게 직원들 입장입니다. 

소수노조인 KT새노조는 이후에도 단식투쟁에 나서는 등 반발에 나섰습니다. 

[김미영 / KT새노조 위원장 : 지금 이제 (구성원들이) 더 분노하고 있고 압력 이런 거는 이제 점점점점 더 높아지고 있고요. 설명과 강압도 종이 한 장 차이예요. 저희도 불법이 채증 될 때 전부 다 고발 조치할 겁니다.] 

[앵커] 

사실 KT의 구조조정 역사가 길잖아요.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봐야겠죠? 

[기자] 

일단은 소유분산기업인 만큼 외부에서 CEO가 들어올 때면 구조조정을 단행한 선례가 있었는데요. 

최근 20년을 살펴보면 2009년 이석채 사장 시절 5천990명, 2014년에는 황창규 사장의 취임 직후 8천320명 구조조정이 진행됐고요. 

김 대표 체제에서 5천700여 명이 이제 단행되는 겁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법 논란이 일었다는 겁니다. 

앞서 이석채 사장 시절 구조조정, 부진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단행하면서 일부 관리직들 구성원에게 퇴사를 압박하는 행위가 자행됐는데요. 

지난 2013년에 대법원 판결을 통해 불법으로 판명됐고요. 

황창규 사장 시절에는 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모아 신설한 업무지원 조원에서 직원의 노동조합 활동, 개인 성향 등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가운데 명예퇴직 직원들이 힘을 모아 사측의 강요 때문이라며 해고무효 소송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김 대표 체제에서도 똑같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앵커] 

김영섭 대표가 이제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배경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죠? 

[기자] 

KT의 인사적체는 높은 비용의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그러니까 비용을 절감해 실적을 개선하겠단 취지로 풀이됩니다. 

앞서 역대 KT 경영자들은 거대한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를 찾는 노력을 했는데요. 

최근 김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먹거리를 찾겠다는 구상이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단기간에 장담할 순 없습니다. 

가장 단기적으로 손쉬운 방법이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여서 실적을 개선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전임자였던 황창규 대표는 구조조정 당시 4천억 적자를 냈지만 1년 뒤 1조 3천억 원 가까운 흑자로 전환됐고요. 

구현모 전 대표도 대규모는 아니지만 조직효율화를 통해 영업이익을 1년 전과 비교해 40% 뛰는 효과를 거둔 바 있습니다. 

연임을 위해선 이 과정이 필연적으로 반복 돼왔던 선례가 있는 만큼 김영섭 대표도 다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KT에서 25년간 근무했던 교수의 말 한 번 들어보시죠. 

[한영도 /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외부에서 이제 CEO로 오신 분들의 경우에는 가장 쉽게 기업의 수익성 내지는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인력 구조조정이거든요. 김영섭 대표로서도 지금 1년이 넘었잖아요. 연임에 대한 정당성이 확보가 되려면 주가부터 해서 경영 성과가 사실 좋아야 되는데 그런 측면이 같이 고려됐다고 보입니다.] 

[앵커] 

김 대표는 외부 인사잖아요. 

KT 내부 장악력은 필수잖아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김영섭은 경쟁사인 LG유플러스라는 외부 출신인 만큼 내부 장악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김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했던 첫 번째 일은 전임자인 구현모 전 대표 지우기였는데요. 

당시 전임 대표 체제의 부문장 3명을 '물갈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아직 부임한 지 1년 차 밖에 되지 않은 가운데 김 대표의 구조조정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문제는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의 내부 구성원들의 신임입니다. 

일단 외부 인사기 때문에 기존 조직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어 구조조정을 더 과감히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구성원 반발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습니다. 

'AI회사로의 전환'이란 5개년 계획을 밝히며 연임의 포석을 둔 김 대표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남은 1년 간 내부 구성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사입니다. 

[앵커] 

이민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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