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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실적 '깜짝' 아닌 '반짝?…월가는 반신반의

SBS Biz 임선우
입력2024.10.25 10:49
수정2024.10.25 11:18

[앵커]

테슬라가 또 한 고비 넘겼습니다.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컸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꽤 괜찮은 성적이 나왔는데요.

특히 머스크 CEO가 깜짝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일단 분위기 전환에는 성공한 것 같은데,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시장도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수치부터 다시 정리해 보죠.

3분기 실적 어땠습니까?

[기자]

당장 숫자만 놓고 보면 월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내놨습니다.

매출은 예상치에 못 미쳐 다소 아쉬웠지만, 지난 분기에 이어 플러스 행진은 이어갔고요.

순익과 마진율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주당순익 0.72달러, 매출 총 이익률, 즉 마진율은  19.8%를 기록했습니다.

차량 당 매출원가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영업이익률이 10.8%로 높아졌는데, 이 부분에 시장이 특히 환호했고요.

또 컨퍼런스콜에서 머스크가 제시한 장미빛 전망도 환호를 이끌어냈습니다.

머스크는 내년엔 더 낮은 가격의 차량을 선보이고, 자율주행으로 최대 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로보택시도 현재 호출앱을 개발해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험 운행을 하고 있고, 내년에는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서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가를 밀어 올렸습니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할 것이란 예상 때문에 실적발표 당일까지, 5 거래일 연속 하락한 테슬라 주가는 실적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서 수직상승해 10% 넘는 오름세를 보였고요. 

다음날 정규장에서는 무려 20% 넘게 폭등했습니다.

[앵커]

월가에서는 어떤 평가가 나오나요?

[기자]

대체로 차가웠던 시선을 거두는 분위기지만 의구심을 거두지 않는 곳들도 많은데요.

먼저 긍정적인 평가부터 보자면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하면서 매수 등급을 부여했고요.

파이퍼샌들러는 거의 모든 면에서 예상외로 좋은 분기였고, 특히 내년 전망과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공개했다며, 낙관적이지 않기가 어렵다 평가했습니다.

반면 트루이스트는 테슬라가 신차를 처음 공개한 지 1년 안으로 차량을 인도한 적이 없다"면서, "저렴한 신차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에 머스크가 말한 20∼30%의 성장을 책임질 수 있는 신차를 인도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고요.

JP모건은 한술 더 떠 테슬라가 흔치 않은 실적 호조를 기록했다면서도 지속가능하지 않아 보인다며 비중 축소 등급을 제시했습니다.

[앵커]

실적만 놓고 보면, 걱정이 너무 과했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 우려와 달리 좋은 성적이 나온 이유는 뭐고, 또 월가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어떤 것들인가요?

[기자]

당초 매출 부문은, 최대 시장인 중국이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이구환신, 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꾼다는 보조금 정책으로 테슬라 역시 숨통이 틜 수 있게 된 거고, 이 요인은 이미 시장에 반영이 됐고요.

주목해야 할 건 이익과 마진율이 늘어난 배경입니다.

순익을 늘리는 데 있어 가장 이상적으로 꼽히는  방법은 생산 단가를 줄이는 거죠. 

테슬라뿐만 아니라, 경쟁사들 역시 비용 낮추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3분기 순익이 늘어났다는 것만 보고 혹시 테슬라가 저비용 생산 혁신의 실마리를 찾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반짝했지만,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월가는 이번 테슬라의 순익이 급증한 배경으로 리튬 가격이 급락한 점을 꼽았는데요. 

전기차 설계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 부담이 줄어 나타난 반짝 효과일 뿐, 테슬라가 구조적으로 진전을 이뤄낸 건 없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제프리스는 기술 혁신이나 사업 모델에 대한 진전의 징후를 찾아볼 수 없다며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195달러로 낮춰 잡았는데요.

그러면서 앞으로는 자금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앵커]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나온 얘기 중에 또 눈여겨볼 부분은 없습니까?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완전자율주행, FSD 기능과 관련된 언급이 나왔는데요.

머스크가, 자율주행 컴퓨터, 하드웨어 3 칩셋 보드가 FSD 기능을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머스크는 "100% 확신하지 못한다. HW3가 FSD 안전 수준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말했는데요.

HW3가 잠재적으로 비감독 자율주행을 지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겁니다.

HW3가 여력이 안된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면, 추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HW4를 제공하겠다 덧붙였지만, 이미 수백만 대의 테슬라 차량에 HW3가 탑재된 상황인 데다, 손바닥 뒤집듯 뒤바뀐 약속에 지난 로보택시 행사 이후 불거진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만 키운 꼴이 됐습니다. 

규제도 시장의 물음표를 키우고 있습니다.

미국 현행법상 운전대나 페달 등 제어 장치가 없는 차량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운행이 가능한데, 막상 규제를 면제받더라도 물리적으로 1년에 제한된 숫자의 로보택시만 도로에 내놓을 수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이렇든 저렇든 대량 생산을 약속한 테슬라로선, 물량 공세를 펼칠 수 없다는 것이 걸림돌이 될 테고요.

또 테슬라는 당국에 규제 면제를 아직 요청하지 않은 걸로 전해지는데, 바꿔 생각해 보면, 도로 위를 달릴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고요.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규제가 다르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앵커]

이런 와중에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추격도 무시 못할 상황이죠?

[기자]

그간 업계에선 전기차 경쟁은 결국 시간 싸움이라는 말이 많았는데요.

전기차도 자동차인데, 전통 강자들의 기술력이 결국은 치고 올라올 거라는 얘깁니다.

실제로, 디트로이트의 맏형 격인 제너럴모터스가 최근 속도를 내는 모습인데요.

공교롭게도 테슬라의 실적 발표 하루 전, GM의 분기 성적표가 나왔는데, 매출과 순익 모두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9개 분기 연속 순이익 증가 기록을 이어갔고요. 

호실적과 함께 올해 전체 실적 전망치도 높여 잡았습니다.

미국 안방에서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내연기관 픽업트럭과 SUV 모델들이 실적을 견인하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이 했고요.

전기차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는데, 올해 판매량은 '실버라도' 전기 트럭과 '이쿼녹스' 전기 SUV 모델 생산이 늘면서 매 분기 증가했습니다. 

이 부분을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하는데요.

어느새 전기차 사업이 손익분기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겁니다. 

튼실한 재정과 견고한 캐시카우, 또 100년 넘게 축적한 기술력을 등에 업고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맹추격 중인데, 종합적으로 봤을 때, 테슬라의 이번 깜짝 실적은 반가운 소식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현실입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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