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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컷'에도 오르는 美 국채금리…트럼프 때문?

SBS Biz 이한나
입력2024.10.25 10:49
수정2024.10.25 11:11

[앵커]

지난주까지 6주 연속 상승 가도를 달리던 뉴욕증시가 이번 주에는 시들시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처럼 투자 심리가 위축된 건, 미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의아한 점은, 통상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국채금리도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미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다, 또 최근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되는데요.

[앵커]

먼저, 미국 국채금리 얼마나 올랐고, 또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미 연준이 지난달 18일 열린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하한 시점부터 보면, 2년물 금리는 약 한 달 동안 0.34% 포인트, 10년물 금리는 0.4% 포인트 뛰었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움직임인데요.

지난 1989년 이후 연준이 단행한 총 6차례의 통화완화 주기를 살펴보면, 금리 인하를 개시한 뒤 미 국채 금리는 2년물 기준으로 한 달 동안 평균 0.15%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기준금리가 계속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채권 금리를 밀어내리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번엔 국채 금리가 되레 오르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현지시간 23일 오후 4시 기준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4.246%에 거래됐습니다.

7월 말 이후 최고치인데요.

글로벌 연금전문 자산운용사인 티로프라이스는 이렇게 현재 연 4%대 초반에서 움직이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6개월 내 연 5%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과거 흐름과 다른 지금의 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가요?

[기자]

우선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고용시장 상황이 뜨거운데요.

지난달 9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보다 25만 4천 건이나 늘어나, 예상치였던 14만 7천 건을 10만 건 이상 웃돌면서 6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9월 소매 판매도 전월보다 0.4% 늘어나 예상치 0.3%를 웃돌았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결국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국채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겁니다.

연준 내부에서도 속도조절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나왔는데요.

대표적인 매파 인사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중립 금리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보다 완만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지려면 노동시장이 빠르게 약화된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 때문에 연준의 9월 '빅컷' 결정이 잘못됐다는 분석까지 나와요?

[기자]

심플리파이 자산관리는 "전반적으로 국채금리가 다시 상승하고 연준이 9월에 너무 공격적으로 움직여 정책 오류를 범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는 전 세계적으로 국채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미국 대선 판세도 국채금리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어요.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 국채 금리 상승에 '트럼프 트레이드'가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율 관세, 대규모 감세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요.

우선 '고율 관세'는 관세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발 가능성을 높이면서 국채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안한 대로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10% 포인트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경우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씩 5번 올려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관세가 높아지면 미국 내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물가 상승률도 높아져 금리를 쉽사리 낮출 수 없는 환경이 되기 때문인데요.

관세 부과 시 미국 물가 상승률이 1.1%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이를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하고, 국채 금리도 따라 오르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앵커]

감세 정책은 왜 국채 금리를 자극하나요?

[기자]

트럼프의 '대규모 법인세 감세' 예고는 연방정부 적자 확대 우려를 낳아 국채 금리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법인세가 낮아지면, 결과적으로 세수가 줄어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더 커지고, 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채를 늘리면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낮아지고, 금리는 오르겠죠.

이와 관련해 어니 테데스키 예일대 예산연구소 이사는 전미실물경제학회(NABE) 연례회의에서 "지난 25년간 미국에서는 세 차례 대규모 감세 조치가 있었고, 모두 기한이 만료된 후 연장됐다"면서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국채금리는 점차 상승했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감세를 연장하는 것만으로 부채증가율이 명목성장률보다 커진다"며 "지속 불가능한 경제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국채 금리가 오르면 당장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기자]

국채금리가 치솟으면 기업 대출 금리가 올라가 실적에 영향을 주고, 동시에 국채에 대한 매력이 주식보다 커지면서 주식에 대한 매도세가 나올 수 있습니다.

자산운용사 밀러 타박 플러스코는 "국채금리가 높다고 해서 주식에 부정적일 필요는 없지만, 현재 주식시장이 고평가 된 것을 고려할 때, 높은 국채금리가 머지않아 주식시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UBS 글로벌 자산 관리는 "최근 데이터는 미국 경제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탄력적임을 보여주지만, 광범위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며 고용시장에 대한 하방 리스크는 낮지만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올해 0.5% 포인트, 내년에 1% 포인트의 추가 금리인하를 계속 예상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채금리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결국 트럼프의 재집권 여부가 관건인데, 현재 대선 판세는 어떻습니까?

[기자]

가장 최근 로이터의 여론조사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은 46%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43%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3% 포인트 앞서긴 했는데, 오차범위 이내이기 때문에 승부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요.

관건은 7개 경합주 판세인데, 최근까지 해리스 후보가 앞섰던 위스콘신과 미시간주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아졌습니다.

트럼프는 애리조나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계속 우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자체 미국 대선 결과 예측 모델에서 트럼프의 당선 확률을 54%로, 해리스의 당선 확률은 45%로, 9% 포인트나 벌어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앵커]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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