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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소시효 지난 죄로 공소장 변경 허가·유죄 선고는 잘못"

SBS Biz 송태희
입력2024.10.21 07:16
수정2024.10.21 07:17


최초 기소 시점에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된 죄명으로 검찰이 신청한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여 유죄로 선고한 항소심 판결은 잘못돼 취소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습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사서명위조 혐의 등으로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공소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공소시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약사가 아닌 A씨는 2016∼2021년 경남·충남 등지에서 약사로부터 면허를 대여받아 약국을 운영하면서 의약품을 조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이같은 약사법 위반·사기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2016년 9월 약국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임대인에게 교부했다는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항소심 단계에서 임대차계약서의 서명을 위조했다는 사서명위조·위조사서명행사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심리 대상을 좁혀 유죄를 받아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사문서위조죄는 다른 사람 명의의 문서를 만드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반면 사서명위조죄는 이미 만들어진 문서에 위조된 서명을 기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그 대상이 다소 다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뒤 이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해 A씨의 형량은 징역 6년으로 늘어났습니다. 

 A씨는 '공소시효 완성'을 다투며 상고했습니다. 

A씨 측은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으로 바뀐 사서명위조·위조사서명행사죄의 공소시효는 5년으로, 최초 기소 시점인 지난해 6월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됐는데도 원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문서위조죄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2016년 9월 행위에 대해 이 죄명을 적용해 지난해 6월 기소한 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서명위조죄의 공소시효는 2021년 9월 완성됐으므로 유죄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상고이유였습니다.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공소제기 당시 공소사실에 대한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면 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변경된 공소사실로 봤을 때 공소제기 시점에 이미 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는 면소판결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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