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카카의 닌자 드리블·피를로의 사륜안 패스...게임보다 더 게임같은 대결

SBS Biz 김완진
입력2024.10.20 21:13
수정2024.10.21 06:10

[2024 넥슨 아이콘 매치 메인 경기 (사진=기자 촬영)]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노장은 죽지 않는다'는 뻔한 말을 꺼낼  수 밖에 없는 때가 있습니다. 오늘(20일) 저녁 6만4천 관중을 불러모은 '축구의 별'들이 펼친, 게임보다 더 게임같은 대결에서였습니다.

저녁 6시에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공격수 11명과 수비수 11명의 대결 '넥슨 아이콘 매치'는 어제 이벤트 매치가 끌어올린 열기를 더 뜨겁게 달궜습니다.

넥슨 축구 게임 'FC 온라인'과 'FC 모바일' 상의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이 속한 '아이콘 클래스' 선수들이 모여 경기를 벌이는 아이콘 매치는, 공격수 팀 'FC 스피어'와' 수비수 팀 '실드 유나이티드'가 창과 방패 컨셉으로 대결하는 방식으로 치러졌습니다.

2010년 전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EPL 우승과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해버지' 박지성을 보며 해외축구에 눈을 뜬 축구팬들이 열광한 플레이를 보여줬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피파 온라인'에 빠져 밤 새는 줄 몰랐던 게임 팬들은 골이 날 때마다 게임에서 선수 카드를 뽑는 화면처럼 표현하는 소개에서 탄성을 터뜨렸습니다.

'하이브리드' 전진배치 vs. 절제력 승부수
한 시대를 풍미하는 것을 넘어 지배했던 선수들임에도 은퇴한 지 5년~10년이 넘었기에 세월의 무게를 실감하게 하는 굼뜬 움직임도 보였지만, 번뜩이는 패스나 드리블, 라인 조절은 왜 전설로 불리는지를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수비수 팀도 사실상 '하이브리드' 선수들을 전진 배치하며 매서운 공격력을 선보였고, 공격수팀도 돋보이는 절제력을 통한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줬습니다.

축구 역사상 탑클래스 공격형 미드필더로 꼽히며 소속팀을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한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를 수상하기도 한 히카르도 카카는, 현역 시절을 연상케 하는 전광석화 같은 드리블을 보여줬습니다.

월드컵과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모두 차지하는 등 위대한 수비형 미드필더를 꼽으면 꼭 손가락 안에 드는 '축구도사' 안드레아 피를로도, 눈이 네 개 달린 듯 사방으로 찔러주는 패스로 경기 흐름을 계속 이끌었습니다.
[2024 넥슨 아이콘 매치 메인 경기 (사진=기자 촬영)]

팽팽한 접전이 펼쳐진 전반 초반이 지나고 15분 쯤 첫골이 터졌습니다. 실드 유나이티드 클라렌스 세이도르프의 패스를 받은 야야 투레가 FC 스피어 수비수를 따돌리고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전반 22분에는 세이도르프가 '예상대로' 앞으로 나온 김병지를 보고 멀리서 중거리킥을 차 키를 훌쩍 넘기는 원더골을 넣었는데, 김병지는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후 잇따라 슈퍼 세이브를 선보이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실드 유나이티드의 이영표는 전설적 선수들을 상대로도 특유의 스텝오버 일명 '헛다리' 개인기로 FC 스피어 수비진을 흔들었고, 이후 이어진 공격에서 박주호는 세이도르프의 패스를 받아 팀의 세 번째 골까지 넣었습니다.

'해버지' 깜짝 등장에 응원가 연호
FC 스피어가 세 번째 골을 먹힌 순간 정색하는 표정이 화면에 비치며 눈길을 끈 박지성은, 당초 무릎에 물이 차는 고질적 부상 탓에 참여가 힘들었지만 후반 막판에 깜짝 교체 투입됐습니다. 경기 중 가장 큰 함성이 터진 순간이었습니다. 박지성은 안드리 셰우첸코가 얻은 페널티킥을 바로 골로 연결했고, 관중들은 박지성 전용 응원가를 연호했습니다.

경기는 실드 유나이티드가 '창보다 강한 방패'의 면모를 보이며 4대 1 승리로 마무리됐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은 '다음 넥슨 아이콘 매치에는 누가 올까요?'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들고 관중석을 향해 하며, 다음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1골, 3도움을 기록하며 모든 득점에 관여한 세이도르프는 "공격수들보다 수비수들이 즐겼다"며 "행복한 이틀이었다"고 소회를 밝혔고,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베르바토프는 "축구에서 수비가 얼마나 힘든지 느꼈다"며 "수비팀이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치켜세웠습니다.

박정무 넥슨 FC 그룹장은 "상상과 게임에서만 가능했던 축구 경기 '아이콘 매치'를 만끽하시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셨다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김완진다른기사
불붙는 정년연장…'혹한기' 기업 고민
카카의 닌자 드리블·피를로의 사륜안 패스...게임보다 더 게임같은 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