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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이 문제가 아니다…반도체 '초격차' 머쓱해진 韓 기업

SBS Biz 김완진
입력2024.10.18 18:23
수정2024.10.19 08:00

한때 신경쓰이는 추격자 정도였던 중국이, 이제는 우리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20%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특히 압도적이라고 여겨졌던 메모리 경쟁력도 이제 마음을 놓아서는 큰일이 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HBM에서 밀린 삼성전자뿐 아니라 HBM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도 중국 공세에 긴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초격차' 머쓱해진 메모리…中 D램 파상공세세
아직 AI 관련 고성능 반도체 기술에는 물음표가 따라붙기는 하지만, PC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범용 D램 기술 수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 구도를 깰 수도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립니다.

중국 메모리 업체 점유율은 내년 3분기 10%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의 과점 구조가 무너지면, 경쟁 격화로 가격이 하락하며 수익성도 악화되기 마련입니다.

중국 CXMT는 최근 2세대 HBM을 생산해 고객사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중국 내부 AI 칩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낸드플래시 분야는 이미 한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은 것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중국 SMIC가 3위 인텔을 위협하는 가운데, 멀게는 삼성전자의 2위 자리를 노릴 수도 있을 정도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린 것으로도 분석됩니다.

화웨이가 엔비디아 첨단 AI 반도체 H100에 필적할 신형 반도체 개발해 곧 출시한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도 나왔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4년에 1387억위안(약 26조 5천억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 산업 투자펀드'를 설립한 데 이어 2015년에는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2018년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반도체 굴기'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OLED도 中 기세에 밀리고…배터리 가격·기술 위협
OLED 시장에서는 중국 패널 업체들이 스마트폰에 이어 노트북 등 IT 제품 점유율을 대폭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국내 기업들이 90% 이상 차지하던 노트북용 OLED 패널 점유율은 올해 처음으로 70%대까지 하락했습니다.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들이 중국산 OLED를 저렴한 값에 대량으로 사들인 것이 중국 OLED가 경쟁력을 키우는 배경이 됐습니다.

OLED 노트북 뿐만 아니라 태블릿 시장에서도 화웨이가 삼성전자 물량을 추월하는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비보와 오포 등 스마트폰에도 OLED 대거 공급하면서 모바일 OLED 시장도 절반 가량 점유하는 양상입니다.

중국은 배터리에서도 저렴한 가격과 높은 기술력을 모두 갖추기 시작하면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LFP 배터리 점유율은 이미 중국 CATL과 BYD가 80% 이상 차지하는 가운데, 단점으로 지적되던 낮은 에너지 밀도 문제도 극복하는 분위기입니다.

CATL은 올해 초 1회 충전에 1000㎞를 주행 가능한 '센싱 플러스 배터리'를 출시했는데, 용량 대비 충전 속도가 4배 빠른 '4C' 슈퍼차저 특성을 갖춘 세계 최초의 신형 LFP 배터리로, 10분 충전으로 600km 주행할 수 있습니다.

LFP 배터리에 투자 단행이 잇따르는 가운데. 성툰 그룹은 31억 위안을 투자하는 '사면 LFP 배터리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2026년 4분기에 완공해 연간 20만톤 규모의 LFP 생산능력을 갖춘 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고, 완전 가동시에는 연간 60억위안의 생산량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中 자본·인력 공세…"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미국의 무역 장벽 공세 속에서 독자 생존에 나선 중국은 앞으로도 더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할 전망입니다. 우리가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일본의 첨단 산업 경쟁력을 추월한 것처럼, 앞으로 중국에 자리를 내주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더구나 기업들의 몸집이 커지면서, 한번 밀려버리면 기민하게 움직여서 되돌리기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미국, 중국, 일본은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자국 기업과 현지 투자 기업에 제공해 기술 혁신 및 선점...우리도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환급제도 같은 실질적 지원책 도입 적극 고려할 때"라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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