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도 의사 가능" 논란의 의협 보고서…저자 만나보니
SBS Biz 이광호
입력2024.10.14 16:30
수정2024.10.14 20:25

"한의사가 의사 대체한다"
보고서의 이름은 <의대와 한의대의 통합을 위한 의료일원화 방안 연구>입니다. 윤태영 경희대 의예과 명예교수가 책임자로 작성했고, 2012년 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현재 의료정책연구원)에서 발간됐습니다.
한의사들은 이 보고서의 내용 중 "의과대학 학습목표의 67.2%~86.7%를 한의과대학에서 교육하고 있다"는 부분을 주목합니다. 의대생들이 배우는 것 대부분을 한의대생도 배우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의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의사 측은 "한의사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을 의사들이 먼저 인정했다"는 식의 주장에 이 보고서를 내밀며 공백이 생긴 필수의료에 한의사들을 2년 교육하고, 국시를 통과한다면 의료 현장에 투입하자는 논리를 펼칩니다.
한의협 관계자는 "현재도 의대와 한의대 사이 교육이 상당 부분 유사한 게 맞다"며 "보고서가 작성된 시기는 양의와 한의학계 갈등이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편견 없이 작성된 자료"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대로 의료정책연구원 측은 "보고서는 외부 연구자가 연구자 개인의 방식에 따라 작성한 것"이라며 "의협의 공식 입장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저자 "보고서 조사, 부실했다"
보고서의 책임 작성자였던 윤태영 경희대 명예교수를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만났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보고서를 작성한 윤 교수 역시 한의사를 2년 교육해 의사로 활용하는 건 무리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윤 교수는 연구 자체의 한계점을 짚었습니다. 한의협에서 강조하는 수치가 유의미한 조사를 통해 나온 게 아니라는 겁니다.
당시 조사는 경희대 한의대 4학년생 10명과 상지대 한의대 4학년생 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들에게 의과대학의 2006년 학습목표 4천776개를 전달하고, 한의대에서 배웠다거나 해당 목표를 수행할 수 있다고 응답한 경우를 집계했습니다. 그 결과 응답자 15명 중 절반 혹은 70% 이상이 긍정적으로 응답한 경우를 일치한다고 집계했습니다.
이어 "제대로 조사를 하려면 실제 한의대 수업을 참관하거나 한의대생의 역량을 검증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면서 "조사한 학생들도 개인적인 인맥을 동원해 모집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가 삭제된 건 발간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고 윤 교수는 회상했습니다. 윤 교수는 "한의협 등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이용당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 연구소에서 위원회를 열어 보고서를 내렸다"면서 "(같은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장벽 허물기' 가능할까?
이 보고서는 지난 10년여 동안 잊을만 하면 등장했습니다. 주로 의사와 한의사를 통합하는 논의 과정에서 한의사들에게 일부 의료행위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많이 쓰였습니다.
한의협의 이번 주장 역시, 명분은 의료 공백 해소를 들고 있지만 사실상 이원화된 양의와 한의의 통합을 주장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간의 논의 과정에서는 한의사들에게 의료 영역을 개방하는 문제가 주요 걸림돌이 됐습니다.
윤 교수는 한의협에서 주장하는 '2년 추가 교육'은 무리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여전히 의사와 한의사의 통합에는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습니다.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면 무슨 의학이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습니다.
윤 교수는 "의사도 일정 교육을 이수하면 침술 등 한의학을 활용할 수 있고, 한의사에게도 당뇨병이나 혈관질환 등 일부를 개방하는 방식으로 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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