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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운명 엇갈린 中의 '2인자'…시진핑과 관계가 변수

SBS Biz 송태희
입력2024.10.14 11:55
수정2024.10.14 11:58

[리커창 전 중국 국무원 총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관계에 따라 '2인자'에 대한 장례, 추모 절차가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우방궈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상무위원장에 대해선 후한 장례식을 해준 반면 리커창 전 총리에 대해선 1주기 기일과 그즈음 열리는 마라톤 행사마저 연기토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리커창 전 총리는 시 주석 1·2기 집권기에 명목상 2인자였으나, 사실상 시 주석 정적이었던 탓에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입니다. 
    
14일 홍콩 명보와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사망한 우 전 위원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화장되며, 중국 권력 중심인 톈안먼(天安門)·신화먼(新華門)·인민대회당·외교부, 31개 성·시·자치구 당 위원회와 홍콩·마카오, 각 재외공관에 조기를 달아 추모합니다. 

후 전 주석 시절 공식 서열 2위(현재는 3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에 올라 2013년 퇴임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킨 우 전 위원장과 당시 권력 서열 5위 시진핑 국가부주석 간에 다툼은 알려진 게 없습니다. 당시엔 집단지도체제가 잘 지켜졌기 때문에 서로 영역 침범을 할 계기가 없었을뿐더러, 태자당 계열의 시 전 국가부주석이 상대적으로 세력이 강한 상하이방 소속의 우 전 위원장과 맞설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그러나 리 전 총리의 입장은 이와 크게 달라 보입니다. 
   
명보는 이달 27일 리 전 총리 별세 1주년과 이를 전후해 중국 내 여러 도시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마라톤 대회가 갑작스럽게 연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연기 사유에 대해선 일체 함구하고 있다고 명보는 전했습니다. 

외교가에선 리 전 총리의 별세 1주년에 마라톤 행사 등으로 추모 열기가 고조되는 걸 막는 한편, 자칫 반(反)정부 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목적으로 일부 마라톤 대회 연기 조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 주석 '경제 실정'에 불만이 커지는 속에서 중국 당국이 생전 리 전 총리가 펼쳐온 시장 경제에 방점을 둔 합리적 경제 운용에 대한 향수가 커지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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