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윤 대통령, 동남아 순방…원전 세일즈 등 '경제·안보' 영토 확장

SBS Biz 우형준
입력2024.10.11 18:20
수정2024.10.11 18:48

[한일 정상회담과 아세안 정상회의 관련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귀국하기 전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비엔티안=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3개국 순방을 마무리했습니다.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2개 국가를 차례로 국빈 방문한 5박6일의 일정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순방을 계기로 아세안과는 최고위 단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CSP·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관계로 격상했습니다.

지난 1989년 한-아세안 대화 관계를 수립한 지 35년 만에 동남아 외교가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세안이 CSP를 수립한 국가는 미국·중국·일본·인도·호주 등 5개국에 그쳤습니다.

아세안이 우리나라를 이들 5개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바라보게 된 셈입니다.

'아세안+3' 회원국인 한중일 가운데 우리나라가 마지막으로 CSP 수립에 합류했습니다.

대화 관계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아세안 회원국인 필리핀과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으며, 싱가포르와는 내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아세안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참석하며 공을 들였습니다.

이번 관계 격상으로 지난 2022년 공개한 우리나라의 최초의 독자 지역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과 아세안 특화 협력 전략인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 실현을 위한 한 퍼즐이 맞춰진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관되게 이같이 해양세력의 협력을 공고히 함으로써 북중러를 견제하는 외교 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日이시바 취임 9일 만에 첫 회담…북 위협에 한일·한미일 공동대응 기조 재확인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비엔티안=연합뉴스)]

아세안에서 최근 권력 교체가 이뤄진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 한 것도 한일,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라오스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열고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때부터 이어진 한일 협력 흐름을 이어가자는 데 공감했습니다.

이날 한일 정상의 만남은 이시바 총리가 취임한 지 9일 만에 성사됐으며, 이시바 총리에게는 윤 대통령과의 회담이 취임 후 외국 정상과 한 첫 양자 회담이기도 했습니다.

두 정상은 내년 수교 60주년을 앞두고 셔틀외교를 활발히 진행하면서 양국 간 협력 관계를 이어가며, 출입국 절차 간소화 등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안보 분야에서는 북한의 위협에 한일·한미일이 공동 대응한다는 기조를 재확인하고, 특히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를 면밀히 가동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 양 정상은 불법적인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은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며,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한 책임을 한일과 한미일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리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이시바 총리의 강력한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다만, 별도의 양자회담이 아닌 다자회의 간 이뤄진 정상회담이라는 점을 고려해 과거사 문제 등 구체적인 현안은 이번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러 대표단 면전서 러북 군사협력·우크라 전쟁·남중국해 문제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해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 군사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욱 장기화시키고 있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남중국해에서 유엔해양법협약을 포함한 국제법 원칙에 따라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AS는 '아세안+3'에 미국·러시아·인도·호주·뉴질랜드 5개국을 포함해 총 18개국이 참여하는 정상회의입니다.

즉, 윤 대통령은 중국·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한 회의에서 양국이 각각 가장 민감해하는 러북협력·우크라이나 전쟁과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한 것입니다.

필리핀서 동남아 원전 진출 교두보 확보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한·필리핀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마닐라=연합뉴스)]

이번 순방의 또다른 성과는 우리 기업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입니다.

필리핀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수력원자력과 필리핀 에너지부는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 조사 협력 MOU'를 체결했습니다.

바탄 원전은 1976년에 착공했지만 원전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하면서 완공 직전인 1984년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완공과 운영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2022년 취임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은 고질적인 전력난과 높은 전기 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탄 원전 가동을 재추진해왔으며, 2022년 11월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협력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바탄 원전은 우리나라의 고리2호기와 같은 원자로를 사용하는 만큼 이 원자로를 40년 이상 운영한 한수원이 바탄 원전 건설 재개 사업의 최적 파트너로 거론돼 왔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2050년까지 약 3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번 타당성 조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향후 필리핀 원전 사업은 물론 동남아 지역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싱가포르와 '물류동맹' 구축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한국-싱가포르 비즈니스포럼'에서 람킨용 난양이공대 부총장(오른쪽 두 번째),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 첫 번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세 번째)과 신에너지 부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연합뉴스)]

싱가포르 국빈 방문에서는 양국 간 '물류동맹'이 결성됐습니다.

양국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 바이오·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의 전략물자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공급망파트너십 약정(Supply Chain Partnership Arrangement)'을 체결했습니다.

양국은 공급망 교란 징후를 포착하면 상호 간 신속히 통보하며, 공급망 교란 발생 시 5일 내 긴급회의를 개최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공급망 위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국가 간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을 체결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세계적 물류 허브인 싱가포르와 우리나라의 공급망 협력이 '물류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우형준다른기사
윤 대통령, 동남아 순방…원전 세일즈 등 '경제·안보' 영토 확장
노벨문학상 상금 14억인데…세금은 '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