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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中 경제…부양책 줄줄이 나오지만 효과있을까?

SBS Biz 이한나
입력2024.10.11 10:39
수정2024.10.11 11:01

[앵커]

중국 경제의 위기,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 계속 나왔고, 결국 중국 정부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중국 인민은행은 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율 인하를 비롯해 각종 금리를 내리면서 본격적인 돈 풀기에 나섰고, 이후 중국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를 예고했습니다.

기대감 속에 중국 증시는 오랜만에 급등세를 나타냈는데요.

그런데 그 흥분과 환호는 곧바로 실망감으로 바뀌었습니다.

금융 패키지에 이어 나온 정부 발표가 부풀 대로 부푼 시장의 기대감을 전혀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이한나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이번주 중국 증시 흐름부터 보죠.

변동폭이 엄청나게 컸죠?

[기자]

지난 8일, 국경절 연휴로 인해 열흘 만에 장이 열렸는데요.

중국 증시는 이때 10%가 넘게 상승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상하이 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가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0%, 13% 오르며 시작한 건데요.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 역시 11% 급등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중국 경제매체 재련사는 당일 사상 최단기간인 개장 20분 만에 상하이와 선전 증시를 합친 총거래액이 1조 위안, 약 190조 원을 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2차 부양책이 발표되자 상승분을 일제히 반납하며 큰 폭으로 꺾였습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최종 4.6% 상승에 그쳤고 선전종합지수도 약 13% 오르면서 거래를 시작했다가 8.9%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CSI 300 지수도 5.93% 상승으로 마감했습니다.

[앵커]

이렇게까지 크게 흔들렸던 건, 그만큼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과열됐기 때문이죠?

[기자]

국경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중국의 거시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예고돼 있었는데요.

지난달 인민은행의 깜짝 발표처럼, 특단의 대책들이 쏟아질 것으로 시장은 기대했습니다.

특히 금융 완화 패키지에 더해 대규모 재정지출까지 더해지면 부양 효과가 커질 것이고, 이 효과를 노린 자금이 한꺼번에 몰린 건데요.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린 뒤에는 포장만 거창하고 내용은 별 것 없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지난 8일 발표 내용을 보면요.

내년 예산 중 건설 쪽에 1천억 위안, 우리 돈 약 19조 원을 조기 집행하고 추가로 1천억 위안의 투자 계획을 미리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총 투자 규모는 2천억 위안, 약 38조 원이라는 얘긴데,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라고 볼 수 있죠.

이와 함께 소비 진작과 부동산·자본시장 활성화 등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고요.

결정적으로, 시장이 기대했던 직접 재정 투입 계획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 2008년, 경기 부양을 위해 4조 위안의 국채를 발행한 경험이 있고, 따라서 시장은 이번엔 10조 위안가량의 국채 발행 등을 기대했지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앵커]

이번 발표에 대해 어떤 평가들이 나왔나요?

[기자]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는 "훨씬 더 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모두가 실망했다"고 말했고요.

홍콩 시장조사업체 가베칼드래고노믹스는 "정책 입안자들이 아직 안이한 것 같다"며 "시장이 폭락하면 그때서야 그들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라고 봤고요.

블룸버그통신은 "기자회견은 야심 찬 부양책이 공개되지 않은 채 끝났다"며 "2주 전 인민은행장이 깜짝 통화 완화 조치를 내놓은 것과는 비교하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로이터는 "정부가 경기 부양에 대한 신뢰를 주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새로운 신호를 기다리며 멈춰 섰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컸는데,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앞서 인민은행이 워낙 예상 범주를 벗어난 큰 패키지를 내놨기 때문이잖아요?

[기자]

지금 설명드린 중국의 재정정책은 2차 부양책이었고요.

2주 앞서 발표된 1차 경기부양책은 통화정책 조정이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4일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 p 내려 시중에 1조 위안, 약 19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외에도 역환매조건부채권, 역레포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2% p, 0.5% p씩 낮추는 등 시장에 막대한 돈을 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중국 증시는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이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약 1주일 만에 20% 넘게 급등한 바 있습니다.

[앵커]

일단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는 어떻게든 맞춘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아요.

'5% 안팎' 목표 달성, 가능할까요?

[기자]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다만, 이번 부양책이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데요.

세계은행은 경기 부양책 발표 이후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4.8%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최근 중국이 일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함에 따라 경제 성장을 자극하는 일시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는데요.

글로벌 금융기관들 가운데 중국 당국의 부양책 발표를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건 세계은행이 처음입니다.

다만 세계은행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에 발표한 4.3%를 유지했습니다.

그 이유로 "중국의 경기 부양책은 장기적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심층적인 구조개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계은행은 그동안 중국 경제에 경쟁 촉진, 인프라 개선, 교육개혁 등의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한편 미국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스위스 UBS, 일본 노무라홀딩스 등 주요 다국적 금융사들도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을 4.5~4.9%로,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세계은행의 분석처럼, 이번에 나온 부양책들이 단기적으로나마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아직은 신중론이 앞서는데요.

JP모건은 "중국의 부양책이 공급 부문에만 작동할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소비자 수요에 흘러들지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미 발표된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중국 증시가 우상향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골드만삭스와 블랙록은 최근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앵커]

이한나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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