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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 장기화에 한은 '결단'…통화긴축 시대 끝났다

SBS Biz 최지수
입력2024.10.11 10:05
수정2024.10.11 14:42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3년여 만에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돈줄을 죄는 '긴축'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완화'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오늘(11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췄습니다. 

2021년 8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이어진 통화 긴축 기조를 마무리하고 완화 시작을 알리는 3년 2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고, 금리 인하 이력 자체로만 보면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수도권 집값, 가계대출 등 한은이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우리나라 경기·성장이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높은 금리와 물가에 억눌린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에 숨통을 틔워주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으로 해석됩니다.

더구나 통화 긴축의 제1 목표인 '2%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달성된 만큼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도 크지 않습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6% 올라 2021년 3월(1.9%) 이후 3년 6개월 만의 1%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또 역대 최대폭(2.0%p)까지 벌어졌던 미국과의 금리차가 지난달 연방준비제도의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하과 함께 1.5%p로 축소되면서, 우리나라 금리 인하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이나 외국인 자금 유출 걱정도 크게 줄었습니다.

이날 금통위의 인하 결정으로 두 나라 금리 격차(한국 3.25%·미국 4.75∼5.00%)는 다시 1.75%p로 벌어졌습니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뒷걸음쳤습니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 6개월 만입니다. 

최근 들어 한은 스스로도 경기를 고려한 피벗 필요성을 직·간접적으로 꾸준히 언급해왔습니다.

지난달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의 핵심 부문인 민간 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등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도 소비 여력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피벗의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가계대출 기반의 수도권 집값 급등세가 9월 이후 어느 정도 진정된 점도 금리 인하의 주요 근거가 됐습니다.

9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천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천642억원)보다 5조6천29억원 증가했습니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8월(+9조6천259억원)보다 증가폭이 약 4조원 정도 줄었습니다. 1주택자 주택담보대출까지 막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규제 강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도 8월 둘째 주(0.32%) 5년 11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은 뒤 조금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12% 올랐습니다.

다만 9월 가계대출, 주택 거래, 집값 추이에는 주말까지 닷새에 이른 '추석 연휴 효과'도 반영된 만큼 가계부채나 부동산 시장이 추세적으로 안정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여전히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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