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꼬박 빚 갚은 우리는?...정부가 대신 갚아준 빚 1조
SBS Biz 배진솔
입력2024.10.06 09:12
수정2024.10.06 09:17
[대출상품 안내 문구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서민 지원을 위해 공급하는 정책금융상품의 대위변제액이 올해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대위변제액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한 차주를 대신해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입니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회복마저 지연되면서 서민들의 상환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에 잇따라 '빨간불'이 켜지고 있습니다.
6일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정책서민금융 상품들의 대위변제 금액은 1조55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서민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올해 대위변제액이 3천591억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 상품의 대위변제율은 지난 8월 말 현재 25.3%에 달했습니다. 서금원이 100만원을 대출해줬을 때 25만3천원을 떼이고 대신 돈을 갚는다는 의미입니다.
'햇살론15' 대위변제율은 2020년 5.5%에서 2021년 14.0%, 2022년 15.5%, 작년 21.3% 등으로 매년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저신용 근로소득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햇살론의 올해 대위변제액은 3천398억원, 저소득·저신용자가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게 지원하는 '징검다리' 성격의 햇살론뱅크의 대위변제액은 2천453억으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햇살론뱅크가 애초 저신용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양호한 경우를 대상으로 함에도, 대위변제율은 2022년 1.1%에서 작년 8.4%, 올해 14.6%까지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만 34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 유스의 대위변제액은 420억원, 대위변제율은 11.8%로 집계됐습니다.
신용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내주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의 대위변제액은 689억원이었습니다. 대위변제율은 25%를 기록하며 전년 말(14.5%) 대비 10%포인트 넘게 올랐습니다.
2022년 9월 출시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은 신용점수 하위 10%, 연 소득 4천500만원 이하인 최저신용자가 1천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연체 이력이 있어도 대출이 가능해 주로 다중채무자가 이용합니다.
그만큼 다중채무자의 빚 상환 여력이 떨어졌다는 의미입니다.
햇살론뿐 아니라 이번 정부의 핵심 정책금융상품으로 꼽혀온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도 급등 추세입니다.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은 지난 8월 말 기준 26.9%로, 전년 말(11.7%) 대비 15.2%포인트 올랐습니다. 연체잔액은 2천63억원에 달합니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운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작년 3월 도입된 상품으로, 최대 100만원(금리 연 15.9%)을 당일 즉시 빌려줍니다.
상품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대출 재원은 금융권 기부금과 기존 대출 회수금 및 이자가 전부입니다.
이 때문에 이러한 연체율 급등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제도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서민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정책상품 연체율뿐 아니라 각종 지표가 다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취약계층들의 '급전 통로'인 카드 대출 규모는 지난 8월 말 기준 총 44조6천65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금융당국이 통계를 추산한 지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빚을 갚지 못한 차주들의 채무조정(신용회복) 신청 건수는 작년 18만5천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4년 28만7천건, 2005년 19만4천건에 이어 역대 3번째입니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집니다.
올해 상반기 금융감독원의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신고된 건수는 약 7천건입니다.
이강일 의원은 "청년층과 고령층 등 경제적 취약 계층의 부채 부담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연령대별 맞춤형 채무 조정 정책을 보다 구체화하는 동시에 효과적인 서민 경제 부양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도 관련 대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정책서민금융에 대한 상환유예·장기분할상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안정적인 정책서민금융 기반을 위해 금융권 공통 출연요율도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높이기로 했습니다.
현재 금융회사가 서금원에 출연하는 요율은 가계대출 금액의 0.03%지만, 개정안에 따라 은행은 0.035%로, 보험·상호금융·여신전문·저축은행은 0.45%로 올려 내년 말까지 적용하게 됩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 1."강남부자 예금 빼나?" 뱅크런 경보 빨라진다
- 2."70% 할인 패딩만 뒤져요"…지갑 못 여는 소비자들
- 3.우리은행, 전국 영업점 21곳 통폐합
- 4.워런 버핏, 22년 만에 '여기' 투자했다…美 증시에 대한 경고?
- 5.'이러니 국장 탈출?'…현대차證 주가급락 왜?
- 6.이재용 "삼성 상황 녹록지 않아…기회 달라"
- 7.[단독] '라라스윗' 설탕 대신 대장균 득실…식약처 회수
- 8.국민연금 2천만원 받는다고 좋아했던 어르신 '울상'
- 9.위기설 롯데, 그룹 상징 '월드타워' 담보로 내놨다
- 10."아끼다 X 됐다"…항공 마일리지 설마 다 사라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