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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수난시대'…겹악재에 '5만전자' 비명

SBS Biz 임선우
입력2024.10.04 10:42
수정2024.10.04 14:00

[앵커]

이번 주 삼성전자의 주가가, 장중이긴 했지만, 5만 원대로 떨어졌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9만 원을 내다보던 주가가 왜 이렇게까지 수직낙하하고 있는 걸까요?

최근 주요 투자은행들이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 컸지만, 민첩성과 세계를 놀라게 했던 '와우' 요인들이 사라진 게 더 큰 악재인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터널의 끝이 안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5분의 1을 넘습니다.

삼성전자의 위기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임선우 캐스터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맥쿼리가 내놓은 보고서부터 보죠.

얼마나 암울한 내용들이 담겼습니까?

[기자]

맥쿼리는 삼성전자를 "병약한 반도체 거인"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목표주가를 반토막 냈습니다.

투자의견도 중립으로 낮춰 잡았는데, 2022년 이후 줄곧 아웃퍼폼을 유지해 오다 이번에 눈높이를 낮춘 겁니다.

맥쿼리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다운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D램 등 메모리 공급과잉에 따라 평균 판매가격이 내림세로 전환한 가운데, 전방산업 수요 위축이 실적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심지어 "상황에 따라 D램 1위 타이틀을 잃을 수도 있다" 경고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인공지능 가속기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 HBM 시장에서 엔비디아 납품이 늦어져 주가 상승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며, 패배할까 우려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2026년 삼성전자의 HBM 매출액이 130억 달러로, SK하이닉스와 비교해 43%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는데요.

미국 생산공장 가동이 내후년으로 밀리면서 비용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오랜 기간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에 부정적이었다며, 안타깝게도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쿼리는 향후 삼성전자 주가가 주가순자산비율, PBR 1배에 맞춰 움직일 것으로 봤습니다.

이는 과거 삼성전자의 PBR 밴드 중 최하단으로, 사실상 주가 흐름이 계속 지지부진할 것으로 전망한 셈입니다.

[앵커]

지적대로라면 삼성전자 앞에 놓인 과제가 한두 개가 아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당면한 과제는 글로벌 HBM 시장에서 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HBM3E 8단 제품을 3분기에 양산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고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 금지령이 내려진 엔비디아발 매출 둔화 우려도 고민거리입니다.

최근 중국이 자국 기업들에게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H20 칩을 구매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지침을 내렸는데, 중국용 중저가 HBM을 납품하는 삼성에게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입니다.

또 시선을 범용 메모리 반도체로 돌려보면 업황이 안 좋습니다.

지난달 D램 가격은 전달보다 17.07%, 낸드플래시는 11.44% 하락했는데, 특히 D램 가격이 두 자릿수 하락한 건 지난해 4월 이후 17개월 만입니다. 

DDR5와 같이 고사양 메모리, 고수익 반도체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는 업황 기조는 달라진 게 없지만, 범용 재품 수요는 둔화하고 이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HBM이라는 고수익 사업을 놓칠 거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해외에선 대규모 감원 계획 소식도 나왔어요?

[기자]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동남아와 호주, 뉴질랜드에서 약 10%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지난달 로이터 역시 삼성전자가 글로벌 자회사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일부 해외 법인에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일상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하는 것"이며 선을 그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설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입니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은 데 이어 경쟁사 대비 회복 속도가 더디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등에서도 경쟁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1위 자리 수성에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이 반영된 걸로 보이는데요.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고요.

올해도 수조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최근 파운드리 일부 설비 가동을 중단하며 조절에 나서는 등 파운드리 힘을 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메모리 경쟁력부터 회복한다 등 시장에는 삼성전자 조직개편 관련 많은 루머가 돌고 있는데,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루머들이 많다는 건 회사가 그만큼 흔들리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지적입니다.

노조와의 갈등도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방사선 안전 관리 부실로 지난 5월 기흥사업장에서 노동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연간 약 1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인도에서는 임금 문제로 인한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어졌는데요.

불법 시위를 벌인 직원 600여 명이 경찰에 구금되는 등 안팎으로 각종 악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안 좋은 소식만 들리다 보니까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어요.

특히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멈출 줄 모르는데, 어떤 전망이 나옵니까?

[기자]

이번주 수요일이었죠.

장중 한때 5만 원대로 밀리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는데요. 

주가가 6만 원을 밑돈 건 지난해 3월 16일 이후 약 1년 7개월  만입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는데요.

한 달째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이 기간 8조 7천34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 부문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오는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요.

당초 14조 원대로 예상됐던 영업이익은 지난달부터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6곳의 실적 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 4천235억 원으로 전망됐는데요.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고 삼성전자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몰린 인텔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메모리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오는데요.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처럼, 이재용 회장의 결단력 있는 개혁의 메시지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진단입니다.

[앵커]

임선우 캐스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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