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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가 백조로'…부동산 채권, 엔비디아 넘는 수익률

SBS Biz 이한나
입력2024.09.30 10:04
수정2024.09.30 10:06

[미국 시카고의 고층 건물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한동안 맥을 못 추던 부동산 관련 채권이 요즘 엔비디아 주식을 뛰어넘는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채권 중에서 위험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하이브리드 채권의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이 75%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상위 10개 하이브리드 채권 종목 가격은 올해 170%나 올랐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의 주역인 엔비디아 주가 상승률보다 20%포인트나 높습니다.

하이브리드 채권이란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함께 가진 채권으로, 채권의 이자 지급 의무와 주식의 배당금 지급 의무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권 발행 기업이 재정적 어려움에 처할 경우,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거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일반 채권에 비해 위험성도 더 높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금리와 재택근무 증가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는 관련 하이브리드 채권 가격도 곤두박질쳤습니다.

하지만 이제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보다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하면서 금리가 낮아져 부동산 관련 채권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일 때 일을 시작한 레드헤지 자산운용의 안드레아 세미나라 대표는 "이 일을 하면서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면서 "특별한 위기 때가 아니면 이런 수익률은 나올 수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2022년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하이브리드 채권 가격은 5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금리가 높아진 데다 대환발행 비용도 늘어 채권 상환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하이브리드 채권 특성상 발행 기업은 채무 불이행을 내지 않고도 이자 지급을 건너뛸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독일의 파운틴 스퀘어 자산운용 설립자 안드레아스 마이어는 "하이브리드 채권의 기술적 특성으로 인해 가격이 급락했다. 투자자들은 처참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본 일부 투자자들이 헐값에 이런 채권을 사들였고, 예상이 적중해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현재 이 채권의 가장 큰 리스크는 더 먹을 게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바나비 마틴과 이오아니스 안젤라키스 전략가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부동산 관련 채권의 평가액이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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