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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즈 브리핑] "엔비디아 쓰지마"...中, 자국산 AI칩 사용 압박 外

SBS Biz 임선우
입력2024.09.30 04:31
수정2024.09.30 05:41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로벌 비즈 브리핑] 한 눈에 보는 해외 경제 이슈

▲"엔비디아 쓰지마"...中, 자국산 AI칩 사용 압박
▲애플, 오픈AI 투자 발 뺀다..."추가 펀딩 라운드 참여 않기로" 
▲EU, 이번 주 中 전기차 '관세 폭탄' 판가름...연기 가능성도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WSJ "잠재적 中 매각 두려움이 분쟁 부채질"

"엔비디아 쓰지마"...中, 자국산 AI칩 사용 압박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인 미국 엔비디아 제품 대신 중국산 AI 칩을 구매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현지시간 27일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규제당국이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사용되는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용 H2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지 말라고 자국 기업에 권고하는 이른바 창구 지침(window guidance)을 하달했다고 전했습니다.

창구 지침이란 각국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내려보내는 가이드라인과 유사한 것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습니다. 이는 자국 AI 스타트업에 부담을 주고 미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성능을 낮춘 중국용 AI 반도체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런 반도체마저도 미국에 의존하지 말라고 자국 기업에 요구한 것입니다.

이번 지침에는 또 화웨이, 캄브리콘과 같은 중국 AI 칩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을 자국 기업에 권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앞서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규제 당국은 올해 초 비야디(BYD) 같은 중국 전기차 업체에 자국 칩을 구매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이 같은 지침을 최첨단인 AI 반도체까지 확대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AI 반도체보다는 범용 기술입니다.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자국의 AI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국 정부는 내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내세우고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3440억 위안(약 64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기금을 추가로 조성했습니다.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설계한 기린칩뿐 아니라 엔비디아에 대항하겠다며 개발한 어센드칩 등을 자사와 바이두 등 중국 기업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 메모리 회사인 창신메모리 등은 최근 자체 기술로 핵심 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 H100에 필적하는 어센드910C 칩 개발을 완료하고 10월 중 양산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엔비디아의 중국 반도체 매출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의 대중 제재로 중국 매출에 타격을 받은 엔비디아가 또 한 번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엔비디아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 1분기 24.6%에서 가장 최근인 2025년 2분기(회계연도 기준) 12.2%까지 떨어졌습니다. 삼성전자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이번 조치 대상인 엔비디아의 H20에는 삼성전자의 HBM3가 탑재됩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13% 하락한 121.40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애플, 오픈AI 투자 발 뺀다..."추가 펀딩 라운드 참여 않기로" 

애플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최근 회사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퇴사하는 등 오픈AI의 지배구조 변화를 둘러싸고 여러 관측들이 제기되는 가운데 애플의 이번 결정이 오픈AI와의 협력으로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던 회사 전략에 영향을 주게 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27일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은 최대 65억 달러를 모금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픈AI 펀딩 라운드(자금 조달)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펀딩에는 애플을 비롯한 미국의 거대기술기업(빅테크)과 유명 투자기관들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밴처캐피털(VC) 스라이브(Thrive)가 주도하며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함께 ‘스타트업 큰손’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 아랍에미리트(UAE) 기술투자사 MGX 등도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애플의 ‘변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유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최소 투자 금액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앞서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펀딩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수를 제한하기 위해 최소 투자 금액을 2억 5천만 달러(약 3천336억 원)로 정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오픈AI의 지배구조 변화도 향후 펀딩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WSJ는 “오픈AI는 비영리기업에서 영리기업으로 기업 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투자자들을 이끈 이 같은 변화는 오픈AI에 복잡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해 오픈AI는 37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는 지난해 매출(16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실적이자 오픈AI의 당초 목표치인 34억 달러도 초과하는 액수입니다.

EU, 이번 주 中 전기차 '관세 폭탄' 판가름...연기 가능성도

유럽연합(EU)이 내달 4일 회원국 투표를 거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현지시간 28일 보도했습니다. 

소식통들은 회원국들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규정 초안을 전달받았으며 내주 투표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EU와 중국 측의 협상 진행 경과에 따라 투표일은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반(反)보조금 조사 결과에 따라 과잉 보조금을 받아 저가로 수입되는 중국산 전기차에 17.0∼36.3%포인트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통보했습니다. 이 경우 기존 일반 관세율 10%에 더해 최종 관세율은 27.0∼46.3%로 인상됩니다.

이 방안은 회원국 투표에서 가결되면 11월부터 5년간 시행됩니다. 유럽 인구 65% 이상인 EU 15개 회원국이 반대하면 부결됩니다. 당초 지난달 25일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었다가 미뤄졌는데 EU 집행위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에 중국 협상팀이 찾아가 막판 협의를 거친 끝에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은 관세 부과 대신 수출 가격과 물량을 통제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EU 내에선 현재 독일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상계 관세 부과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무역 상대로, 지난해 양측의 무역 규모는 7천390억 유로에 달했습니다.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WSJ "잠재적 中 매각 두려움이 분쟁 부채질"

비철금속 세계 1위 업체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중국과 공급망 경쟁 중인 미국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려아연을 둘러싼 분쟁에 대해 “이 회사가 언젠가 중국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분쟁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WSJ는 현지시간 28일 ‘중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촉발된 17억달러 규모의 인수전’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에서 세계 최대의 아연 제련소를 놓고 치열한 소유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라며 “분쟁의 중심에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독점 기술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에 대해 “중국과 독립된 공급망을 구축하기를 희망하는 미국에 있어서는 왕관의 보석(crown jewel)같은 존재”라고 표현했습니다.

WSJ는 분쟁 중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영풍 장형진 고문 및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입장을 상세히 전하면서, 고려아연은 MBK를 기업사냥꾼으로 규정하고 인수시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고 있으며, MBK 측은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내용도 소개했습니다.

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인수·합병 전이 복잡해진 배경으로 “중국에 기술이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공급망의 거래가 어떻게 복잡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리서치·컨설팅 업체인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아연 제련에서 중국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49%에 달합니다. 앞서 미국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 사무국 역할 하는 SAFE도 이번 공개매수를 ‘적대적 인수’ 시도로 규정하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주의깊게 봐야할 사안”이라고 진단했습니다. 

WSJ 보도에 대해 MBK는 “고려아연은 마타도어를 넘어 외신기사도 왜곡했다”라며 “고려아연은 ‘적대적 인수합병(M&A)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수 시 핵심광물 공급망 교란’ 등과 같은 문장 표현을 사용해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에 배포했지만, 해당 기사 어느 곳에도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고려아연은 미국 유력 언론이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WSJ은 '중국의 광물자원 지배에 대한 우려가 세계 최대 아연제련소를 장악하기 위한 거래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논쟁의 발단은 이 회사가 언젠가 중국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라고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WSJ는 고려아연을 둘러싼 대립은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될 가능성만으로도 글로벌 공급망에서 거래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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