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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쓰지마"...中, 자국산 AI칩 사용 압박

SBS Biz 임선우
입력2024.09.30 04:06
수정2024.09.30 05:40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인 미국 엔비디아 제품 대신 중국산 AI 칩을 구매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현지시간 27일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공업정보화부를 비롯한 규제당국이 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사용되는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용 H2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지 말라고 자국 기업에 권고하는 이른바 창구 지침(window guidance)을 하달했다고 전했습니다.

창구 지침이란 각국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내려보내는 가이드라인과 유사한 것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습니다. 이는 자국 AI 스타트업에 부담을 주고 미국과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성능을 낮춘 중국용 AI 반도체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런 반도체마저도 미국에 의존하지 말라고 자국 기업에 요구한 것입니다.

이번 지침에는 또 화웨이, 캄브리콘과 같은 중국 AI 칩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것을 자국 기업에 권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앞서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규제 당국은 올해 초 비야디(BYD) 같은 중국 전기차 업체에 자국 칩을 구매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이 같은 지침을 최첨단인 AI 반도체까지 확대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AI 반도체보다는 범용 기술입니다.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자국의 AI 반도체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국 정부는 내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내세우고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3440억 위안(약 64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기금을 추가로 조성했습니다.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설계한 기린칩뿐 아니라 엔비디아에 대항하겠다며 개발한 어센드칩 등을 자사와 바이두 등 중국 기업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 메모리 회사인 창신메모리 등은 최근 자체 기술로 핵심 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 H100에 필적하는 어센드910C 칩 개발을 완료하고 10월 중 양산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엔비디아의 중국 반도체 매출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정부의 대중 제재로 중국 매출에 타격을 받은 엔비디아가 또 한 번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엔비디아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2년 1분기 24.6%에서 가장 최근인 2025년 2분기(회계연도 기준) 12.2%까지 떨어졌습니다. 삼성전자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이번 조치 대상인 엔비디아의 H20에는 삼성전자의 HBM3가 탑재됩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13% 하락한 121.40달러에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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